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정진상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곧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민주당에 긴장감이 어리고 있다. 당내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당이 끌려가는 모양새가 된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오는 15일 대장동 민간사업자들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정 실장을 조사하기로 했다.
당초 검찰은 정 실장 측에 11일 오전 10시로 소환 일정을 통보했으나 정 실장 측이 난색을 표하면서 다시 15일로 일정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실장은 지난 달 24일 입장문을 내고 "소환하면 언제든 당당하게 소환에 응해 성실하게 조사 받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 실장은 지난 2013∼2020년 성남시 정책비서관, 경기도 정책실장 재직 당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대장동 사업자들로부터 각종 청탁 명목으로 총 1억4000만 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유 전 본부장,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함께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의 사업 지분 중 24.5%인 700억 원(세후 428억 원)을 나눠 갖기로 약속한 혐의(부정처사후수뢰), 위례 신도시 사업 과정에서 비공개 내부 자료를 남욱 씨 등 민간업자들에게 흘려 거액의 이익을 챙기게 한 혐의(부패방지법 위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정 실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서 이 대표와의 관계를 '정치적 공동체'로 설명하기도 했다. 따라서 검찰은 정 실장을 소환해 이 대표의 범행 가담 여부 등을 캐물을 것으로 보인다.
정 실장은 "검찰은 '삼인성호'로 없는 죄를 만들고 있지만, 거짓은 진실을 이길 수 없다. 검찰의 수사에 당당하고 떳떳하게, 그러나 불합리한 행위에는 단호하게 대응해 나가겠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상민 "지도부가 정진상 방어? 부적절"…금태섭 "사법리스크, 당 추락 위험 있어"
민주당은 검찰로부터 전방위 수사 압박을 받고 있는 정 실장을 적극적으로 감싸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9일 검찰이 정 실장의 자택, 민주당사, 국회 본청 내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자 정 실장 명의의 입장문을 대신 내주기도 했다.
이 대표 역시 "검찰이 훌륭한 소설가가 되기 쉽지 않겠다"고 직접 목소리까지 내며 정 실장의 결백을 주장했다. 당내 여론도, 검찰이 정 실장과 이 대표를 한 덩어리로 보고 있는 만큼 당에서 정 실장을 보호하는 것이 맞다고 보는 의견이 다수다.
반면 2급 당직자에 불과한 정 실장을 왜 이렇게까지 비호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불만도 일부 터져 나오는 실정이다. 민주당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14일 오전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지도부와 대변인 등 당이 총체적으로 나서 해명하는 것이 마땅하냐"면서 "이건 정치적 공방이 아니라 사법적으로 대응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지도부가 정 실장을 감싸는 데 대한 불만 기류가 당 내에 있다는 사회자의 지적에 "그 말이 일리가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의원은 "지금 지도부가 이렇게 하는 것은 짐작은 간다. 어쨌든 대표 주변에 있는 사람이고 그 사람이 어떤 책임을 져야 할 경우에는 대표한테까지 가고 당연히 누를 끼치는 것들이 있는데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지도부가 나서서 (방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올인(all-in)하면 안 된다. 사법적으로 냉철하게, 차분하게 대응하면 될 일이 아니냐"고 거듭 강조했다.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도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민주당은 지금 자정 기능을 완전히 상실하고 어떻게 보면 개인의 정당이 되어가는 과정이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를 향해 "이 대표 사법리스크는 한 사건이 아니고 여러 사건이 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당 자체가 추락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면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민주당을 위해 도움이 될 것인지 판단할 때가 됐다"며 우회적으로 이 대표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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