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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문학, '고은 복귀' 재시동…"복귀 반대 여론은 왜곡 기사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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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문학, '고은 복귀' 재시동…"복귀 반대 여론은 왜곡 기사 때문"

21일 자사 홈페이지에 '출판의 자유권에 대한 설문조사' 페이지 개설

지난 1월 시인 고은의 신간을 출간했다가 여론의 반향 끝에 신간 공급을 일시 중단한 실천문학사가 고은 복귀에 대한 반대 여론이 "왜곡"에 의한 것이라 주장하며 차후 행보에 대한 자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관련기사 ☞ 성추행 폭로 5년 지나 복귀한 고은, 사과는 없었다)

실천문학사는 지난 21일 자사 홈페이지에 문인, 독자, 언론인 등을 대상으로 한 '출판의 자유권에 대한 설문조사' 페이지를 개설하고 "본사의 차후 행보 (시집 공급 및 가을 예정 관련 심포지엄 등) 참고 차 설문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설문 공지에서 출판사는 자사의 현 상황을 "고은 시인의 신간 시집(무의 노래)을 출판하였지만 여론의 압력에 출판의 자유를 포기해야 하는지에 대한 결정이 날 때까지 일단 공급을 중단한 상태"라고 소개하며 고은 복귀 소식과 관련한 언론의 "공격", "왜곡" 등이 "본사에 압력을 가중시켰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고은의 신간 서적 <고은과의 대화>, <무의 노래> 출간 소식을 처음 밝히며 이에 대한 자체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발표한 문학전문 매체 <뉴스페이퍼>에 대해서 "마이너 인터넷신문" 등 비난조의 설명을 덧붙이는 등 강한 비판을 제기했다.

앞서 지난 1월 9일 <뉴스페이퍼>는 응답자의 99.2퍼센트(1973명)가 고은의 복귀에 반대하고 있다는 자체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실천문학사는 이 같은 결과가 "본사 출간 전 조사나 (1월) 13일 <뉴스토마토>의 50% 반대 여론조사와는 매우 다른 결과로 고의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실천문학사는 같은 매체가 지난 1월 19일 게재한 이승하 시인의 고은 복귀 관련 입장문에 대해서도 "왜곡 기사"라고 비판하며 해당 입장문이 "타 미디어들의 공격 빌미 기사거리가 되면서 본사에 압력을 가중시켰다"고 주장했다.

입장문 발표 당시 계간 <실천문학>의 편집자문위원으로 활동했던 이승하 시인은 윤한룡 실천문학사 대표가 고은의 신간을 발간하는 데 있어 이 시인을 비롯한 자사 편집위원 11명을 '패싱'했다고 밝히며 편집위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성폭력 사실에 대한 사과도 없이 고은의 복귀를 도왔다'는 비판 여론이 이어지자 윤 대표는 "시집 간행 전에 충분히 중지를 모으지 못한 상태에서 시집 출판을 결정"했다며 사과와 함께 고은의 시집 및 대담집에 대한 공급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당시 윤 대표는 "공급 중단은 여론의 압력에 출판의 자유를 포기해야 하는지에 대한 결정이 날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며 공급 중단 결정이 출판 과정에서의 윤리적 고민 보다는 여론의 압박 때문이라는 점을 시사했는데, 이번 설문조사 또한 그러한 의식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실천문학사 측이 게재한 설문조사 문항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출판사는 "언론들이 고은 시인의 5년만의 신간 시집 출간을 두고 '고은 사과 없이 5년만에 문단 복귀'란 제목을 붙여 마치 실권자가 복권된 것처럼 자극적인 프레임을 씌워 기사화했다"라며 "고은 시인은 시인을 은퇴한 적도 시인 자격을 박탈당한 적도 없으며, 그렇다고 탈퇴한 문단 단체에 복귀한 것도 아니다. 이런 '제목 뽑기'를 선생님은 주관적 프레임 씌우기로 보시나" 묻는 등 고은 복귀에 대한 언론보도를 비판하는 태도를 보였다.

언론보도 이후 이어진 비판 여론에 대해서도 출판사는 "언론과 여론이 순수 문학도서를 적법하게 출판한 출판사의 출판의 자유권리(헌법 21조)를 억압하는 것"이라 언급하며 "선생님은 (이것이) 정당하다고 보시나"물었다.

이어 출판사는 "고 김성동 작가에 대한 고은 시인의 추모시가 본사 문예지에 실렸다고 <뉴스페이퍼> 등으로부터 공격당해 주간과 편집위원들이 전원 사퇴하고 그 결과 잠시 휴간하게 됐다"며 이에 대한 정당성을 조사 참여자들에게 묻기도 했다. 지난 21일 시작된 해당 설문조사는 오는 5월 4일까지 2주간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고은 시인은 지난 2017년 최영미 시인의 '미투' 운동으로 본인의 과거 성폭력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자 지난 5년간 잠행을 이어왔다. 고은은 2018년 성추행 사실을 부인하며 최 시인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하기도 했지만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하고 2019년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다.

지난 1월 실천문학사를 통해 발간된 고은의 시집과 대담집은 고은이 성폭력 가해 사실에 대해 공식적 인정이나 사과 표명을 하지 않은 상태로 세상에 나왔고, 이에 문단 내외의 비판이 이어졌다.

최 시인은 지난 1월 17일 <헤럴드경제>에 기고한 칼럼 '위선을 실천하는 문학'에서 "권력은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라며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 권력을 한국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나는 지켜볼 것"이라고 고은 복귀에 대한 심경을 밝힌 바 있다.


한편 <뉴스페이퍼>는 24일 입장문을 내고 "<뉴스페이퍼>는 설문조사 마감 이후 설문조사 로우데이터를 언론에 제공했으며, 문항이 중립적인 나머지 고은시인을 돕고자 설문조사를 한다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라며 "중립적인 입장에서 설문조사를 진행했음을 밝히며, 어떠한 고의적인 왜곡도 없었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매체는 실천문학사가 이승하 시인의 기사를 "왜곡 기사"라 지적한 일에 대해서도 "이승하 시인의 '고은 시인의 문단 복귀를 지켜보면서' 라는 칼럼이 왜곡된 부분이 있다면 실천문학은 정확하게 지적해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매체는 "(실천문학에게는) 설문조사 결과를 비판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하지만 설문조사 결과를 놓고 이를 언론과 여론이 실천문학을 압박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며 "언론과 시민들이 견해를 표현하는 것은 언론과 사상의 자유 그 자체다. 따라서 뉴스페이퍼의 설문조사 결과를 실천문학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으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천문학사가 21일 자사 홈페이지에 게재한 '출판의 자유권에 대한 설문조사' 화면. ⓒ실천문학사 설문조사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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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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