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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투사였던 홍범도 장군 흉상, 결국 육사에서 쫓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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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투사였던 홍범도 장군 흉상, 결국 육사에서 쫓겨난다

육사 "홍범도 장군 흉상 적절한 장소로 이전…나머지 독립투사 흉상들은 육사 내에서 이동"

육군사관학교(이하 육사)가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2018년 당시 같이 설치된 다른 독립운동가들 흉상들 역시 현재 설치된 지역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31일 육사는 '육사 교내 독립투사 흉상 관련 입장'이라는 제목의 공지에서 "홍범도 장군 흉상은 육사의 정체성과 독립투사로서의 예우를 동시에 고려해 육사 외 독립운동 업적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적절한 장소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육사는 충무관 입구에 있는 지청천‧이범석‧김좌진 장군과 이회영 선생 흉상 및 충무관 내부에 있는 박승환 참령의 흉상 등 독립투사의 흉상을 "육사 교정 내 적절한 장소로 이전"하겠다고 전했다.

육사는 "구체적인 사항은 육사 내 '기념물 종합계획'이 완료되는 대로 시행할 계획"이라며 "기념물 재정비는 육사 졸업생과 육사 교직원 등의 의견을 들어 육사의 설립 목적과 교육목표에 부합되게 육군사관학교장 책임 하에 추진한다"고 밝혔다.

육사는 이번 철거 및 이전 결정에 대해 "각계 각층의 의견"을 고려했다고 밝혔지만, 홍범도 장군의 흉상 철거에 대해 현 여당과 유사한 이념적 성향을 보이고 있는 보수 진영에서도 적잖은 반대 의견이 나왔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특정 정치 세력의 의중을 그대로 반영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북한을 상대로 전쟁을 억지하고 전시에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곳인데 공산주의 경력이 있는 사람(의 동상)이 있어야 되겠냐는 지적이 있었다"며 홍범도 장군을 포함, 지청천‧이범석‧김좌진 장군과 이회영 선생의 흉상을 철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독립운동가들 흉상을 철거하는 것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지자 국방부는 28일 '육사의 홍범도 장군 흉상 관련 국방부 입장'이라는 제목의 문서를 통해 △홍범도 장군이 자유시 참변과 연관되어 있다는 의혹이 있고 △소련 공산당에 가담했기 때문에 공산주의 이력이 있다는 것이 문제 라며 흉상 철거 명분을 내세웠다.

▲군이 육군사관학교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등 독립운동가 5명의 흉상을 철거하기로 해 논란이 확산하자 홍범도 장군 흉상만 이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군은 육사뿐 아니라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도 이전을 검토하는 등 '홍범도 지우기'를 본격화하고 나섰다. 사진은 지난 2018년 3월 1일 서울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독립전쟁 영웅 5인 흉상 제막식 모습. ⓒ연합뉴스

하지만 홍범도 장군 및 독립운동을 수십년 간 연구했던 연구자들은 홍범도 장군이 자유시 참변에 직접적으로 개입해 독립운동가들을 탄압했다고 볼 수 없으며, 오히려 독립군들을 도와줬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장세윤 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난 2021년 발표한 "‘독립전쟁의 영웅’ 홍범도의 귀환, 그 시사점과 과제"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홍범도의 '자유시사변'(1921년 6월 28일) 가담설이나 '자유시 학살' 개입설, '한국독립군 대학살', '독립군 학살 공모' 등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허재욱(許在旭, 흔히 허영장[許營長]으로 불림) 휘하 부대 등 홍범도 관련 독립군부대가 이 사변의 피해자라 할만 했다"며 "(자유시) 사변 당시 홍범도는 장교들과 솔밭에 모여 땅을 치며 통곡하면서 매우 안타까워했다는 기록이 전한다"고 밝혔다.

홍범도 장군이 재판위원으로 참가한 데 대해 윤상원 전북대학교 교수는 지난 2017년 '홍범도의 러시아 적군 활동과 자유시사변'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홍범도는 자유시사변을 처리하는 고려혁명군사법원 재판관의 위원으로 참석하게 된다. 홍범도는 재판에서 병사들이 피해를 보지 않고 공정한 판결이 나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위원으로 참가했다고 하지만, 재판과정에서 위원을 맡은 일은 홍범도 개인에게는 무척 불행한 일"이었다고 평가했다.

홍범도 장군이 소련공산당에 가입했기 때문에 육사에 흉상을 설치할 수 없다는 국방부의 논리에도 허점이 크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일반적 지적이다. 당시 시대상황을 고려했을 때 독립을 위해 공산세력을 활용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홍범도 장군은 자유시참변이 일어난 뒤 6년이 지난 1927년 공산당에 가입했는데, 장세윤 수석연구원은 이에 대해 "'무장부대 통합'이라는 명분, '혁명러시아 당국 및 코민테른(국제공산당)의 권위' 인정, 그리고 '무기・식량 등의 원활한 공급(즉 보급문제)'이라는 현실문제에 대한 고려가 컸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독립을 위해 소비에트의 힘이 필요햇다는 것은 이승만 당시 상하이 임시정부 임시대통령이 모스크바로 주요 인사들을 파견했다는 것에서도 드러난다.

반병률 한국외국어대학교 명예교수는 지난 2010년 <역사문화연구>에 수록된 '러시아(소련)의 대한민국임시정부 인식'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상호 경쟁하던 상하이파, 이르쿠츠크파 등 고려공산당에 더하여 1921년 중반 기호파 중심의 우파가 주도하뎐 상해임시정부의 임시대통령 이승만은 이동휘가 파견했던 한형권을 소환하고 외무차관 이희경과 안공근을 모스크바로 파견"했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홍범도 장군의 공산당 가입을 김일성 주석과 스탈린 정권이 한반도에 일으킨 전쟁과 연결짓기도 했다. 그러나 홍범도 장군의 공산당 가입이 1927년이었고 스탈린 정권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것이 1937년이며 1943년에 사망했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이는 억지스러운 끼워 맞추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현 정부가 '문재인 정부 지우기'를 위해 홍범도 장군 등 독립운동가들을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해당 흉상들은 문재인 정부 시기인 지난 2018년 3월 육사 교내 충무관에 세워졌다. 문재인 정부는 독립군을 국군의 뿌리로 여기고 그해 6월 8일 신흥무관학교 설립 107주년 기념식을 최초로 육사에서 개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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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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