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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 공항 건설로 제주를 파괴하겠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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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 공항 건설로 제주를 파괴하겠다니…

[기고] 제주, 평온을 파는 전쟁터

온 국민에게 제주는 각별한 곳이다. 육지 어느 곳과도 차별화되는 경관을 보며 여행객들은 일상을 떠나왔음을 더욱 또렷이 느낀다. 제주로 향하는 사람들이 가진 공통된 기대는 무엇보다 자연 속에 있다는 평온함을 느끼는 것 아닐까. 옥빛 바다와 검은 돌담에 둘러싸인 푸른 밭, 오름과 숲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절로 마음이 고요해질 수 있다.

그러나 머릿속 그 풍경과 달리 제주의 실상은 전쟁터이다. 넘치는 관광객으로 인한 쓰레기와 하수 문제, 교통 체증과 대기 오염, 상수도 자원의 고갈 등 섬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다. 당장 쓰레기 소각장과 하수처리장 증설 문제로 주민들의 고통과 갈등이 첨예하다. 곳곳이 도로 증설과 개발사업으로 파헤쳐지고 있고, 수많은 생명이 소리 없이 죽어 나가고 있다.

제주 2공항 부지로 예정된 성산을 비롯해 제주 동부 일대도 개발의 압력이 거세지면서 한해가 다르게 경관이 변하고 있다. 성산 일대는 오름과 숨골이 많고, 철새들을 비롯한 다양한 야생동물들의 서식지이다. 과도한 개발로 서식지를 빼앗기는 제주의 야생동물들에게 마지막 남은 피난처 같은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공항을 짓는다는 것은 제주의 본래 모습을 돌이킬 수 없게 파괴하는 결정타가 될 것이다. 공항건설과 함께 관광객을 수용하기 위한 숙박시설과 각종 편의 시설 건설, 도로 확장 등 대규모 개발이 수반될 것이다. 연간 1500만 관광객으로 쓰레기 섬이 되어가는 제주에 공항을 하나 더 짓는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뻔하고도 두렵다. 제주 2공항 건설 여부는 개발과 착취의 전쟁터 제주의 운명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제주 2공항 건설 강행을 한발 더 밀어붙였다. 보완과 재보완을 거듭하고도 2021년 반려된 환경영향평가서를 올해 초 "다시" 제출해, 기어이 환경부로부터 조건부 동의를 얻어냈다. 공항건설을 적극 추진해 온 원희룡 제주 도지사가 국토부 장관으로 임명되자 곧바로 한 일이 바로 반려된 환경영향평가서를 보완할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2021년 당시 협의 의견을 살펴보면 조류 서식지 보호 방안을 비롯해 어느 것 하나 보완될 수 없는 사안들이고, 신공항 건설로 피할 수 없는 환경파괴의 결과가 명백했다. 반려가 아니라 부동의로 결정 났어야 마땅한 의견서인데, 사업추진의 불씨를 남겨둔 환경부의 무책임한 결정이 오늘 조건부 동의로 이어졌다.

▲3월 3일 환경부앞 제주 2공항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촉구 기자회견. ⓒ최소영

오늘 이 소식을 듣고 환경부 정문 앞에서 오랫동안 노숙 단식농성을 거듭했던 김경배 님이 생각났다. 단식으로 생명을 갈아 넣으며 싸워온 경배님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의 투쟁이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다. 2019년 부동의 결정이 났었던 설악산 케이블카마저 최근 환경부가 조건부 동의를 결정하면서 환경영향평가라는 행정절차에 대한 회의와 무용론이 거세지고 있다. 이 결정은 대통령이나 도지사의 공약이면, 즉 권력자들이 원한다면 사업 내용이 어떤 문제가 있든 결국 허가를 내어준다는 명백한 신호이다. 이런 신호는 정부의 행정 행위가 가지는 공공성과 정당성에 대해 전면적인 불신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부당한 국가사업에 맞서 국민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필자가 환경부 앞에서 신공항 반대 피켓팅을 하고 있으면 길가는 시민들이 종종 제주 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이유가 뭔지 물어본다. 처음에는 공항 이용의 편의성만 생각하던 시민들도, 과도한 관광 개발로 망가지고 있는 제주의 위기를 전해 듣는 순간 제주의 자연을 지키는 것이 그 무엇보다 우선임을 수긍한다. 반면 이 나라 정부가 기후 붕괴에 직면해 가장 우선시하는 일은 이윤과 편리를 위해 남김없이 자연을 착취하고, 내일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탄소배출 감축이 아니라, 거꾸로 제주 2공항을 비롯해 전국에 10개나 되는 신공항을 건설해 대규모 탄소배출 계획을 세우고 있다. 더 많은 소비와 관광을 부추겨 개발업자들에게 더 많은 돈을 보장하고, 오래 이어온 주민들의 삶을 파괴하고 생명들을 학살하는 전쟁을 벌이는 일 말이다.

기후위기에 역행하는 정부에 강력한 경고장을 날리기 위해 전국에서 투쟁하는 시민들이 4월 14일 환경부를 비롯한 세종 정부청사 앞에 모여 414기후정의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414기후정의파업 조직위원회는 환경부가 제주 2공항 건설에 동의할 경우 '환경부 해체 투쟁을 벌이겠다'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는 공항건설계획을 졸속으로 협의해 도장 찍어준 환경부는 이날 대답해야 할 것이다, 당신들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

최소영 / 세종 시민. 정의당 세종시당 생태위원회에서 활동하며, 414기후정의파업 공동집행위원장으로 4월 파업을 함께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기고는 <제주투데이>에도 공동으로 게재됩니다.

▲세종 시민 최소영. ⓒ최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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