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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 같은 성행위'는 틀렸다…청소년 동물들이 받는 성교육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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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 같은 성행위'는 틀렸다…청소년 동물들이 받는 성교육은?

[프레시안 books] 청소년기 동물들의 성장기를 담은 <와일드후드>

도대체 왜? 

도대체 왜 부모가 마련해 놓은 깨끗하고 편안한 잠자리를 마다하고 밖으로만 나도는 걸까? 도대체 왜 부모가 제공하는 영양가 높은 음식 대신 불량 식품에 몰두하는 걸까? 몇 번이나 더 혼나야 위험한 짓을 그만둘까? 그리고 도대체 왜, 평생 자신을 기른 부모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들으면서 친구 말은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는 걸까? 이는 청소년기 자녀를 둔 인간 부모만의 고민이 아니다. '와일드후드'에 진입한 자녀를 기르는 지구상 모든 동물 부모들의 한탄이다.

책 <와일드후드>(바버라 내터슨 호로위츠, 캐스린 바워스 지음·김은지 옮김·쌤앤파커스 펴냄·448쪽)의 저자들은 와일드후드를 지구상 모든 동물이 새끼에서 성체가 되는 특정 시기이자 그때 공통적으로 겪는 경험으로 정의한다. 인간에겐 청소년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책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이 시기 동물들의 행동이 '다 쓸모가 있다'며 청소년기 자녀를 돌보느라 지친 부모들을 다독인다.

저자들은 이 시기 동물들의 특이해 보이는 행동들이 어른으로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4가지 조건인 안전, 지위, 성, 자립 확보로 이어진다고 본다.

예를 들어 남극 대륙에서 1600km 떨어진 사우스조지아섬에 살던 킹펭귄 우르술라는 2007년 어느날 갑자기 바다로 뛰어드는 믿기 힘든 행동을 했다. 이 펭귄은 그 때까지 태어난 곳에서 90m 이상 떨어져 본 적이 없는 청소년 펭귄이다. 우르술라 말고도 해마다 수천 마리의 청소년기 킹펭귄들이 포식자들이 순찰하는 바다로 갑자기 몸을 던진다. 킹펭귄 뿐 아니라 박쥐 무리도 청소년기가 되면 포식자인 올빼미를 놀리고 조롱하는 움직임을 보이며 청소년기 다람쥐들은 방울뱀 주변을 돌아다닌다.

저자들은 이 일견 이해가 어려운 행동을 통해 청소년기 동물들이 포식자를 탐색하고 알아 나가 궁극적으로는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어수룩하고 무지한 청소년기 동물들은 포식자의 공격에 특히 취약하다. 이들이 위험에 다가가고 찾아다니기까지 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 위험을 알고 피할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물론 대가는 따른다. 돌연 바다로 뛰어든 킹펭귄 청소년들이 살아서 돌아올 확률은 40%에 그칠 때도 있다.

청소년 동물이 친구 따라 독까지 먹어도…'다 쓸모가 있다'

인간 청소년들이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정도라면 동물 청소년들은 친구 따라 독까지 먹지만 저자들은 청소년기 동물들의 친구를 중시하는 행동이 이들의 안전, 자립, 지위 등 여러 방면에서 폭넓게 쓸모가 있다고 강조한다. 우선 친구는 '하지 말야아 할 일'을 몸소 체험해 보여주는 '스승'이다. 청소년기 찌르레기는 올빼미와 싸우는 또래를 보고 올빼미를 피해야 한다고 배운다. 청소년기 물고기는 포식자가 없어도 겁에 질린 또래를 보고 위협을 감지한다. 포식자 모형을 탐색한 또래 피라미와 어울린 미숙한 피라미 무리는 어느 순간 직접 포식자 탐색을 마친 피라미처럼 노련해진다. 또래를 통한 간접 경험으로 생존 확률을 높인 것이다.

또래와 어울리면서 쌓은 친화력은 생의 결정적인 순간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1998년 탄자니아에서 서열이 낮은 어미에게 태어난 수컷 하이에나 슈링크는 높은 사회성 기술을 통해 신분 상승을 이뤘다. 어미의 서열을 물려 받는 모계 집단에서 다른 하이에나 친구들과 '우정 산책'을 반복하며 사회성을 기른 슈링크는 이를 바탕으로 집단 우두머리인 마푸타에게 다가가 거듭 부탁하는 행동을 보이며 보호를 얻어내는 데 성공한다. 마푸타의 비호 아래 슈링크는 영양이 풍부한 먹이를 확보했을 뿐 아니라 무리 내 좋은 지위를 얻을 수 있었다. 단 이 과정에서 어미와의 관계는 희생됐다.

사춘기에 접어든 시궁쥐는 원래 좋아했던 먹이를 마다하고 친구가 선택한 먹이를 따라 먹는다. 심지어 이전에 부패한 먹이를 먹고 아팠던 적이 있는데도 또래가 먹는다고 독이 든 먹이를 따라 먹었다. 반대로 또래가 피하는 음식이 있으면 자신도 그 음식을 피한다. 친구 따라 독까지 먹으면 곤란하지만 저자들은 대체로 또래가 알려주는 주변 환경에 대한 정보가 부모가 알려주는 정보보다 정확하다고 설명한다. 부모는 경험이 많지만 새끼에게 현재 영향을 미치는 영양 생태계의 변화를 정확히 따라잡지 못했을 수도 있다.

게다가 열심히 지킨 우정은 자립 뒤 실질적 자원이 된다. 예를 들어 마다가스카르에 서식하며 여우원숭이를 주식으로 먹는 포사는 성인기에 접어들면 형제나 또래 수컷끼리 짝을 이뤄 사냥한다. 사냥 파트너를 찾지 못한 채 외톨이로 지내는 것보다 훨씬 유리한 생존 전략이다. 저자들은 "중요한 것은 음식 자체가 아니라 청소년이 어울리는 친구"라며 "모든 사회적 동물은 집단 안에서 자신을 정의한다. 진정한 독립은 고립이 아니라 자립에서 시작된다"고 짚었다.

초파리도 성관계 '동의'와 '거절' 표시 아는데…

인간 사회에서 '짐승 같은 성행위'는 강압적이고 통제되지 않았다는 의미를 내포하며 대개 부정적 의미를 갖지만 동물들의 성을 연구한 저자들에 의하면 그 비유는 '틀렸다.' 동물들은 어린 시절부터 성교육을 받아 동의와 존중에 기반한 성관계를 맺으려 하고 청소년기에 접어들어 성적으로 성숙했다고 해서 바로 짝짓기에 돌입하기보다는 이를 유예하는 모습을 보인다.

동물들의 성교육은 어떤 측면에서 인간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성교육보다 내용이 충실하다. 인간의 성교육이 신체 구조 및 성행위의 결과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동물들의 성교육은 오히려 좀 더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동물들은 짝을 찾기 위해 성장기에 반드시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는 동시에 다른 동물의 욕구를 읽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따라서 성교육은 핵심은 교미 행위 자체보다 의사소통 방식이 된다. 여기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동물들의 몸단장, 노래와 춤 외에도 눈빛 교환, 끄덕임 등 호의 표시 및 동의와 거절을 읽는 교육이 포함된다. 어린 동물들은 성체를 관찰하고 때로는 성체와 연습을 함께 하며 이 과정을 익힌다.

소통 과정을 익힌 동물들의 성행위는 대개 의사 표시와 그에 대한 존중에 기반해 이뤄진다. 거절도 빠르게 수용된다. 아마존붉은목거북 수컷은 성행위 의사 표시 뒤 암컷에게 대부분(86%) 거절 당하지만 거절한 암컷을 뒤쫓아 재차 성행위를 시도하는 경우는 4%에 불과하다. 수컷 초파리조차 노래 부르기, 춤추기 등 구애 행위를 시작해도 될지 암컷에게 동의를 구한다. 수컷이 암컷의 다리를 툭 쳐서 구애를 해도 될지 말지 의사 표시를 한 뒤 절반 이상(56%)은 거절 신호를 감지하고 이 단계에서 멈춘다. 물론 인간 사회에서도 존재하듯, 강압적 교미를 이어가는 일부 동물들도 있다.

이에 더해 성체 동물들이 청소년기 동물의 성을 보호하는 듯한 모습도 관찰된다. 성체 수컷 고릴라는 청소년기 암컷을 짝짓기 상대로 보지 않는다. 여러 종에 걸쳐 서열이 높은 수컷과 암컷이 청소년기 동물의 생식 활동을 금지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성적으로 성숙했다고 해도 어린 동물들의 출산은 어미와 새끼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신이 취약한 상태인 청소년기 어미는 새끼를 돌보기 어렵다. 나이 어린 맨드릴개코원숭이에게서 태어난 새끼는 성장 속도가 비교적 느리고 마모셋원숭이와 레서스 원숭이의 경우도 어미가 어리면 새끼의 몸집이 작다. 서열이 낮은 청소년기 혹은 청년기 부모 새는 먹이를 구하기 어렵고 포식자로부터 자신과 새끼를 보호하는 법을 몰라 위험에 더 크게 노출된다.

조기 성경험은 동물들에게 트라우마로 남기도 한다. 아직 사회성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종마와 암말이 짝짓기 하면 트라우마가 평생 지속될 수 있고 성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저자들은 "젊은 남녀가 준비되었을 때 사랑을 나누도록 도와주는 복잡하지만 솔직한 의사소통 방법을 현대 사회의 성인도 잘 모르거나 다음 세대에게 알려주지 않는다"며 인간 청소년들에게도 사회 행동까지 포함한 관계 중심적인 성교육이 필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성행위에 따른 원치 않는 임신이나 질병을 방지하는 것 이상으로 청소년이 스스로를 지키는 데 필요하다. 무지한 10대들을 착취하려는 약탈자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아는 사람이 원치 않는 부적절한 방식으로 접근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런 상황에서 "정확하게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청소년들도 알고 싶어하고, 알려 주어야 한다.

저자들은 읽고 쓸 수 없어 체험으로 배워야 하는 동물들과는 달리 인간에겐 책과 영화 등 성에 대한 사회 학습물이 풍부하다고 강조한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에서 주인공들이 자신들의 필요와 욕구를 추구하는 동시에 부모와 공동체의 기대를 따르는 것의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을 볼 수 있고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연애의 기본인 욕구와 불확실성 사이의 균형을 관찰할 수 있다.

이 책을 쓴 의학박사이자 하버드대 인간진화생물학부 교수인 바버라 내터슨 호로위츠와 과학 전문 저널리스트 캐스린 바워스는 방대한 문헌을 연구하고 관련 전문가를 인터뷰해 저작을 완성했다. 머리글에서 저자 자신들도 청소년기 자녀를 둔 부모로서 양육 경험이 집필에 도움이 됐다고 밝혔듯 책엔 청소년기 동물들에 대한 이해 이상으로 인간 청소년들의 행동에 대한 이해가 가득하다. 동물 뿐 아니라 인간의 성장에 대한 통찰을 얻고자 할 때 길잡이가 되어준다. 

"모든 생명체에게 성장이란 지나온 날들을 뒤로하고 미지의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다. 시험을 치르고 기술을 연마하고 경험을 축적하다 보면 정확하게 말도 표현할 수 없는 어느 순간 안전과 사회성, 성적 자신감, 자립심이 모두 충분히 발달해 점차 외부의 타인이나 다른 동물에게 시선이 향하게 된다. 자신을 넘어 타인에 대한 책임을 인지하는 순간에 어쩌면 와일드후드가 끝나고 성인기가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 <와일드후드> (바버라 내터슨 호로위츠, 캐스린 바워스 지음·김은지 옮김) ⓒ쌤앤파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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