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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윤' 대 '친명', 적대적 공생 혹은 정치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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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윤' 대 '친명', 적대적 공생 혹은 정치의 몰락

[최창렬 칼럼] 검찰 출신 대통령과 사법리스크 야당 대표의 합작품

국민의힘의 지도부의 라인업이 짜이면서 여야의 대결구도는 한층 가팔라질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적극 개입한 이번 경선에서 당의 '친윤'의 영향력이 압도적이라는 사실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의 규정력은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임기 초의 당내 여론은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당무 개입 논란은 차치하고 여야 관계가 거의 복원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대치가 심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한국정치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편향을 동원한 지지층 결집의 정치, 화석화된 여야의 대결 구도, 진영에 몰입된 양극화 정치 등이다. 이러한 기본적 구도 외에 한국정치를 결정적으로 특징짓는 현상은 기득권 정치다. 이러한 현상들을 가능케 하는 것은 '적대적 공생'의 정당체제다. '적대'가 기득권 정치에 자양을 제공하는 정치의 양극화가 이번 국민의힘 경선을 거치면서 완성됐다고 볼 수 있다.

독재정권 시절 남한의 박정희와 북한의 김일성이 상호 극단적인 대결을 이어 나가면서 독재정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서로 상대방의 존재였다. 이른바 전형적 적대적 공생 관계다. 여야 관계를 과거와 등치시킬 수 없지만 지금의 여야 관계에 비유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로 당의 내분이 심화되고 있다. 이는 공천과 관련된 문제로서 당직 인선이나 소통 등으로 접근할 정도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친명'과 '비명'의 대결 구도는 가치와 이념, 정책의 차이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각자 자신들의 정치적 생존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은 '역대급 비호감'이란 오명을 얻었고 대선 1년이 지난 현재 그 네이밍은 극단의 대립을 노정하고 있는 정치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 역대 가장 근소한 표차로 당락이 갈렸다는 정치적 배경이 있지만 이보다 더 적대의 도를 더했던 것은 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검찰 출신 대통령과 사법리스크에 노출된 야당 대표의 구도 자체가 여야의 협치를 원천적으로 가로막는 요인이라 아니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에는 이 대표를 옹위하려는 친명 그룹의 강경파가 포진하고 이를 강하게 견인하는 팬덤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한 배에 탄 정치공동체들이며 내리는 순간 공천에서 멀어진다고 생각할 것이다. 비명 역시 마찬가지다. 이러한 구도가 당내 강경파와 반대파와의 대척을 더욱 강화하는 구조다.

이에 맞서는 국민의힘은 친윤 그룹이 당을 장악하고 대통령의 의제 설정력이 강하게 작동하는 구조가 경선을 통해 확인되면서 정당체제는 여야 관계라는 기본 구도보다 본질적으로 '친윤 대 친명'의 극단적 갈등 구도가 완성된 것이다. 친윤은 친명의 존재가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시키는 버팀목이고, 친명은 친윤이라는 강경한 세력이 친명의 존재를 정당화시킬 수 있는 메커니즘이 된 형국이다. 증오와 불신으로 점철된 적대가 오히려 각자의 존재를 강화시키고 입지를 정당화 시키는 구도가 완성된 것이다. 이른바 '적대적 공생'의 부활이다. 이는 지금까지의 여야 관계의 대립의 강도와 질적으로 다른 구도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이 대표를 만났지만 총선을 의식한 양대 정당의 수장들의 회동이 얼마나 정치복원에 기여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적대적 공생 구도는 기득권과 양극화 정치의 연장에 있지만 한국정치 퇴행을 고착화시킨다는 면에서 더욱 심각하다.

국민의힘이 대통령실로부터 얼마나 상대적 자율성을 확보해 나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지만 절대적인 대통령실의 지원에 힘입은 김 대표와 지도부가 얼마나 민의의 편에서 정당의 자율성을 가지고 대통령실과 수평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느냐에 대해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민주당 역시 마찬가지다. 검찰 수사를 '사법사냥'과 '사법살인'으로 규정하고 '광기'로 규정한 이 대표의 친위세력이, 적대하고 있는 국민의힘과 협상과 타협을 해 나갈 의지 자체가 있을지 의문이다. 거대정당들의 대립구도가 총선까지 이어질 게 확실하고 여당과 제1야당의 원심력이 어떻게 작용할지도 정당체제 변화의 변수들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여야 정당 내부의 파워 그룹이 상대를 포용하지 않고 그들만의 공천권과 기득권 유지에 집착하고 매몰된다면 정치적 몰락은 명약관화하다. 슈미터와 칼(Schmitter and Karl)에 따르면 민주주의란 통치자가 공적 영역에서 그 행위에 대해 책임지도록 시민들에 의해 제약되는 정치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이 끝난 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 참석자들과 차례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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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다양한 방송 활동과 신문 칼럼을 통해 한국 정치를 날카롭게 비판해왔습니다. 한국 정치의 이론과 현실을 두루 섭렵한 검증된 시사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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