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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선을 실천하는 문학", "괴물의 귀환" … 고은 복귀에 문화계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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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선을 실천하는 문학", "괴물의 귀환" … 고은 복귀에 문화계 분노

최영미 시인 "싸워야 할 사람은 고은 한 사람이 아닌 그를 둘러싼 거대한 네트워크"

성추행 사실이 드러나며 문단을 떠났던 고은 시인이 사과 없이 5년 만에 문단에 복귀한 가운데, 이를 둘러싼 문화계와 시민들의 분노가 이어지고 있다.

2017년 고은의 성폭력 사실을 폭로했던 최영미 시인은 지난 17일 <헤럴드경제>에 기고한 칼럼 '위선을 실천하는 문학'에서 "권력은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라며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 권력을 한국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나는 지켜볼 것"이라고 고은 복귀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칼럼의 제목 '위선을 실천하는 문학'은 앞서 지난 12일 최 시인이 고은의 문단 복귀 소식을 전해 듣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한 한 마디이기도 했다. 고은 본인을 포함해 그의 과거 성폭력 및 최근 복귀를 직간접적으로 도와온 문단 전체를 비유하는 의미로 풀이된다.

최 시인은 칼럼에서 지난 2018년 고은과의 법적 분쟁 당시를 회상하며 "나는 내가 싸워야 할 상대가 원고 고은 한 사람이 아니라 그를 둘러싼 거대한 네트워크, 그를 키운 문단 권력과 그 밑에서 이런저런 자리를 차지하고 이익을 챙긴 사람들, 작가, 평론가, 교수, 출판사 편집위원, 번역가들로 이뤄진 피라미드 전체라는 사실을 알았다"라고 썼다.

최영미 시인은 지난 2017년 계간지 <황해문화>를 통해 시 '괴물'을 발표하며 고은의 성폭력 사실을 폭로했다. 최 시인은 이후 문단을 포함해 사회 전 분야에서 이어진 미투 운동에 기여한 바 있다. 고은은 2018년 성추행 사실을 부인하고 최 시인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지만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이후 2019년 고은이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면서 법적 분쟁은 마무리됐다. 다만 고은의 공식적 사과 표명은 이후로도 없었다.

칼럼에서 최 시인은 "다시는 그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밤이 없을 줄 알았는데...."라고 쓰며 고은의 이번 복귀로 인한 씁쓸함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고은은 앞서 지난 9일 출판사 실천문학사를 통해 시집 <무의 노래>와 대담집 <고은과의 대화>를 출간하며 공식적인 문단 활동을 재개했다. 많은 이들이 성추행 사건에 대한 고은의 사과 표명을 요구해왔지만 이번 시집 및 대담집에서도 성추행 관련 언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문화계와 독자들의 분노가 이어졌다.

문화예술인 연대체 문화연대는 18일 오전 논평을 내고 고은의 문단 복귀를 "괴물의 귀환"이라 평했다. 논평에서 단체는 고은의 성폭력 사건과 실천문학사 등 그를 두둔하는 일부 문학계 구성원들을 "썩어가는 환부"라 지칭하며 "이 환부가 제거되지 않는 한 한국의 문학계는 당분간 '진정성의 탈을 쓴 비진정성'이란 오명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9일 문학전문매체 <뉴스페이퍼>는 1월 7일부터 8일까지 172명의 문인과 1817명이 독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고은 문단 복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매체에 따르면 고은 복귀에 반대한 사람은 1973명으로 99.2%였다. 찬성한 사람은 16명으로 0.8%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97.8%는 '고은 시인이 자숙해야할 기간'을 묻자 '복귀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답했다.

고은 복귀를 도운 실천문학사와 신간 추천평을 남긴 주변 문인들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문화연대는 이날 논평에서 고은의 신간 <고은과의 대화> 추천평을 쓴 윤한룡 실천문학 대표이사를 두고 "이쯤 되면 (성폭력 사건에 대한) 한 시인의 의도적인 침묵을 넘어 문단 전반에 깔린 집단적인 망각을 의심하게 된다"라며 "최영미 시인이 최근 지적한 대로 그야말로 '위선을 실천하는 문학'일 테다"라고 지적했다.

실천문학은 고은 신간의 출판사 서평에서 고은에 대해 "전 지구적 시인"이라는 찬사를 남겼다. 이에 최영미 시인은 앞선 칼럼에서 "진실을 말한 후배 시인의 글에 대하여 명예를 훼손당하였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한 그가 전(全) 지구적 시인 맞나?"라고 되물었다.

최 시인은 또한 시집 <무의노래>의 해설을 쓴 김우창 문학평론가에 대해서도 "그(고은)의 시집에 한 대학의 명예교수인 K선생이 아름답고 모호한 해설을 썼다고 한다"라고 언급하며 "얌전한 샌님인 평론가들에게 술자리에서 거리낌 없이 여자를 욕보이는 고은의 요란하고 대담무쌍한 말과 추행은 멋있어 보였을 것"이라 꼬집기도 했다.

문화연대는 "이제 이 사건의 병증은 한 문단 원로의 일탈에서 그를 둘러싼 문단 권력의 위선과 그를 추앙하는 무감한 패거리에게로 옮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천문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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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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