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형사재판소(ICC)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아동 불법 이주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한 가운데 외신이 이 같은 행태가 조직적으로 이뤄진 정황이 있다고 폭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8일(현지시각) ICC 체포 영장에 적시된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아동 불법 이주 혐의가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진 정황이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우크라이나 검사들과 목격자들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군은 헤르손을 점령하자마자 병원·고아원·학교 등의 아동 명단을 작성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10월 러시아군이 이 지역에 위치한 고아원에서 50명가량의 아동을 데리고 나가는 장면이 보안 카메라에 찍혔고 헤르손 주민들이 이후 이 아이들 중 일부를 러시아 국영 매체에서 방영한 가두 행진 장면에서 목격했다고 증언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또 지난 가을 헤르손에서 러시아군이 철수를 준비할 무렵 이 지역 한 병원에서 원내 신생아들의 러시아로의 강제 이주를 막기 위해 아이들이 위중한 상태라고 의무 기록을 조작했다고 전했다. 매체는 이를 통해 병원이 14명의 아기들의 이주를 막아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미 예일대 공중보건대학원 인도주의연구소는 미 정부가 지원한 보고서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뒤 우크라이나 어린이 최소 6000명을 러시아로 강제 이주시켜 사상 교육을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날 ICC 전심재판부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아동을 불법적으로 이주시킨 전쟁 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ICC는 해당 범죄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해 2월24일부터 저질러졌다고 추정되며 푸틴 대통령이 아동 불법 이주에 직접 관여 및 적절한 감독을 수행하지 못한 데 책임이 있다는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설명했다. ICC는 영장이 지난달 22일 검찰 청구를 토대로 발부됐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대통령실 아동인권 담당 위원인 마리야 리보바 벨로바에게도 우크라이나 아동 불법 이주 혐의로 푸틴 대통령과 함께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수사를 총괄하는 카림 칸 ICC 검사장은 17일 성명을 내 "적어도 수백 명의 아동이 고아원과 아동보호시설에서 강제 이주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많은 아이들이 러시아에서 입양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아동을 전리품 취급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궁(크렘린) 대변인은 2016년 ICC에서 탈퇴한 러시아가 ICC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아 이번 조치는 법적 관점에서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협조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푸틴 대통령의 신병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해 이번 영장 발부가 상징적 조치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칸 검사장은 17일 미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치 전범·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슬라비아 대통령·찰스 테일러 전 라이베리아 대통령 재판 사례를 들며 "그들 모두 막강한 개인이었지만 결국 법정에 서게 됐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로이터> 통신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7일 기자들에게 푸틴 대통령은 "분명히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며 체포영장이 "정당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미국도 ICC에 가입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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