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군 용병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군사행동이 마무리되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향방에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러시아의 침공이 일어난지 1년 반이 넘었지만 여전히 이 전쟁으로 인해 경제 구조가 취약한 국가의 국민들이 가장 많은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6일(이하 현지시각) 미국의 진보적 성향 매체 <커먼드림스>는 국제 빈곤 퇴치 비정부기구인 '액션에이드'(Action Ade)가 이날 발간한 보고서 <식량 위기의 비용 - 가격 급등은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큰 타격이 되는가>를 통해 이같은 결과가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액션에이드는 나이지리아, 콩고민주공화국, 에티오피아, 케냐, 소말리아, 잠비아, 짐바브웨, 아이티, 시에라리온, 말라위, 미얀마, 네팔, 아프가니스탄, 방글라데시 등 14개국의 1000개가 넘는 지역사회의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는데 그 결과 이들 국가에서 음식, 연료, 비료 등의 가격이 여전히 올라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액션에이드의 조이 메이벤지 짐바브웨 국장은 "휘발유 가격은 900%, 파스타 가격은 750%, 비료 값은 700%, 생리대 가격은 6배 올랐다"며 "짐바브웨의 음식과 연료 가격은 거의 매일 상승하고 있으며, 빈곤 선 이하로 사는 많은 가정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지역에서는, 식료품 가격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치솟아 많은 사람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일부 가정에서는 하루에 한 끼도 먹을 수 없다"며 "말 그대로 그들은 다음 식사가 어디서 나올지 모르는 채 하루를 살고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짐바브웨에서 빵 한 덩어리 가격은 614% 증가했고 14개 국가 평균으로는 101% 올라간 것으로 집계됐다. 이외에 14개국 평균으로 파스타 119%, 비료 118%, 생리대 83%, 휘발유 80%, 설탕 59%, 식용유 57%, 가스 47% 의 가격 인상이 있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매체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서 발표하는 식량가격지수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경제적으로 취약한 국가의 국민들이 식량 가격으로 고통 받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지난 2일 FAO에서 발표한 식량가격지수는 124.3점으로 지난 5월 5일 발표한 지수에 비해 3.4% 하락했다. 또 올해는 2022년에 비해 전체적인 가격 지수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수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FAO는 2014~2016년의 식량지수를 100으로 상정하고 지수를 계산하고 있다.
액션에이드는 전쟁 발발 이후 조사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소득이 감소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단체는 "조사된 공동체 전체에서 소득이 거의 4분의 1 정도 줄어들었다"며 "에티오피아의 한 지역은 소득이 133% 감소했다"고 전했다.
매체는 조사에 참여한 각 국가의 지역사회 지도자들이 아동 결혼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것이 가난한 국가의 사람들에게서 나타난 또 다른 절망적 징후라고 분석했다.
단체는 "지역사회로부터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생활비가 올라가면서 부모들이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아동 노동에 의존하도록 강요받으면서 남학생들의 학교 중퇴율을 높였다"고 밝혔다.
아프리카의 말라위 럼피 지역에서 거주하며 다섯 아이를 키우고 있는 40세의 로스터 씨는 "(음식과 연료 등의) 가격 인상 때문에 아이들 학비를 내지 못했다"며 자신의 수입으로 아이들의 하루 한 끼 식사를 겨우 충당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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