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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의 '중꺾마', '잔혹복수극'에 쓰러지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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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나경원의 '중꺾마', '잔혹복수극'에 쓰러지면 안 된다

[정희준의 어퍼컷] '나경원 사태(?)'의 해체와 재구성

이준석 축출과 유승민 제거에 이어 작금의 나경원 사태(?)를 들여다보면 도무지 이해 안 되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국민의힘 계열 정당은 대대로 내부총질 보다는 덧셈의 정치를 지향하는 보수정당 아니었나. 그런데 어쩜 저렇게 같은 당 사람을 상대로 숨통을 끊어놓으려는 듯 살벌한 비방을 쉬지 않고 주고받을까. 왕따에 이지메에 겁박에 모욕주기가 난무하는 아사리판이다. 쉽게 말해 난장판, 개판이다.

나경원 전 의원은 서울대 법대 선후배 관계인 윤석열 대통령과 '오빠' '경원아' 하며 지낸 '40년 지기'라 한다. 그런데 어떻게 대통령실이 "상종 못 할 사람", "애도 아니고" 등의 저잣거리 언어로 면박을 주나. 게다가 사직서 제출하래서 써 보냈더니 이게 웬 일, 해임이라는 중징계로 내쫓아버렸다. 지금 대통령실과 여당은 자신들이 원하는 체제에 동의하지 않고, 이를 위한 지시에 순종하지 않는 불순분자들을 제거하기 위한 소탕작전에 나섰다.

다 이유는 있다

윤 대통령과 나 전 의원의 인연은 정말 오래다. 특히 사법고시 준비하던 서울대생 대부분이 신림동에서 공부했던 것과는 달리 이들은 연세대 도서관 등에서 함께 공부했기에 각별할 수밖에 없다. 당시 강북의 부촌인 연희동, 서교동, 평창동 등에 살던 서울대 학생들은 연세대 학생증 하나씩 구해서 연세대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일이 흔했다.

또 이미 언론에 알려진대로 나 전 의원의 남편도 서울대 법대 출신이어서 오랜 세월 만남을 유지했을 뿐 아니라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부부 동반 식사를 한 사이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지금과 같은 '잔혹복수극' 같은 사달이 났을까.

나경원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들에겐 모두 각각의 이유가 있다. 먼저 윤 대통령. 그는 대통령실과 행정부를 검사, 기재부 관료, MB정부 출신들 중심으로 채웠지만 당 만큼은 현역 중진 의원들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다. 윤핵관으로 일컬어지던 장제원, 권성동 등이 마음에 들지 않아 한때 거리를 뒀으나 결국 이들 외엔 대안이 없어 재신임 과정을 거쳐 지금의 윤핵관들이 자리를 공고히 하게 됐다.

윤 대통령은 당 운영을 당에 맡긴 게 아니라 '대리 통치'하려 했고 그 방편으로 싫든 좋든 윤핵관들을 선택한 것이다. 이들은 주어진 임무도 그럭저럭 수행했다. 시끄러웠지만 결국 이준석도 대표 자리에서 내쫓았고, 논란을 감수하며 '당원 100% 경선'이라는 유승민 방지책도 마련했다. 어찌됐든 계획대로 진행되는 중인데 '자기 정치'하려는 사람이 끼어들어 이 판을 흔드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윤핵관들과 나경원 사이가 좋지 않다는 점도 당연히 감안했을 것이다. 결국 윤석열은 윤핵관을 선택해야 했다.

다음은 나경원. 언론 내용을 종합하면 그는 자신의 정치적 중량감이 반영된 자리를 원했으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라는 비상근직이 돌아왔다. 책임도, 권한도 없는 자리이고 예산도 변변치 않은 조직이다. 장관급이라지만 다른 장관들 수준의 병력(?)도 없고 일주일에 한 번 출근해서 결재만 하고 오면 되는 자리이다. 한 언론은 "나 전 의원의 정치적 무게감을 따지면 사실상 방구석에 처박아 놓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작년 말 사면된 김성태 전 의원은 13일 K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나 전 의원이 장관 자리를 얻기 위해 유력 인사들을 찾아다녔는데 결국 최근 구입한 빌딩이 문제가 돼서 청문회 검증을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내각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했다. 그래서 인사검증 부담이 없는 자리를 배려한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설득력이 매우 낮다.

원래 재력 있는 집안사람으로 4선에 원내대표를 지낸 나경원이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한다는 것은 한국의 정치관행에서 말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청문회 통과가 염려될 때 중진 의원을 지명하는 게 오랜 관행이다. 나 전 의원에게 장관직 주지 않기 위해 찾아낸 알리바이일 뿐이다. 종합하면 윤석열 정부 출범 당시 조각부터 지금 당대표 출마까지 나경원을 배제하기 위한 다각적인 작전이 일관되게 진행 중임을 알게 한다.

마지막으로 김건희 여사. 지난 11일 그가 보수의 심장이라는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했다. '선거유세,' '대선행보'라는 말도 있었고 대선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에 가까운 이야기도 있었다. 그러나 확실히 대통령실 권력은 김 여사도 윤 대통령 못지않게 틀어쥐고 있는 듯하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12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요새 김건희 대통령이란 말 참 많이 한다"며 "중요한 인사와 정책, 돈이 다 김건희 여사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최근 미주지역 교민 언론인 <선데이저널> 기사가 많이 회자됐다. 이 기사는 "여당 패권은 윤핵관들이 잡고 있다"면서 "윤핵관은 나 전 의원보다 이름값이나 정치 경력에서 밀리지만" 중요한 것은 "김건희 여사를 형수로 부르며 사이좋게 지낸다"고 한다. 결국 "현 정부의 실세가 누구인지를 추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기사는 나경원이 윤 정부에서 홀대받는 이유로 김건희와의 불편한 관계를 꼽았다. 당선인 시절 부부 동반 식사 자리에서 서울대 법대 동문 3명에 둘러싸여 홀로 비명문대였던 김 여사는 '상당한 모멸감'을 느꼈고 결국 윤 대통령에게 나 전 의원에게 주요 직책을 주지 말 것은 주문했다는 것이다.

결국 나경원은 취임식에도 초청받지 못했는데 그는 대통령과의 친분을 신뢰했음인지 이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면서 상황이 악화된 듯하다. 특히 작년 7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건희 여사 팬클럽이 정말 눈에 거슬린다" 직격한 것이 불에 기름은 부은 꼴 아닌가 싶다. 이준석, 유승민 논란 때와 다르게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서 나경원에게 퍼부은 감정 가득한 행태들은 결국 이러한 배경 때문이 아닌가 미루어 짐작케 한다.

나경원은 박근혜의 뒤를 이어받을 가능성이 있는 여성 정치인이라는 평을 받아왔다. 그런데 지난 11일 김건희 여사는 서문시장을 전격 방문하며 이를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여지없는 정치행위다. 혹시 자신이 박근혜의 뒤를 잇는 '선거의 여왕'에 등극하려는 속셈은 아니었을까? 혹시 힐러리 클린턴의 길로 나아가려는 것 아닐까?

나경원의 앞날은?

나경원은 13일 단양 구인사를 방문하더니 15일엔 서울 동작구 성당 미사에 참석했다. 설 전에 대구를 찾을 계획도 밝혔다. 무엇보다 출마를 대비해 기자들과의 단체대화방도 만들고 대변인도 내정했다는 소식이 속속 언론에 나오는 걸 보면 출마 쪽으로 결심을 굳혀가는 듯하다. 그는 또 대통령에겐 예의를 갖추면서도 핵심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과는 "제2의 진박감별사가 당을 쥐락펴락"하고 있다며 SNS 상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전에 볼 수 없던 모습이다.

나경원은 국민의힘에서 가장 대중적 정치인이지만 동시에 비호감 이미지도 상당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동정여론과 함께 응원의 소리가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주말 김기현 의원이 처음으로 당대표 지지율 1위로 뛰어올라 나경원을 누르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으나 나경원이 출마선언을 하면 다시 뒤집힐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나경원은 윤핵관과 대통령실의 협공을 뚫고 당대표 선거에 일로매진할 수 있을까.

그것은 전적으로 나 전 의원에게 달렸다. 많은 이들은 나경원이 말을 듣지 않고 출마를 강행할 경우 가족에 대한 수사까지 각오해야 한다고 말한다. 과거 패스트트랙 수사는 기소된 상태이고 시민사회단체가 고발한 13건은 이미 무혐의 또는 불기소 처분을 받았지만 검찰이 다시 꺼내 재수사에 들어갈 수도 있다. 가족이 연관된 사학재단은 언제든 감사를 받아야 할 위기에 놓일 수 있고 특히 자녀 관련된 문제들은 수사팀의 의지에 따라 괴로운 시간을 지나야 할 것이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두 가지 '중꺾마'

퇴로가 없는 그는 출마의 길로 들어설 것으로 보이지만 또 겁박과 협상을 번갈아 상대해야 할 수도 있다. 많은 이들은 이제까지 정치생활에서 대세를 거슬러 본 적이 없는 나경원은 결국 얻을 것을 얻고 중간에 접을 것이라는 예상을 한다. 그러나 이제까지 윤핵관의 행태나 대통령실의 반응을 종합하면 그럴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그들의 판단과 행태는 상식의 수준을 넘어서는 게 아니라 우리 상상의 영역조차 벗어나기 때문이다.

결국 나경원의 선택은 간단하다. 가느냐, 마느냐. 그 선택의 관건은 앞으로 닥칠지도 모를 고난을 감내할 수 있느냐이다. 어떤 고난? 멸문지화. 그렇다. 조국 전 장관과 가족이 겪어야 했던 멸문지화다. 물론 윤석열 정부가 조국에 이어 나경원의 가족까지 수사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럴 경우 나 전 의원의 지지율은 더욱 올라가고 윤 정부는 몰락을 자초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까지 포함하여 자신의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서라면 가족까지 파헤쳐 도륙을 내는 위정자 반열에 스스로를 올려 세울 무자비함이 있을까. 게다가 자신을 '오빠'라 부르며 수십 년 친하게 지내던 학과 후배를.

나경원에겐 두가지 '중꺾마'가 필요하다. 하나는 '중요한 것은 꺽이지 않는 마음,' 그리고 '중간에 꺾이지 않는 마음.'

▲나경원은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것인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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