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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거리에 남성들이 사라졌다…"마치 여성의 나라에 살고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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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거리에 남성들이 사라졌다…"마치 여성의 나라에 살고 있는 듯"

지방정부에 교통·통신 등 통제권 강화…러 중앙은행 '동원령, 경제 악영향' 우려도

부분 동원령 선포로 러시아 모스크바 거리에서 남성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는 보도가 나온다. 많은 이들이 징집을 피해 러시아를 탈출했고 남은 이들도 도처에서 발부되는 소집 통지서를 피하기 위해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조차 꺼린다고 한다. 부분 동원령이 러시아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시민 불만이 감지되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선포한 우크라이나 점령지에 대한 계엄령이 국내 반발을 억누르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의 19일(현지시각) 보도를 보면 최근 러시아 모스크바의 이발소·식당·사교 모임 등에 나타나는 남성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매체는 지난달 부분 동원령 이후 남성들이 이미 징병됐거나 징집을 피해 러시아를 탈출하면서 거리에서 남성들이 점차 보이지 않게 됐다고 짚었다. 특히 외국으로 떠날 항공편 등 교통 수단이 많은 모스크바나 상트페테르부르크 같은 대도시에서는 출국이 더 많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33살 러시아 여성 스타니슬라바는 최근 있었던 생일파티에 참석한 사람 대부분이 여성이었다며 "마치 여성의 나라에 살고 있는 것 같다고 느낀다"고 냉소했다. 

지난달 21일 부분 동원령 발표 뒤 징집을 피해 적어도 30만명 이상의 남성이 러시아를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 인접국 카자흐스탄에 적어도 20만 명의 러시아인이 흘러들어갔고 조지아, 아르메니아, 유럽으로 향하는 행렬도 이어졌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4일 동원 목표 인원인 30만 명 중 22만 명의 동원이 달성됐다고 밝혔다.

매체는 통상 붐비는 시간인 금요일 오후 시간대에 모스크바 중심부에 위치한 한 이발소 의자 4개 중 1개만 차 있었다고 전했다. 이 이발소 관리자인 올랴는 통상 손님으로 꽉 차 있었던 업장의 "손님 절반이 떠났다"고 이 매체에 말했다. 그는 손님뿐 아니라 거의 반 정도의 이발사들도 동원령을 피해 떠났다고 설명했다. 가게 이발사로 일하던 그의 애인도 도피한 남성 중 한 명이다.

아내와 자녀를 둔 기혼 남성들도 홀로 도피에 나섰다. 러시아 여성 리자(43)는 변호사인 그의 남편이 직장을 그만두고 서유럽으로 도피했다고 매체에 말했다. 하지만 딸이 학교에 다니고 있는 데다 조부모를 두고 떠날 수 없어 리자는 러시아에 남았다.

남아 있는 남성들도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을 꺼린다. 시내 어느 곳에서 동원 소집 통지서를 받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패션잡지 편집자인 알렉산드르 페레펠킨은 "나는 어디든 (내 차로) 운전해서 가려고 한다. 길거리나 지하철역에서 소집 통지서가 발부되기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카타르 방송 알자지라는 19일 모스크바 호스텔에 경찰이 들이닥쳐 징집을 시행한 사례를 소개하며 지하철역뿐 아니라 학생 기숙사, 노숙인 쉼터까지 경찰이 불시에 찾아가 징집을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원이 시작되면서 소비자가 줄며 경기도 나빠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부분 동원령이 내려진 뒤 2주간 모스크바 시내 식당에서 주문 금액이 1500루블(약 3만5000원)을 넘는 주문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9%나 줄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시내 상점 곳곳이 비어 창에 '임대 중' 표지가 붙어 있으며 항공사 아에로플로트의 모스크바 중심가 페트로프카 거리 지점까지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러시아 최대 은행인 스베르방크 또한 9월 한 달 동안에만 529곳의 지점을 폐쇄했다고 현지 언론이 밝혔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9월 러시아 경제 회복이 정체됐다며 부분 동원령을 언급하기도 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게재한 '경제와 시장 동향' 10월호 보고서는 "9월 경제활동 회복이 정체됐고 월말께 악화의 초기 징후가 부상했다"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9월 내내 강화됐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부분 동원령이 실업률이 낮은 상황에서 생산 과정에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다"며 동원령이 노동력 부족을 악화시키고 기업과 소비자 신뢰를 저하시킬 것을 우려했다.

부분 동원령에 대한 러시아 일반 시민들의 반발이 감지되는 가운데 19일 푸틴 대통령이 선포한 러시아 편입을 선언한 우크라이나 점령지 4개주에 대한 계엄령도 사실상 러시아 내부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이들 지역뿐 아니라 크림반도를 포함해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8개 지역에 대해서는 경제적 동원령을 내려 주민의 이동을 제한할 수 있게 됐고 러시아 영토 내 80곳 이상 지역 행정관들의 주요 기반시설, 교통, 통신 통제에 대한 권한도 강화했다. 푸틴 대통령의 연설비서관 출신인 러시아 정치 분석가 압바스 갈랴모프는 19일 소셜미디어에 게재한 글에서 "이 모든 조치는 외부의 적에 대항하기 위해서라기보다 국내에서 무르익는 혁명을 막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로 분석했다. 미 CNN 방송을 보면 러시아가 임명한 자칭 '도네츠크 인민 공화국(DPR)' 수장 데니스 푸실린은 "이미 8년 반 동안 계엄령 아래 살아왔기 때문에 주민 자유 제약에 특별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시의적절한" 계엄령 선포를 환영하기도 했다. 도네츠크와 루한스크를 포함한 돈바스 지역에선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무력 병합 뒤 친러시아 분리독립 세력과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무력 충돌이 이어져 왔다. 

▲19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한 시민이 러시아군 홍보 게시물이 붙어 있는 버스 정류장 곁을 지나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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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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