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출된 미국 기밀문건을 통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에 대한 미 정부의 도청 및 감시 정황이 추가로 보도되자 유엔이 미국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18일(현지시각) 일일 브리핑에서 전날 <워싱턴포스트>(WP)의 미 정부가 구테흐스 사무총장을 감시한 정황을 추가로 폭로한 보도에 관한 질문을 받고 "해당 문건은 기본적으로 사무총장 대화를 왜곡해 요약한 것"이라며 "사무총장 및 다른 유엔 고위 관리들의 소통이 미 정부의 감시와 간섭 대상이 됐다는 최근 보도에 대해 당사국(미국)에 공식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에 "이 같은 행동이 유엔 헌장과 유엔 특권과 면책에 관한 협약에 열거된 미국의 의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설명했다.
전날 <워싱턴포스트>는 미 주방위군 소속 잭 더글러스 테세이라(21) 일병이 유출한 기밀 문건에 기반해 미 정부가 구테흐스 사무총장과 유엔 관리들을 감시해 온 정황이 담긴 내용을 추가로 폭로했다. 매체는 해당 문건에 지난 2월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린 아프리카 연합 정상회담 참석 때 분쟁지역인 티그라이 지역을 방문하려 했지만 데메케 메코넨 에티오피아 부총리 겸 외무장관에게 거부 당하자 이에 대해 유엔 주재 에티오피아 대표에게 항의하려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문건엔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지난 3월8일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을 때 사전 예고 없이 '국제 여성의 날' 행사가 열려 여성 군인 등에 메달 수여식이 열렸고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군인들을 축하하는 듯한 사진이 널리 게재되며 "매우 화가 났다"는 내용도 담겼다.
매체는 문건에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두자릭 대변인에게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그들이 우리를 "팔아먹었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두자릭 대변인이 사무총장이 불쾌해한 것은 사실이나 '팔아먹었다'는 표현은 없었다고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지난주 유출 문건을 통해 미 정부의 구테흐스 사무총장 도청 및 감시 정황이 보도된 뒤 유엔 쪽은 "사무총장은 오랫동안 직무를 수행해 왔고 오랜 기간 정치적이고 공적인 인물이었다"며 "그래서 그는 사적 대화를 누군가가 도청하고 감시한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은 것 같다"고 비교적 차분한 입장을 내 놓은 바 있다. 다만 유엔 쪽은 당시 "놀라운 것은 사적 대화가 왜곡된 채 공개되도록 하는 불법행위와 무능력"이라고 덧붙이며 유출을 막지 못한 미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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