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국민의힘의 '별게 다 상호주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국민의힘의 '별게 다 상호주의'

[이모저모]'중국인에 지방선거 투표권, 건보 혜택 주지 말아야' 주장이 이상한 이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작년 6월 지방선거 당시 국내 거주 중인 중국인 약 10만 명에게 투표권이 있었지만 중국에 있는 우리 국민에게는 참정권이 전혀 보장되지 않았다"며 "왜 우리만 빗장을 열어야 하는 것인가"라고 했다. "우리 국민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는 나라에서 온 외국인에게는 투표권을 주지 않는 것이 공정하다"고도 했다. 앞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이와 유사한 취지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실제 발의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또 "외국인 건강보험 적용 역시 상호주의를 따라야 한다"며 "중국에 있는 우리 국민이 등록할 수 있는 건강보험 피부양자 범위에 비해, 우리나라에 있는 중국인이 등록 가능한 건강보험 피부양자의 범위가 훨씬 넓다. 중국인이 더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부당하고 불공평하다"고 했다.

△이민을 갔거나 결혼 등으로 북유럽 복지국가에 정착한 한국인들은 현지인들과 같은 수준의 높은 복지 혜택을 누린다. 그런데 만약 이들 국가에서 "한국에 이민 간 우리나라 국민들에 비해 한국인 이민자들이 과도한 혜택을 보고 있다. 한국이 북유럽과 같은 수준의 복지제도를 확충할 때까지 한국인 이민자들에 대해서는 복지제도 적용을 유예하겠다"고 한다면 어떨까? 차별이라고 느끼지 않을까?

만약 프랑스 등 대학 등록금이 무료이거나 무료에 가까운 국가에서 "한국에 유학간 프랑스인이 내는 대학 등록금이, 프랑스에 유학온 한국인이 내는 등록금보다 훨씬 비싸서 '부당하고 불공평하다'. 한국인 유학생은 한국 대학 등록금 평균액에 해당하는 만큼 프랑스 대학에 등록금을 내라"고 한다면?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 영주권자는 미국 헌법과 주법에 따라 총기 소지를 허가받는데, 어떤 식의 '상호주의 원칙'대로라면 한국에 거주하는 미국인 영주권자도 이에 대응해 총기 소지를 허가받아야 할까? 한국이 미국인 영주권자들의 국내 총기 소지를 허용하지 않는다면, 미국 영주권을 딴 한인들의 총기 소유도 이 조건이 달성될 때까지 제한받아야 할까? 

중동 이슬람 국가는 외국인들에게도 복장의 자유나 술 마실 자유를 허락하지 않는데, 이들 나라 국민들이 한국에 와도 '상호주의적으로' 이들의 한국 내 음주나 자유로운 복장 착용을 막아야 할까?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이고, 민주적 선거를 통한 대의민주주의 개념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는 나라다. 향급 등 일부 기초단체 인민대표대회 선거에서만 주민 직접투표가 '허용' 되고, 성급 광역단체에서부터 국가주석직까지는 모두 공산당 간부들 또는 인민대표들의 간선으로 뽑힌다. 

중국이 투표권을 주지 않는 것은 한국인에게만 그런 것도 아니고, 다른 외국인, 심지어 중국인 자신들조차 참정권은 매우 제약돼 있다는 말이다. 1987년 민주화 달성을 빛나는 한국 근대사의 성과로 자랑하는 입장에서 우리가 '비민주 국가'와 동등한 수준으로 내려가려 해서야 되겠는가. 

또 민주적 선거를 하지 않는 국가들을 독재 혹은 권위주의 체제에서 민주주의로 이행시킨다는 세계시민적 관점에서 봐도, 이들 국가의 국민들이 해외에서나마 민주주의의 맛과 감각을 익히게 하는 게 전략적으로 유리한 선택이기도 할 것이다.

△애초에 선거나 복지제도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발전과 사회적 안정, 복리증진을 위해 있는 것이다. 천부인권적 기본권 보장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제도 적용을 받는 사람의 국적 또는 원국적을 따져서 누구에게는 권리를 주고 누구에게는 주지 않겠다는 발상은 제도의 취지 자체를 몰각하는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외국 국적 영주권자에게 한국 지방선거 선거권을 주는 것은, 지방자치 주민 참여의 범위를 확대시켜 더 폭넓은 주민 동의의 기반 위에서 지방자치제를 힘있게 운영하기 위한 것이지 이것이 영주권자의 원 국적 국가에 대해 주는 혜택인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건강보험 역시 "국민보건 향상과 사회보장 증진"(국민건강보험법 1조), 즉 한국의 사회안전망 구축과 이를 통한 사회 안정·질서 유지가 목적이다. 외국인에 대한 건강보험 특례는 그들의 모국에 대해 주는 특혜가 아니다.

물론 건보 재정상의 이유로, 혹은 다른 건강보험 가입자들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한다면 외국인 특례 등 제도 운영은 현실적으로 조정될 수 있는 영역이다. 다만 "불공정하다", "부당하고 불공평하다"는 초등학생 투정 수준의 삐뚤어진 민족주의 정서 혹은 북한식 '우리민족끼리' 감수성이 사회제도 운영의 변수로 작용하는 일은 지양돼야 마땅하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 중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