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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시민들 '3일 총파업' 공세…'순찰대 폐지' 두고 정부는 '우왕좌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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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시민들 '3일 총파업' 공세…'순찰대 폐지' 두고 정부는 '우왕좌왕'

국영 언론 "순찰대 폐지" 검찰총장 발언 의미 축소…활동가들 "더 큰 요구 무마 위한 선동 전략"

'히잡 시위'의 단초가 된 지도 순찰대가 폐지됐다는 이란 검찰총장의 발언에 대해 국영 언론이 다급히 의미를 축소하고 나섰다. 당국이 여론을 떠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인권 운동가 등은 설사 해당 발언대로 지도 순찰대가 폐지되더라도 이미 여성 차별 폐지 및 정권 퇴진 요구까지 나아간 시위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시위대는 이 주 3일 간의 총파업과 집회를 촉구하고 있어 당국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미 CNN 방송은 4일(현지시각) 이란 국영언론이 모하마드 자파르 몬타제리 검찰총장의 지도 순찰대 폐지 발언에 대한 보도들이 왜곡됐다며 의미를 축소하고 나섰다고 지적했다. 매체에 따르면 이란 국영 알알람 방송은 이날 "이란의 어떤 관리도 지도 순찰대가 폐지됐다고 말한 적 없다"며 "몇몇 외국 언론이 검찰총장의 해당 발언을 이슬람공화국이 히잡과 단정한 복장 문제에서 후퇴하는 것으로 해석하려 시도하고 이를 최근 폭동 탓으로 주장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전날 몬타제리 총장은 지도 순찰대 폐지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지도 순찰대는 사법부와 아무 관련이 없고 이를 만든 이들에 의해 사라졌다"고 발언해 외신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알알람과 국영 ISNA 통신 등은 몬타제리 총장 발언의 핵심이 지도 순찰대 폐지가 아니라 지도 순찰대는 사법부 관할이 아니라는 데 있다고 강조하며 의미 축소에 나섰다. 지도 순찰대 관할권은 사법부가 아닌 내무부에 있다. 외신들은 관련해 내무부를 비롯한 정부의 공식 발언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외신은 시위가 지속된 지난 3달 간 거리에서 지도 순찰대의 단속이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지적했다. 카타르 방송 알자지라를 보면 시위가 지속되면서 수도 테헤란에서 많은 여성들이 머리카락을 드러낸 채 거리를 걷고 있는데 관리들은 현 상황을 묵인 중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란인들이 처음엔 지도 순찰대의 움직임을 추적하기 위해 사용하던 애플리케이션을 최근엔 보안군을 추적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지난 1일 몬타제리 총장이 의회와 사법부가 히잡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는 발언이 더해져 시위에 강경 일변도로 반응해 온 이란 정부의 대응이 일부 유화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다만 이런 해석은 시기상조라는 신중한 의견도 제기된다. 영국 런던에 기반을 둔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새넘 바킬 중동·북아프리카 부국장은 몬타제리 총장의 해당 발언을 "최종적인 것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며 이란에서 종종 반응 확인을 위해 아이디어를 던져 보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시위대의 요구가 성차별 제도 개선과 정권 퇴진까지 나아간 만큼 지도 순찰대 폐지 방안만으로는 시위를 잠재우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소셜미디어(SNS)에서 활동가들이 해당 발언을 "이슬람 공화국 통치 종식을 원하는 시위대의 더 큰 요구에서 주의를 돌리기 위한 선동 전략"으로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에서 수십 년 간 여성 인권을 위해 싸워 온 변호사 샤디 사드르는 4일 소셜미디어에 지도 순찰대 해체는 "큰 뉴스가 아니다"라며 "히잡 착용 의무는 여전히 남아 있고 퇴학 등 다른 수단에 의해 강제될 수 있다"고 짚고 시위가 지도 순찰대에 의한 마흐사 아미니(22) 살해로 시작된 건 맞지만 "정권이 물러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썼다. 다만 <워싱턴포스트>는 소셜미디어에서 일부 승리를 축하하는 반응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미국에 기반을 둔 인권단체 이란인권기록센터 이사장인 인권 변호사 기소 니아는 아미니 살해 이후 시위가 진화해 "시위대의 핵심 요구는 체제 전체가 변화하는 것이며 히잡 착용 의무 및 여성의 결혼, 이혼, 양육, 상속에 제한을 가하는 극단적인 성차별 법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고 <뉴욕타임스>에 짚었다.

"지도 순찰대 해체" 발언의 진위 여부와 관계 없이 시위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4일 시위대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인들에게 5일부터 3일 간 총파업을 촉구했으며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이 학생의 날을 맞아 테헤란에서 연설할 예정인 7일 테헤란 아자디 광장에서 집회를 열자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이란에선 지난 9월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테헤란에서 쿠르드족 여성 아미니가 지도 순찰대에 끌려가 숨진 뒤부터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진상 규명 요구로 시작된 시위는 히잡 착용 반대 및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퇴진 요구까지 이어지며 반정부 시위로 치달았다. 이란 정부는 시위가 외세에 의해 책동된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한 채 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했고 체포한 시위 참여자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등 강경 대응을 지속해 왔다. 이란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시위가 시작된 9월17일부터 이달 2일까지 시위 사망자가 어린이 64명을 포함해 469명에 달하고 1만8210명이 체포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이란 독립 언론 <이란와이어>에 따르면 이란 당국은 11주간 이어진 시위 사망자를 200명 가량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각) 카타르 도하 앗수마마 경기장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 B조 조별리그 이란과 미국과의 경기에서 관중들이 지도 순찰대에 끌려간 뒤 숨진 여성 마흐사 아미니(22)의 이름이 적힌 팻말을 들고 이란 시위를 지지하는 뜻을 보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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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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