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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트코 사망 노동자 형의 분노 "당신들이 이 폭염에서 일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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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트코 사망 노동자 형의 분노 "당신들이 이 폭염에서 일해보라"

카트 관리 노동자 29살 고(故) 김동호 씨 추모집회…"대표 유감표명이나 사과도 하지 않아"

코스트코 하남점 쇼핑카트 관리 업무를 하던 중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29살 김동호 씨의 추모집회가 2일 열렸다. 김 씨의 형은 "당신들이 한 시간만이라도 이 폭염 속에서 직접 일을 해보라"며 작업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노조와 코스트코 마트노동자들은 오는 6일로 예정된 고 김동호 씨의 49재를 앞두고 이날 오전 경기도 광명시 코스트코 본사 앞에서 추모집회를 열었다.

앞서 김 씨는 폭염이 지속되던 지난달 19일 오후 7시쯤 마트 주차장에서 업무를 하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코스트코 정규직 계산원이었던 김 씨의 업무가 주차장 카트 관리로 변경된 지 2주 만이었다. 김 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2시간여 뒤 사망 판정을 받았다.

병원 측이 밝힌 김씨의 최종 사인은 '폐색전증 및 온열에 의한 과도한 탈수'였다. 하지만 코스트코 측은 '병을 숨긴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하며 제대로된 사과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김씨는 카트를 관리하며 하루에 많게는 4만3000보, 거리로는 26㎞를 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집회에는 김 씨의 형 김동준 씨도 참석해 작업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그는 "동생은 탈수와 온열에 의한 폐색전증으로 주차장 한쪽에서 외롭게 숨을 거뒀다"고 운을 떼며 "동호와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코스트코 관계자들은 점진적으로 노동 환경을 개선해나가길 당부한다"고 요구했다.

▲2일 오전 경기도 광명시 코스트코 광명점 앞에서 열린 '혹서기 코스트코 카트노동자 사망 49재 추모집회'에서 유가족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동준 씨는 "직원들 증언 등에 따르면 코스트코에서는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온열 질환 예방 수칙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지켜진 바가 없는데, 조민수 코스트코 코리아 대표는 장례식장에 찾아와 '원래 지병이 있지 않았느냐'며 직원들을 추궁하는 등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고용노동부 수사 과정에서 코스트코는 조사받는 직원들 동의 없이 사측 변호인 선임계에 그들의 이름을 기재했고, 변호인을 입회하도록 해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하게 했다"며 "당신들이 한 시간만이라도 이 폭염 속에서 직접 일을 해본다면 노동자들을 생각하는 태도가 바뀔 것"이라고 했다.

박건희 마트노조 코스트코 지회장은 "우리의 동료 동호 씨는 35도의 폭염 속에서 성실히 일하다가 젊고 꽃다운 나이에 산재로 목숨을 잃었으나, 40여일이 지난 지금까지 조민수 코스트코 대표 등 사측은 한마디의 유감 표명과 사과도 하지 않았다"며 "30세도 되지 않은 청년의 목숨이 끊겼는데 대체 코스트코는 무엇을 믿고 이렇게 오만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2일 오전 경기도 광명시 코스트코 광명점 앞에서 열린 '혹서기 코스트코 카트노동자 사망 49재 추모집회'에서 참석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날 '폭염 대응 긴급 지방관서장 회의'에서 김동호 씨의 죽음을 언급하며 "물류센터, 대형 유통업체는 실내 작업장이지만 작업 장소에 따라 외부 온도의 영향을 많이 받아 노동자가 폭염에 노출되기도 한다"며 "사고 원인과 관계 법령 위반 여부 등을 철저히 조사하고, 그 결과 법 위반이 확인되면 엄정히 조치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고용부 경기지청 광역중대재해수사과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한 수사를 진행중이다.

이 장관은 폭염 대응 단계를 최고 수준으로 격상했다. 이 장관은 "올해의 폭염은 전 세계적으로 사막의 선인장도 말라 죽일 정도의 살인적 폭염으로, 우리나라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업주가 '작업중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온열질환 발생의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사업주가 작업중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51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는 즉시 작업을 중지시키고 근로자를 대피시키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한편, 이날 소방당국에 따르면 5월 20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21명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전날 경북 영천과 전북 정읍에서 발생한 온열질환 추정 사망을 합치면 올해 들어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23명으로 늘어난다. 지난해 같은 기간(7명)의 3배 이상으로 늘어난 수치다.

▲2일 오전 경기도 광명시 코스트코 광명점 앞에서 '혹서기 코스트코 카트노동자 사망 49재 추모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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