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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으로 '문화 접근권' 외치는 장애인 인플루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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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으로 '문화 접근권' 외치는 장애인 인플루언서

[장애인 운동, 독일에 묻다 ⑦] 독일 장애인의 여가활동 및 문화예술 활동

[장애인 운동, 독일에 묻다] 지난 연재

☞ ① 열차·트램 운행 막은 독일 '전장연', 그들이 독일을 바꿨다

☞ ② 한국의 1년 장애인 예산, 독일 1개 도시에도 못 미친다

☞ ③ 장애인 탈시설이 가능한가? 독일에서 길을 찾다

☞ ④ 장애인 구직자에겐 '취업 시련'을 겪을 권리조차 없나

☞ ⑤ 장애인에게도 '가고 싶은 학교에 갈 권리'가 있다

☞ ⑥ 장애인은 투표할 수 있는가? 투표하고 있는가?

2021년 연방 참여보고서의 발표에 따르면, 독일에서 장애가 있는 사람 중 55%가 스포츠를 '전혀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조사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 실시된 것이기 때문에, 팬데믹 동안 이 같은 상황은 더 악화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 최대 장애인 단체인 사회협회(Sozialverband VdK Deutschland)의 대표 베레나 벤텔레(Verena Bentele)는 장애인을 위한 스포츠 시설 부족을 해당 상황의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독일 전체 스포츠클럽 중에 장애인을 위한 스포츠를 제공하는 클럽은 7%"밖에 되지 않으며 "대부분의 클럽이 장애가 있는 사람을 받기 꺼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2021년과 2022년 독일올림픽스포츠연맹(DOSB)과 독일의 대표 사회복지기구인 악치온 멘쉬(Aktion Mensch)는 연방내무부(BMI)의 지원을 받아 독일 전역의 11개 장애인 단체들에서 실시하는 '장애인 통합 스포츠 프로젝트'에 약 700만 유로(약 100억 원)를 지원했다.(악치온 멘쉬는 1964년 독일 텔레비전 채널인 ZDF의 주도로 결성된 독일 사회단체로 복권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매달 복권 수입의 30% 이상을 장애가 있는 아동, 청소년을 위한 사회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필자 주.) 이들의 목표는 독일 내 8만 7000개 스포츠클럽 모두를 장애인을 포괄하는 '통합 클럽'으로 만드는 것이다.

한 예로 독일에서는 모든 초등학생이 필수적으로 수영 자격증을 따도록 교육하고 있는데(1~4단계 중 최소 1단계 평형 및 잠수 이수 의무), 해당 프로젝트에 의해 지역 스포츠협회 및 수영클럽, 학교와의 협업으로 장애가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수영교습을 제공하는 지역 수영장이 늘어났다. 올해 악치온 멘쉬는 지난 3년 동안 전국에 약 20개의 장애 어린이, 청소년들을 위한 통합 수영 프로젝트를 포함해 2000개 이상의 통합 스포츠 프로젝트를 실시했다고 발표했다.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주의 위키나헤르네 수영클럽(Schwimm Club Wikina Herne 1921 e.V.)은 지역 장애인재활스포츠협회(Behinderten- und Rehabilitationssportverband e. V.)와 함께 협력해 일주일에 두 번씩 발달장애인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수영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매 수업에 8~10명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참가한다. ⓒSC Wikina Herne(위키나헤르네 수영클럽)

독일,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의 완전한 이행을 위해서는 가야 할 길이 멀다

스포츠와 같은 여가 활동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노동 영역에서 독일의 장애인들이 충분한 접근성을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는 여러 차례 제기돼 왔다.

2015년 5월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는 독일이 유엔장애인권리협약(UN CRPD)에 명시된 내용을 얼마나 이행하고 있는지 검토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독일 정부가 2009년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발효하고 이 협약의 국내 이행을 위해 2011년 국책추진계획(NAP)을 세우고 추진한 이래 처음 받는 중간평가였다. 결론은 "독일에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일상적이며 변화는 더디다"는 판단이었다.

위원회는 특히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이 명시하는 "정당한 편의제공"의 개념이 독일 개별법에 반영되지 않고 있으며, 이를 도입하기 위한 충분한 계획과 이를 위한 연방 및 주 차원의 일정들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의 이 같은 평가는 놀라운 것이 아니었다. 한해 전인 2014년 독일 최대 장애인협회인 레벤스힐페(Lebenshife)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정신장애인을 포함한 독일의 장애인 중 주택, 학교, 직장, 여행, 여가활동 부문에 '제한 없이 참여할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10% 미만에 불과했다.

스포츠 활동, 극장 및 박물관 방문과 같은 여가활동의 경우 전체 응답자의 62%가 제약을 받고 있었으며, 14%는 '전혀 참여할 수 없다'고 응답했다. 휴가를 떠나거나 여행을 하는 경우 5%만 '제약을 받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독일정부는 이와 같은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2016년 장애인평등법(BGG)을 개정해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 개념을 규정했다(제7조 제2항). 또한 연방참여법(BTHG)을 제정해 기존의 장애인 지원 서비스 체계를 개선하고자 했다. 연방참여법은 기존의 장애인 지원에 관한 내용을 담은 사회법 제9권(SGBIX) 개정을 포함해,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이 정한 '장애인의 완전하고 효과적인 사회 참여와 통합'을 이루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하지만 장애인들은 연방참여법의 미흡한 규정에 항의했다. 그동안 장애인들에게 지급됐던 지원금 변경 등을 포함해 여러 비판 지점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장애인들은 연방참여법이 "여전히 배리어프리 설치 의무를 정부 기관이나 공공 기관에 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술집, 레스토랑, 영화관과 같은 민간 시설에도 '배리어프리를 제공할 의무'가 부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에서 장애인들의 항의가 이어졌지만, 결국 연방참여법은 그대로 통과되어 시행되고 있다.

▲2016년 연방참여법 제정 당시, 정부의 초안이 발표되자 장애인 활동가들은 정부안의 한계를 지적하며 지속적인 항의 시위를 진행했다. 독일 자기결정적인 삶(Selbstbestimmt Leben in Deutschland) 대표 지그리드 아르나드(Sigrid Arnade, 오른쪽)는 "민간 서비스 제공업체에서도 배리어프리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ISL eV(자기결정적 삶을 위한 이익단체)

1992년 5월 5일 독일에서 '장애인 평등을 위한 유럽 항의의 날'이 지정된 이후로 30년이 지났다. 독일에선 지금도 5월이면 여러 장애인 단체들이 모여 모든 사회 영역에 장애인이 차별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장애인도 영화관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도록, 펍에서 친구들과 술과 음료를 즐길 수 있도록 이를 제공하는 '민간 서비스업체들이 배리어프리를 반드시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1990년 1월, 베를린의 인터내셔널 영화관 앞에서 휠체어 이용자들이 '더 이상 장애인들이 문화생활에서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고 시위하고 있다. 이 영화관은 휠체어 장애인들이 이용하기 가장 어려운 영화관 중 하나이며, 휠체어 4대만 들어갈 수 있는 상영관까지 가려면 몇 층의 계단을 올라야 했다.(왼쪽) ⓒBundesarchiv(독일 연방 기록소)

문화 예술 분야에서 '장애인의 접근성' 향상을 위한 노력

문화 및 예술 분야에 장애인들이 보다 쉽게 접근하고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정부와 지자체들의 과제이다. 독일 정부와 16개 주 정부는 2002년 장애인평등법(BGG) 제정, 2009년 유엔장애인권리협약 발효 이래 장애인의 문화생활, 레크리에이션, 여가생활과 스포츠 참여가 가능하도록 해당 부문에 대한 장애인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이를 담당하는 연방노동사회부(BMAS)는 정부의 포괄적인 장애인 정책을 쉬운 참여(Einfach teilhaben)라는 포털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여기서 가장 많이 검색되는 분야는 노동, 건강 다음으로 예술 및 문화 부문이다. 장애인의 여가 시간도 비장애인만큼 다양해야 하며, 이들이 문화생활, 예술활동을 포함한 다양한 여가 활동을 즐기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모든 영역에서 배리어프리가 갖춰지도록 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연방문화미디어부(BKM)에서도 매년 다양한 기금을 통해 장애인이 독일 전역에 있는 박물관, 영화·연극·오페라 극장, 음악 공연장 등 문화시설을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배리어프리를 갖추는 것을 지원하고 있다. 해당 기관 및 사업장은 배리어프리 시설 및 장애인 참여 프로젝트를 위해 매년 최대 30만 유로(4억 3천만 원)까지 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다.

한 예로 독일의 영화관의 경우, 모든 극장이 완벽하게 배리어프리를 갖추고 있진 않지만, 계속 변화 중에 있다. 독일시각장애인연맹(Deutscher Blinden- und Sehbehindertenverband e.v)은 '모두를 위한 극장'(Kino für alle)을 통해 배리어프리 영화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배리어프리로 지정된 영화관에서는 훨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상영관, 화장실 등을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리지널 자막,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 개인에게 화면해설이 음성해설 또는 자막해설로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어플인 그레타(Greta)를 사용할 수 있다.

▲현재 독일의 여러 영화관에서 배리어프리 애플리케이션인 그레타가 이용되는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오른쪽) 그레타는 독일 정부와 독일 영상진흥위원회가 함께 만들었다.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페이스북 캡처

문화 수요자로서만이 아닌 창작자, 또는 플레이어로 활동하는 장애인

정부·지자체의 지원금은 장애인의 문화예술, 창작 활동에도 사용된다. 베를린 람바잠바 극장(Rambazamba Theater)은 다운증후군 장애인을 비롯해 장애인과 비장애인 배우가 함께 무대에 오르는 독일의 대표적인 통합극장이다. 1990년 다운증후군인 아들인 모리츠와 함께 이 극단을 설립한 기젤라 훼네(Gisela höhne)는 연극배우이자 감독으로, 치료의 목적이 아니라 예술을 추구하고자 장애인 연극인들을 위한 워크숍을 열고, 이들과 함께 무대에서 연기했다.

창립 이래 30편이 넘는 장편 작품을 올리고, 연간 100회 정도 공연을 하고 있는 람바잠바 극장은 고전 작품뿐만 아니라 현재의 사회문제와 관련된 새로운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도 한다. 여기엔 다양한 장애를 가진 약 35명의 연극인이 전문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여기에 비장애인 전문 음악가, 댄서, 배우가 합류하는 앙상블 연극공연이 진행되기도 한다. 극장은 2001년부터 베를린 문화청의 지원금을 받으며 운영되어 왔다.

지자체 지원금과 티켓 판매 금액은 극단을 운영하고, 연극 워크숍을 통한 교육과 훈련을 진행하는 데 사용됐기 때문에 오랫동안 람바잠바 극장의 장애인 배우들은 임금노동이 아닌 취미활동으로 연극에 참여했다.

그러나 2007년부터는 베를린의 한 사회적 기업인 비아(VIA gGmbH) 내에 장애인을 위한 예술 작업장이 설립되었고, 장애인 작업장으로 지정된 비아가 람바잠바 극장과 연계하여 장애인 연기 교육 및 훈련을 담당하게 되었다.

이제 람바잠바 극장에서 활동하는 배우들은 비아의 예술 작업장 소속으로, 작업장에서 급여를 받으면서 일하는 전문 배우로 활동할 수 있게 됐다.

▲베를린 복합문화공간인 문화 양조장(KulturBrauerei) 내 람바잠바 극장에서 활동하는 장애인 배우들. ⓒRambazamba Theater(람바잠바 극장 홈페이지)

독일의 장애인 활동가들은 '틱톡'을 한다?

라디오 방송, TV 프로그램 사회자로 활동할 뿐만 아니라, 개인 블로그, 유튜브, 팟캐스트 채널을 통해 독일에서 장애인의 실상에 대해 알리고 있는 장애인활동가 라울 크라우트하우젠(Raul Krauthausen)은 2020년부터 틱톡(Tiktok)을 시작했다.

그가 틱톡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 일상에 장애인들이 더 많이 드러나야 한다." 그는 14세에서 20세 연령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틱톡을 통해 젊은 사람들과 '장애'라는 주제로 대화하고 있다.

20초가 안 되는 영상을 통해 그는 춤을 추기도 하고, 악기를 연주하기도 하고, 자신의 삶에 대한 매우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그의 틱톡 계정은 약 19만 명이 팔로우하고 있고, 많게는 3백만 조회수를 기록하는 영상도 있다.

크라우트하우젠 뿐만 아니라 독일의 여러 젊은 장애인들이 자신의 일상과 직업활동을 담은 사진과 영상을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을 통해 공유하고 있다. 이들은 소설네트워크 기반 인플루언서로서 뿐만 아니라 방송인, 수화통역사, 배우, 사진모델, 컨설턴트, 저널리스트, 작가 등으로 일하고 있다.

누구나 소셜네트워크에 자신의 일상을 공유할 수 있지만, 이들의 일상이 담긴 사진, 영상, 발언들은 독일이 통합사회로 가는 과정에서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개선되어야 하는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액티비즘에 가깝다.

▲2020년부터 틱톡 영상을 통해 많은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는 라울 크라우트하우젠(Raul Krauthausen)은 독일 공로 훈장을 수상한 독일의 장애인 권리 운동가다. ⓒ라울 크라우트하우젠(Raul Krauthausen) 틱톡 계정

시각장애인 에어딘 키프락(Erdin Ciplak)은 틱톡에서 'Mr.Blindlife'란 이름으로 활동하며 54만 명의 팔로우를 보유하고 있는 인플루언서다. 그는 이동하고, 장을 보고, 미용실을 가는 등의 일상에서 매일 부딪히는 장벽에 대해 유머스럽게 편집한 영상을 매일 틱톡에 올리고 있다.

미리암&타베아 메베스(Marian&Tabea Mewes) 남매는 인스타그램에서 'notjustdown'이란 이름으로 활동하며 다운증후군이 있는 가족과 함께 산다는 것, 다운증후군 장애를 갖고 사는 사람의 일상이 결코 불행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크론병에 의한 염증성 장 질환으로 신체적 변화를 얻게 된 사스키아(Saskia)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어떻게 장애가 있는 몸을 사랑할 수 있는지, 장애가 있는 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장애가 있는 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당신의 게시물은 항상 내 기분을 좋게 합니다", "난 왜인지 더 이상 외롭지 않아요", "우리를 위해 존재해 줘서 고마워요!", "당신이 여기서 매일 하는 활동들이 정말 놀랍습니다" 이들의 게시물에 달리는 댓글들이다.

이들은 장애가 있지만 비장애인처럼 가족과 친구와 여행을 다니고, 공공 수영장이나 체육관을 이용하며, 영화관이나 박물관 등 문화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동시에 장애가 있는 몸으로 일상에서 이동을 하거나, 장거리 여행 또는 휴가를 떠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우며, 장애인이 영화관이나 극장, 박물관 등에 갈 때 얼마나 많은 제약이 따르는가도 보여준다.

이들은 장애인이 비장애인들처럼 여가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사회의 많은 부분이 개선돼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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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어진

한국과 독일에서 정치학을 공부했다. 현재 프랑스 파리에서 정치/사회 부문 기고, 번역, 리서치, 팟캐스트 제작, 라디오 방송 리포팅을 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삶'이란 키워드로 독일에 사는 한국 녹색당원들과 만든 <움벨트>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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