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그런다고 세상은 달라지지 않아."
팔순의 어머니가 새벽에 전화를 걸어와 언성을 높이며 말했습니다.
"그러다 잡혀가면 어쩌냐? 텔레비전 뉴스에 왜 또 얼굴이 나오는 거냐? 복직된 거 아니냐?"
저는 2019년 7월 너무나도 더웠던 여름 단지 자회사를 거부 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한국도로공사 수납원 1500명 해고자 중 한사람입니다. 청와대로, 서울 캐노피로, 길거리로 나간 지 두 달. 늑장을 부리던 대법원 판결이 8월 29일 선고되어 도로공사 수납원들이 불법파견임이 인정되었습니다.
한국도로공사는 대법원 판결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을 나누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을 나누고 2015년 이후 입사자와 이전 입사자를 나누었습니다. 어떻게든 한 명이라도 제외시키고 싶어 안달이 났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갈라놓았습니다. 나누고 나누어 대법원의 직접고용 판결이 난 지 10개월, 해고된 지 거의 1년이 지난 2020년 5월 14일 우리는 도로공사에 복직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어렵게 복직되었지만 4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위치는 아직도 무시와 저임금 위험한 업무에 내몰려 곧 사라질 사람들이란 유령취급으로 현장에선 차별과 노사갈등에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희는 한국도로공사의 좀비입니다. 회사 게시판에는 도로공사를 점거하고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고 자신들의 자리를 차지한 죽어야 할 없어져야 할 좀비라고 합니다. 우리가 왜 도로공사를 점거하고 청와대로 길거리로 나가 노숙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저 정규직의 모든 것을 빼앗은 그저 폭도들입니다. 수년간 비정규직 수납노동자로 1년마다 해고의 불안 속에 먹고 살기 위에 모든 것을 참아내 온 비정규직 노동자는 이제 도로공사에서 좀비라 부르고 있습니다. 식충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알면서도 모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 그게 저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어입니다. 회사 게시판에는 “일 하러 나가다 차사고 나서 다 죽어라”라는 입에 담을 수조차 없는 글도 올라와 있습니다. 이런 글을 그나마 가족이 볼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이것이 그나마 제게는 위로입니다.
우리가 왜 대법원 앞을 다시 가야만 하는지, 갈 수밖에 없는지, 그 누구도 묻지 않고 알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그저 시위냐 폭력이냐 불법이냐만 초점을 맞추어 끌어내고 가두려 하고 있습니다. 도로공사에서 일은 하고 있지만 대법원에 6년간 계류 중인 임금은 아직 판결이 나지 않아 최저임금 미만으로 호봉표가 책정되어 있습니다. 법 위반이 아니라고 합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무엇합니까? 저희와는 해당이 되지도 않는 것을. 설마 하시겠지만 현재 저희의 임금쳬계는 대법판결 전이라는 이유로 회사 마음대로 주고 있습니다. 공사도 이러한데 사기업은 어떻겠습니까?
대법원에 왜 가냐고 묻습니까? 그럼 저희는 어디로 가야겠습니까? 이대로는 못 살겠다고 어디 가서 말해야 하겠습니까?
법도 지켜주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어디로 가야겠습니까? 판결을 받고도 살아있는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좀비! 인간이 아닌 비정규직 노동자는 어디로 가야겠습니까? 불법을 논하는, 법치를 논하는 대통령님 가진 자만이 국민이 아닙니다. 당신의 귀에 달콤한 소리를 하는 그들만이 당신의 국민입니까? 못살겠다 힘들다 살려달라 외치는 노동자도 당신의 국민입니다.
대통령 관저 잔디밭에 뛰어노는 애완견보다 못한 비정규직 노동자. 가두고 입을 막아 짓밟아도 비정규직 노동자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대법원 앞에 갈 수밖에 없습니다. 대통령도 지켜주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법의 판결이 그나마 우리를 지켜주리라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끌려가도, 대법원 앞으로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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