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JTBC가 독점보도한 '김용장 미군 군사정보관 증언'은 오보였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JTBC가 독점보도한 '김용장 미군 군사정보관 증언'은 오보였다

[기고] 3번 확인된 '가짜' 군사정보관 김용장의 5.18 증언과 수정되지 않는 오보

지난 2019년 3월, JTBC의 간판 시사프로그램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가 5.18 광주항쟁 당시, 광주 미 공군기지에 근무했던 미군 군사정보관이라며 독점보도한 김용장은 군사정보관이 아니었고, 그가 작성해서 백악관까지 올라갔다던 5.18 보고서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그 확인 과정은 다음과 같다. 4년 전, 그의 첫 JTBC 인터뷰 때부터, 김용장의 5.18증언 대부분이,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된 사실과 어긋났고, 미군 군사정보관이라면 당연히 알아야 하는 간단한 사실조차 그는 알지 못했다. 같은 해 5월 31일, 김용장은 나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는 연금을 받지 않은 임시직이며, 미국 국적을 취득한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 직전, 김용장의 부대가 속한 미 육군 보안사령부(INSCOM), 그리고 두 곳의 상급기관, "미 태평양사령부" 그리고 미 국방부 정보국(DIA) 에게 김용장 보고서와 그의 신분을 확인해 달라는 정보 공개를 요청했다.

태평양 사령부와 INSCOM모두, 김용장이 작성한 보고서도 없다는 서면 확인을 받았다. 한국 국적 계약직은 군사정보관이라는 특수직에 임용될 수 없고, 그가 속한 상급 조직들은 그의 보고서를 찾을 수 없다고 했다. 이 사실만으로도, 김용장이 미 군사정보관이라는 주장은 허위라는 것을 충분히 증명할 수 있었다. 나는 이러한 사실을 <경향신문>에 두 차례, <레디앙>에 한 차례 정리해서 보도했다. 그런데 지난 1월 6일 DIA에서 최종적으로 김용장이 작성한 보고서는 찾을 수 없다는 통고를 받았다. 김용장이 스스로가 상급기관이라 밝힌 세 곳 어느 곳에도 그가 작성해 백악관까지 올라갔다던 보고서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가짜 미 군사정보관 김용장'의 주장에 근거한 JTBC의 보도는 더 이상 반론의 여지가 없는 오보다.

JTBC 보도가 가져온 파문

돌이켜보면 이 보도가 전파를 타지 않을 수도 있었다. 김용장과 같은 학교를 다녔다는 허장환은 김용장의 증언 아닌 증언을 갖고 MBC <피디수첩>과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 접근했다. <피디수첩>은 자체 조사로 김용장의 주장이 믿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는 피지까지 찾아가 김용장을 인터뷰했고, 이를 특종보도했다.

5.18의 모든 의문을 단숨에 답해버린 군사정보관이 가장 시청률 높은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에 등장하자, 커다란 파문이 일었다. 특히 5.18의 진실 규명을 어느 곳보다 갈구한 광주에서 그랬다. 518 기념재단 상임이사는 피지까지 가서 김용장을 모셔 왔다. 기자회견도 두 차례 했고, 독점 보도를 주도한 B기자는 5.18 기념재단의 5.18 언론상을 수상했다.

여파는 계속됐다. 2020년, 허장환이 출간한 책에, 김용장은 군사정보관이라며 서문을 써줬다. 김용장의 "증언"에 영감을 받은 뮤지컬 <광주>가 그 해 초연됐다. 무엇보다, 이 둘의 주장을 좇아, 광주항쟁이 계엄군 '편의대'의 활동에 좌우됐다는 어이없는 담론이 형성됐다. 전 세계 근현대사에서 5월 광주와 같은 대중봉기에는 어김없이 편의대 류의 파괴분자(Agent Provocateur)는 등장한다. 그러나 이들의 대중항쟁의 방향을 완전히 틀어버린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허장환과 김용장의 편의대 공작설은 계엄군 폭력에 맞서 닷새 동안 싸우고, 닷새 동안 광주를 지킨 5월 영령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었다.

반면, 김용장의 허위주장을 고발하는 내 기고문을 실어준 <경향신문>과 <레디앙>은 소송 협박에 시달렸으며, 결국 <경향신문>은 나와 관련 명예훼손과 허위사실이 포함된 반박문을 실었다.

민간 통역 신분으로 받은 부대 표창장 하나를 신분증명처럼 들고 다닌 김용장은 추가적 신분 증거와 자신이 썼다던 보고서를 내보이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으나, 그후 피지로 사라졌다. 그를 전두환 명예훼손 형사 재판의 증인으로 삼고자 했던 검찰은 그를 면담하고 그 계획을 포기했다.

오보는 수정되지 않았다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는 보도를 수정하고 해명할 기회 또한 많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소식지 <신문과 방송> 2019년 8월호에 <피디수첩>을 담당했던 박건식 MBC 시사교양본부장은 허장환과 김용장이 피디수첩과 접촉한 점과 자체 조사로 이들 주장이 근거가 희박했다는 점을 밝히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단정적으로 보도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 후 1년 후, 2020년 6월이었다. 박건식의 충고에도 꿈쩍하지 않던 B가 갑자기 내게 이메일을 보냈다. 그의 첫 연락이었다. 전두환이 김용장 관련 명예훼손 소송을 JTBC를 상대로 제기했으니,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를 방어하는 글을 내가 법원에 제출해달라는 부탁이었다. 첨언하기를 박건식 역시, "본인의 오류를 인정"했다고 말했다. 어이가 없어 그 이메일에 나는 답장조차 하지 않았다. B에 따르면, 박건식이 인정한 오류는 허장환이 최초 제보한 프로그램이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인데, 그의 글에서 마치 <피디수첩>이 최초 제보를 받은 듯 "왜곡"했다는 것이다. 이를 "왜곡"이라 해야 할지, "오해"라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다만, B의 말에 따르면, 박건식은 이미 JTBC가 방영한 아이템을 굳이 다시 방영할 필요가 없다는 식의 의견서를 법정에 제출한듯 한다. 그러나 박건식은 허장환/김용장 주장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은 바꾸지 않았다. 그의 <신문과 방송> 기고문은 수정되거나, 철회되지 않았다.

재판은 전두환이 패소했다. 재판의 쟁점은 전두환이 도청 앞 5월21일 집단발포 있기 직전 광주 방문했다는 김용장 증언 진실 여부였다. 재판장은 그 진위여부에 대한 판단을 유보했고, 언론자유 차원에서 JTBC에게 손을 들어줬다.

그 후 몇 달 후, 나는 B에게 오보를 인정하기를 다시 청했다. 그런데 재판에서 이긴 그의 태도는 돌변해 있었다. B는 내가 미국 정보기관들에게 받은 모든 자료들을 자신에게 달라고 요구했다. 나는 그의 편집자가 이들 자료를 동시에 받아본다는 조건으로 자료를 보내겠다고 제안했다. 그는 자료를 자기에게만 보낼 것을 몇 차례 요구했고, 나는 거절했다. 대신 B에게 INSCOM의 정보공개 디렉터의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를 제공했지만 돌아온 것은 "그런 것 없어도 사는데 지장이 없다"는 답변과 이어진 폭언이었다.

안타깝게도 과거사와 관련된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와 B의 오보는 더 찾아볼 수 있다. B는 2018년 2월에 미얀마 해안에서 수거한 2차대전 전투기 랜딩기어를 대한항공 858 잔해라고 보도했고, 이 잔해를 858 유가족 모임에 기증도 했다. 그러나 2019년 11월 대구MBC는 탐사보도를 통해 미얀마에서 대한항공858 잔해로 추정되는 동체를 발견했다.

결론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는 여전히 방영 중이고, 최근 B는 다른 매체로 자리를 옮겼다.

나는 JTBC와 B기자가 스스로가 김용장/허장환 보도, 대한항공858 보도에 대해 해명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누구도 현대사의 아픈 상처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 한 가지만 부언하자. 나의 DIA 정보요청은 김용장이 작성한 보고 등에만 한정했다. 다시 말해, DIA가 기왕 기밀해제된 자료 이외에 광주 관련 문서와 정보를 추가로 갖고 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증언하고 있는 김용장 씨. 그는 당시 '미군 군사정보관'이라고 주장했지만, 그의 신분은 거짓임이 확인됐다. ⓒ연합뉴스

설갑수는 뉴욕에 살며,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급진적 글을 쓰려고 취재하고 연구한다. 미국의 노동관련 뉴스매체 <Labor Notes>와 세계적 진보간행물 <Jacobin>의 빈번한 기고자이자,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영문판 Gwangju Diary의 공동 번역 편집자이다.

참고자료

https://blog.naver.com/kpfjra_/221614160672

https://www.youtube.com/watch?v=_-Rp6RIvxIE

https://www.youtube.com/watch?v=NomOntx2vMY

https://www.youtube.com/watch?v=CaPvrkhe7mY&t=103s

https://news.jtbc.co.kr/article/article.aspx?news_id=NB11951034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