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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심야 브리핑에…"장례도 못치르는데 야밤에 무슨 쇼냐" 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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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심야 브리핑에…"장례도 못치르는데 야밤에 무슨 쇼냐" 항의

원희룡, 귀국 직후 영등포역 찾아 밤 10시 언론 브리핑…"전시행정 중단하고 사과부터"

"장례도 못 치르고 있는데 무슨 브리핑이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9일 귀국하자마자 서울 영등포역을 찾았다. 연이은 철도 사고에 대한 언론 공개 브리핑을 열고, 철도 노동자와 만남을 갖는다는 명목이었다. 하지만 '심야 브리핑'에 철도 노동자들은 강경하게 항의했다. 사고 원인을 노동자에게로 돌리는 행태가 문제라는 지적이었다. 

원 장관은 이날 밤 10시 영등포역 8번 승강장을 찾아 국토부의 브리핑을 취재진 앞에서 공개적으로 청취했다. 현장에 대기하던 철도노조 조합원들은 브리핑이 진행되는 내내 원 장관을 에워싸고 "국토부가 주범이다. 조합원을 살려내라", "더는 죽을 수 없다. 안전인력 충원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항의했다. 

국토부 관계자의 브리핑 소리는 노동자들의 항의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지만, 원 장관은 소란 속에서 묵묵히 '현황판' 만을 응시했다.

당초 국토부는 원 장관이 사우디아라비아 출장을 마친 뒤 첫 일정으로 영등포역을 찾아 철도 사고에 관한 브리핑을 듣고 '노조간담회'를 가질 것이라는 계획을 취재진에게 공유했다. 하지만 국토부의 설명과 달리 철도노조는 "참석 요청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해당 '간담회'에 참석하는 이들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임원과 4명의 직원이 전부였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9일 서울 영등포역 승강장에서 지난 5일 경기도 오봉역에서 벌어진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노동자 사망 사고 등 최근 잇따른 철도 안전 사고에 대한 설명을 국토부 관계자로부터 받고 있다. 철도노조는 국토부 등 정부가 안전 인력 충원 요구와 안전하지 않은 일터 개선 요구를 외면한 탓에 이번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며 원 장관 주변에서 집단항의했다. ⓒ프레시안(박정연)
▲철도노조는 국토부 등 정부가 안전 인력 충원 요구와 안전하지 않은 일터 개선 요구를 외면한 탓에 이번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며 원 장관 주변에서 집단항의하자 국토부 관계자가 이를 막아서고 있다. ⓒ프레시안(박정연)

원 장관이 브리핑 청취를 마치고 간담회가 예정된 영등포역 3층 대회의실로 가는 동안 철도노조 조합원들과 취재진이 원 장관을 두고 '술래잡기'를 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철도노조 측은 "노조 없는 노조간담회가 무슨 말이냐"며 원 장관이 들어가고자 하는 입구를 막아섰고, 국토부 관계자들이 이를 저지하면서 철도노조 조합원들이 준비한 피켓이 부러지는 등 몸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 사이 원 장관은 철도노동자들을 피해 정면 입구가 아닌 쪽문을 통해 황급히 대회의실로 입장했다.

오후 11시 10분 쯤, 원 장관이 간담회를 마치고 대회의실에서 나오자 철도노동자들은 원 장관을 에워싸고 "야밤에 직원들을 동원해서 무슨 쇼를 하고 있느냐"며 "입환(오봉역에서 사망한 수송원이 담당했던 업무로, 열차를 이동·연결하는 작업)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그 컴컴한 현장에 가보기는 했느냐"고 소리치며 항의했다. 이에 다시금 몸싸움이 벌어졌다. 원 장관은 철도노동자들의 항의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다시 대회의실로 들어갔다.

대회의실 밖에서는 홍영희 철도노조 조직쟁의실장이 "오봉역에서 꽃다운 나이 33살의 철도노동자가 입환 작업 중에 돌아가셨다"며 "유가족은 아들이 바스라진 철조망을 붙들고 울고 있는데 국토부 장관은 밤 10시에 직원들을 동원해 이런 전시행정을 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어 "진정한 안전대책을 세우고자 한다면 장관이 유가족들에게 먼저 가서 사과하고 오봉역 현장을 직접 봐야 하지 않느냐"며 "철도노조의 인력 충원이나 안전대책은 나몰라라 했던 국토부가 주범"이라고 외쳤다.

오봉역 사망사고의 배경에 교대 근무 인력 부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실제로 코레일이 요구한 안전인력 증원 요청을 정부가 대거 삭감했음이 확인됐다. 코레일은 '철도안전강화'를 위해 최근 2년간 861명의 안전인력 증원을 요청했으나,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는 이 중 125명의 인력만을 승인하고 736명을 삭감했다. (관련기사 : [단독] 철도 안전 인력 증원 요청 무더기 삭감한 정부)

철도노동자들이 항의를 마치고 돌아간 뒤에야 원 장관은 대회의실에서 빠져나왔다. 원 장관은 그제야 취재진 앞에 서서 "승객들의 불편, 그리고 현장 직원들의 생명까지 위협을 받은 사고가 나서 감독 부처로서 무한 책임을 느끼고 있다"며 "오늘은 현장 직원들의 의견과 목소리를 직접 상세히 들었고 이 의견을 비롯해서 철저한 원인 조사와 문제점 파악을 해서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대책 시행할 수 있도록 감독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하고 자리를 떴다.

취재진이 "철도노조는 인력부족을 원인으로 국토부 책임을 묻고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유가족은 만나셨나", "코레일에서 네 번째 사망사고인데 어떻게 보시나" 등의 질문을 계속 이어갔으나 원 장관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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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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