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스포츠'로 인식돼온 승마는 아직까지 소수가 즐기는 종목 중 하나다. 무엇보다 고가의 승마 장비 사용에 따른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마장마술용 안장의 경우는 적게는 500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을 호가한다. 수리라도 맞기면, 수백만원의 수리비는 물론 수개월 동안의 기다림을 감수해야 한다.
이 같은 실정을 간파하고, 승마용품의 국산화를 위해 35년 외길을 걸어온 장인(匠人)이 있다.
바로 1인 기업인 태양피혁을 이끄는 주원태 대표다. 그는 지난 23일, 24일 경기 과천시 소재 한국마사회 본관 1층에서 마장마술용 안장 시제품 품평회를 처음으로 열었다.
주 대표는 안장, 굴래 등 승마용품의 연구에서 제작까지 모든 과정을 고군분투하며 심혈을 기울여 왔지만 시장에서 외면받기 일쑤였다.
그러던 중 한국마사회가 승마용품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제작 활성화와 소상공인 지원 일환으로 지난 4월 태양피혁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마사회는 승마선수단과 말산업 전문가들을 통해 승마 현장의 니즈를 태양피혁에 공유하고, 국내산 시제품을 직접 테스트하며 부족한 부분들을 보완할 수 있게 힘을 보탰다.
주 대표는 전문가들의 피드백을 통해 제품 성능을 고도화하며 수입품의 품질을 따라잡는 노력을 기울였다. 더 나아가 새로운 소재와 제작기법을 도입해 가격뿐만 아니라 성능에서도 경쟁력을 키워왔다.
이 같은 노력으로 주 대표는 고급 마장마술용 안장 시제품 제작에 성공했다. 하지만 시제품의 성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실전에서의 효과를 입증해야 했다.
이에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이자 한국마사회 승마단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전재식 감독이 직접 나섰다.
전 감독은 지난 16일 태양피혁의 안장 시제품을 말에 얹고 제11회 정기룡장군배 전국승마대회에 출전해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 감독은 “난이도 높은 마장마술 기술을 구현하는 등 기능적 측면에서 수입제품과 비교해 손색이 없었다. 구체적으로 부드럽고 밀착되는 착용감은 말 위에서 균형을 잡는데 효과적이었고, 탄성과 내구성이 보강된 새로운 방식의 프레임은 개선된 안정성을 보여줬다”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마사회 승마단 우승 소식은 자연스럽게 새로운 안장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마사회와 태양피혁은 대한승마협회의 2023년 심판강습회 현장에서 제품 품평회를 진행했다.
행사에 참여한 170명의 승마전문가들은 시제품을 직접 만지고 앉아보며 다양한 피드백을 전했다.
전주기전대학의 이성호 교수는 “국산 마장마술용 안장이 기대보다 품질이 좋아 합리적 가격으로 선보인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으며, 교육 현장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장애물용 안장 등 승마 필수용품을 국산화하여 보급한다면 승마를 즐기는 이들에게 희소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태양피혁 주 태표는 ”추가적인 실전 테스트로 제품을 완성해 6월중 시장에 최종 선보일 예정이다. 1인 기업이라 인력은 부족하지만,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완성한 고급 마장마술 안장을 발판삼아 앞으로 한층 다양한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이며 승마저변 확대에 기여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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