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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물 '먹어서 응원하자'? 한국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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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물 '먹어서 응원하자'? 한국이 왜?

[이모저모] 오염수 방류가 문제인가, '불안감 조장'이 문제인가

△지난달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만찬 식탁에 후쿠시마산 사케(일본주)가 올랐다. 후쿠시마현이 그에 앞서 "각국 요인 식사에 현산 식재료가 활용된다", "부흥의 길을 걷는 후쿠시마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는 기회"라고 선전한 대로였다.

△일본 정부의 '먹어서 응원하자' 캠페인은 지난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한 달 뒤부터 집요하게 이어졌다. 같은해 5월 한중일 정상회의 때 일본은 이명박 당시 한국 대통령, 원자바오 중국 총리에게 후쿠시마산 오이와 체리를 내놨고 이 전 대통령은 카메라 앞에서 이를 먹어야 했다. 2021년 도쿄올림픽 때는 선수촌 식당에서 후쿠시마산 식재료를 사용했다. 한국 등 일부 국가는 이에 반발과 우려를 표하며 자국산 식재료를 반입해 선수단에 먹였다. 후쿠시마산 식재료가 안전하다고 홍보하려던 것이 오히려 전 세계에 부정적 이미지만 드높이게 됐다.

△캠페인이 시작된 2011년 당시부터 이미 '먹어서 응원하자'는 역효과가 컸다. 그해 11월 일본 후지TV에서 후쿠시마산 농산물을 응원하는 코너 '먹고 힘내자'를 진행하던 캐스터 오츠카 노리카즈가 하필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오츠카의 백혈병과 후쿠시마산 농산물 간의 인과관계는 밝혀진 바 없지만, 당시 일본 언론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한국 등 외국도 관심을 보였다. 차라리 방송을 하지 않았더라면 일본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덜했을 것이다. (☞관련 기사 : 후쿠시마 채소 시식한 일본 캐스터, 급성백혈병 진단)

△7일 국민의힘 '우리바다 지키기 TF'가 외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환경부, 해양수산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과 당정 합동 회의를 연 자리에서 TF 단장인 성일종 의원은 "민주당의 '방사능 괴담'이 어민들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면서 "우리 수산물이 방사능에 오염될 일은 절대로 없다. 국민 여러분께서는 안심하시고 우리 수산물을 맛있게 드셔 달라. 어민 여러분, 힘내시라"고 했다. 전날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가 "우리 수산물은 안전하다"며 "과장된 오해와 걱정이 지나쳐 공포가 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호소문을 낸 데 이어서다.

△그런데 6일 일본 <교도통신>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앞바다에서 잡힌 우럭에서 기준치의 180배에 달하는 세슘이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당정 회의에 참석했던 유국희 원안위원장도 "도쿄전력에서 후쿠시마 원전 앞에서 시료 채취해 매월 1회 정도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며 "기준치를 초과하는 방사성 물질이 간혹 확인되고 있고, 원안위 차원에서도 그 부분을 당연히 모니터링하고 확인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성 의원은 "(우럭은) 정주성 어류"라며 "우리 바다에 올 가능성은 없다"고 했지만, 바다에 국경이 있는 것도 아니고 후쿠시마 앞바다에 우럭만 사는 것도 아니다. 갈치·고등어·정어리·방어 등은 모두 회유성 어류다.

△먹거리 안전에 대한 한국민의 민감함은 뿌리깊다. 어민들과 수산업계의 피해가 걱정된다면, '안전하다'고 덮어높고 소비자들을 설득하려 할 일이 아니라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어떻게든 막으려 하거나 이의제기라도 했어야 할 일이다. 사태의 책임을 따지자면 첫 번째는 물론 국제사회의 반발에도 방류를 밀어붙이고 있는 일본일 것이고, 두 번째는 시찰단 파견까지 해놓고도 'IAEA 조사 결과를 기다리자'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우리 정부다. 시민들이 불안함을 느끼는 건 그야말로 당연한 일이고, 불안감을 조장(?)한다는 야당이나 시민단체의 책임은 없거나 적어도 그보다는 한참 후순위일 것이다.

△ "적나라하고 무딘 일본식 홍보전은 후쿠시마산의 위험도에 대한 논란을 오히려 부각해 역효과만 낼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이 비난하는 '민주당의 괴담'일까? G7 만찬에 후쿠시마산 사케가 올라온 것을 비판한 <조선일보> 도쿄 특파원 칼럼의 한 구절이다. 마찬가지다. '안심하고 맛있게 먹어 달라'는 정부·여당의 '무딘 홍보전'은 차라리 IAEA 조사 결과를 가만히 기다리느니만도 못하고 '역효과만 낼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성일종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TF 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TF 확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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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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