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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지우고 북한 정보 분석 강조한 통일부, 탈북민 북송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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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지우고 북한 정보 분석 강조한 통일부, 탈북민 북송 몰랐다

탈북민 600명 북송 소식에 김영호 "언론 보도 통해 확인…유관부처와 대책 강구할 것"

통일부 업무 곳곳에서 '평화'를 삭제하면서 대북 접촉보다는 정보 수집 및 분석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던 윤석열 정부가 정작 탈북민들의 북송에 대해서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 전까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통일부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중국 당국이 지난 9일 밤 지린성(吉林省)과 랴오닝성(遼寧省)의 감옥에 수감돼 있던 탈북민 약 600명을 북한으로 보냈다는 <조선일보>의 이날 보도를 언제 파악했냐는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의 질문에 "조선일보 (보도) 통해서 이 부분 확인했다"고 답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복수의 현지 소식통을 인용, 중국 공안이 9일 저녁 6~8시쯤 탈북민들을 트럭에 태워 지린성 훈춘·도문·난핑·장백과 단둥 지역 세관을 통해 북한으로 돌려보냈다고 보도했다.

북한에 대한 정보력도 떨어지고 대북 정책도 사실상 실패한 것 아니냐는 이 의원의 질타에 김 장관은 "우선 사실관계를 정확히 확인해서 유관부처와 철저하게 문제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 역시 "만약 (중국 정부의) 강제 북송이 사실이라면 외교부, 통일부 장관 모두 대국민 사과해야 한다. 북한 인권을 중시한다는 윤석열 정부에게는 치욕의 날"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통일부를 '대북지원부'로 규정한 이후 정부는 통일부의 장‧차관을 동시에 교체하면서 부처 성질 변경에 나섰다. 이러한 조치의 일환으로 '평화'라는 단어를 곳곳에서 지우고 북한에 대한 실체를 알리겠다며 정보 기능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북한 인권 문제, 납북자 문제 등에 부처의 역량을 집중할 것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정부가 공언한 대로라면 통일부는 탈북민의 강제 북송을 미리 파악하고 이를 막기 위한 활동을 전개해야 했지만, 정보를 수집하거나 중국과 교섭하는 역할은 각각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과 외교부의 영역이기 때문에 실제 통일부가 할 수 있는 역할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애초부터 통일부 장관이 언론의 보도를 통해 이 사실을 파악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 있는 셈이다.

이에 통일부는 국정원 직원 파견을 통해 적극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는 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전해철 의원실이 국정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통일부의 북한정보 분석 업무는 (국정)원에서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고, 통일부의 '북한정보 분석 기능 강화'는 부처 운영과 관계된 고유 권한으로 원과 사전 조율이나 논의할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 분석이라는 기능을 통해 성과를 내는 것이 구조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그나마 통일부가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야가 평화 구축 관련한 사안인데, 통일부는 스스로 이를 지우는데 여념이 없는 실정이다.

국립통일교육원은 지난 3월 14일 <2023 통일교육 기본방향> 교재를 출간하면서 기존에 있었던 목차에서 '평화'라는 단어를 모두 삭제했다. 또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의원에 따르면 지난 1월 25일 평화‧통일교육 연구센터 운영 예규에서 평화라는 단어를 아예 삭제했고 4월 11일에는 국립통일교육원 기본운영규정 중 소통협력부 업무에서, 8월 31일에는 국립통일교육원 명예‧객원교수 운영 예규에서 '평화‧통일 교육'을 '통일교육'으로 변경했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통일교육지원법에 따라 변경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해당 법 제3조의 '통일교육의 기본원칙'에 따르면 "통일교육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고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여야 한다"라고 돼있어, 평화를 제외해야 할 이유로 보기 어렵다.

조 의원은 이에 "문재인 정부 색깔을 지우기 위해 평화를 지우는 것 아니냐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고, 대화와 교류 평화 대신 적대적 대북관계를 염두에 두고 기초작업을 한 것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일을 명시한 헌법 제4조와 대통령 의무를 규정한 제66조 제3항 모두에 '평화통일'이 적시돼 있다"며 "평화를 지우는 건 헌법 정신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통일부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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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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