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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불처럼 번지는 시국선언…선문대 교수들 "외교 정책 전면 궤도 수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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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불처럼 번지는 시국선언…선문대 교수들 "외교 정책 전면 궤도 수정하라"

전국 대학교에서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시국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10일에는 선문대학교 교수 37명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정책의 전면적인 궤도수정과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처절한 자기반성과 성찰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윤석열 취임 1주년에 즈음하여'라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지난 1년을 상징하는 말로 '독선(獨善)' 이외의 표현을 찾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특히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 경제성장률은 1.6%인데, 글로벌 금융위기로 0.8% 성장에 그친 이명박 정부 다음으로 최저"라고 지적하며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취임 1주년을 맞아 한·일관계 복원, 미국과는 글로벌 가치동맹으로 재출발했다고 자평했다. 아쉬운 점, 부족한 점에 대한 성찰이 전혀 없는 독선과 자화자찬만 가득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 참사'를 지적하며 "윤석열 정부가 지향하는 '가치 외교'를 기반으로 한 편향적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는 균형적 실리 외교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번영은커녕 오히려 이른바 북·중·러와 한·미·일이 대립하는 신냉전의 장을 조성하고 있다. 그 결과 동북아시아에는 그 어느 때보다 안보 불안의 위험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일본 총리는 일본 국민을 위하는데,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우리 국민을 버리고 일본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독선적 행태는 국민의 자존심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외교 정책의 전면적인 궤도수정과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처절한 자기반성과 성찰을 촉구하면서 "대한민국의 미래 인재가 고등교육의 깊이 있는 학문 탐구와 자기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정부는 교육부·대학·연구자·학생 모두가 참여하는 민주적·학문적 협의체를 조직하고, 향후 대한민국의 올바른 미래 교육을 위해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도록 추진하라"고 요구했다.

다음은 선문대학교 교수 시국선언 전문.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맞은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내 기자실을 여당 지도부와 함께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취임 1주년에 즈음하여

맹자 '진심장(盡心章)'편에는 "궁할 때는 홀로 자신을 닦고, 높이 쓰였을 때는 세상 사람을 선하게 구한다〔窮則獨善其身 達則兼善天下〕"라는 구절이 있다. 이는 본디 군자란 스스로를 항상 갈고 닦아서 세상을 구제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이 구절에서 비롯된 '독선(獨善)'은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의미로 파생되어 사람들의 아집과 독단을 비판하는 뜻을 갖게 되었다.

안타깝지만 윤석열 정부의 지난 1년을 상징하는 말로 이 '독선(獨善)' 이외의 표현을 찾기 어렵다.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 경제성장률은 1.6%인데, 글로벌 금융위기로 0.8% 성장에 그친 이명박 정부 다음으로 최저이다. 물가상승률 역시 3.7%로 이명박 정부 다음이다. 경상수지는 적자이며, 국가채무는 역대 최고이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취임 1주년을 맞아 한·일관계 복원, 미국과는 글로벌 가치동맹으로 재출발했다고 자평했다. 에너지·환경정책에서도 성과를 보였고, 경제적으로는 세금 부담 완화 등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아쉬운 점, 부족한 점에 대한 성찰이 전혀 없는 독선과 자화자찬만 가득할 뿐이다.

기록적 폭우에도 대통령 윤석열은 서초동 사저로 퇴근했다. 155명의 희생자를 낸 '10·29 이태원참사'는 그 누구의 책임도 아니며, 유가족을 만나지 조차 않는다. 건설노동자의 분신자살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한다. 그에게 있어서 물가폭등은 전 정부의 잘못이며, 자신의 연이은 설화(舌禍)는 한쪽으로 치우친 언론의 탓이다. 대통령은 2022년 8월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회견을 한 이후 지금까지 언론 앞에 서지 않고 있다.

북미 순방 중 비속어 발언, 아랍에미리트의 주적은 이란이라는 발언, 미국 정보기관의 도·감청에 대한 옹호성 발언,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의 '무릎' 발언 등은 국가 원수의 입에서 나올 수 없는 외교참사였다. 나토정상회의에 참석해 내놓은 '탈중국' 발언, 아무런 실익 없는 인도-태평양 정책의 편승 그리고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을 언급을 포함한 대책 없는 '탈러시아' 기조는 시대착오적 냉전 사고에서 기인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지향하는 '가치 외교'를 기반으로 한 편향적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는 균형적 실리 외교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번영은커녕 오히려 이른바 북·중·러와 한·미·일이 대립하는 신냉전의 장을 조성하고 있다. 그 결과 동북아시아에는 그 어느 때보다 안보 불안의 위험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과의 외교 관계의 복원을 위해 "100년 전 역사 때문에 그들이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공식적 사과가 없었음에도, 그는 과거사란 "어느 일방이 상대에게 요구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일본의 대변인과 같은 말을 되풀이 한다. 후쿠시마(福島)오염수 방류에 대해 아무런 권한 없는 시찰단을 파견키로 하여, 사실상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정당성을 부여하기까지 했다.

현충원을 참배한 기시다 일본 총리는 옷깃에 파란색 배지를 달아 북한에 끌려간 일본 국민의 귀환을 염원했다. 그런데 우리 대통령은 대법원에서 판결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제3자 변제방식으로 일본 대신 우리 기업이 배상하겠다고 나섰다. 일본 총리는 일본 국민을 위하는데,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우리 국민을 버리고 일본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독선적 행태는 국민의 자존심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 인재를 키워야 하는 대학 교수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현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 또한 심각한 문제점이 존재한다. 천박한 자본주의적 가치만을 바탕으로 한 학문 생태계의 파괴와 졸속으로 추진하는 교육 정책은 산업수요와 학문의 일치라는 명분을 앞세우지만 학문을 자본에 종속시키고 있고, 진리 탐구와 모든 학문의 터전인 대학을 일부 산업 분야만을 위한 인턴 코스로 전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제 이 같은 단편적이고 근시안적인 교육 정책은 전면 수정되어야 한다.

이에 선문대학교의 뜻을 같이 하는 교수들은 윤석열 정부의 '겸선(兼善)'을 촉구하며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첫째, 윤석열 대통령 취임 1년 각종 경제지표에는 빨간불이 켜졌고, 어렵게 지켜온 민주주의가 크게 후퇴했으며, 거듭된 참사 수준의 외교 정책으로 현재 대한민국은 백척간두의 위기에 휩싸였다는 사실을 통렬히 비판하면서, 외교 정책의 전면적인 궤도수정과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처절한 자기반성과 성찰을 촉구한다.

둘째, 일본과 7년 동안 전쟁을 벌였던 선조(宣祖)는 일본의 국교재개 요청에 대해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가 국서를 조선에 먼저 보낼 것〔先爲致書〕과 도굴범 소환〔犯陵賊押送〕 등을 요구했고, 이를 수행하자 국교를 재개했다. 그럼에도 그에 대한 역사의 평가는 그리 후하지 않다. 이 사실은 그릇된 위정자가 역사의 죄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람은 속일 수 있지만, 역사는 속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다시 한번 가슴에 되새기길 바란다.

셋째, 대한민국의 미래 인재가 고등교육의 깊이 있는 학문 탐구와 자기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정부는 교육부·대학·연구자·학생 모두가 참여하는 민주적·학문적 협의체를 조직하고, 향후 대한민국의 올바른 미래 교육을 위해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도록 추진하라.

2023년 5월 10일

뜻을 같이 하는 선문대학교 교수들(가나다순)

김경수, 김교연, 김선옥, 김순진, 김은수, 문한별, 박경주, 방기철, 박옥남, 석영기, 손종업, 송영주, 심연수, 심영식, 안용주, 양민옥, 유재호, 유정원, 유학수, 이기석, 이성수, 이수진, 이윤, 이호영, 임승재, 임승휘, 장형지, 전기정, 정도섭, 조인희, 주운기, 최영주, 최홍림, 하재룡, 한동환, 허준, 홍기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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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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