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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공화국' 꿈꾸는 尹대통령, '기업 민원=민생문제'라 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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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공화국' 꿈꾸는 尹대통령, '기업 민원=민생문제'라 단정?

[함께 사는 길] 환경사범 늘어가는데 형벌 완화하겠다는 윤석열 정부

"백성은 먹을 것을 하늘로 삼고, 왕은 그 백성을 하늘로 삼는다."

K-드라마 열풍의 주역 중 하나인 <킹덤>에 나오는 대사다. 작품의 클라이막스에등장하니 제법 무게감이 있다. 왕이 세상의 중심인 시대는 이미 100년 전에 끝났지만, "먹을 것"의 중요성은 여전한 것 같다. 여야 모두가 민생을 외친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기업 민원이 민생문제'라고 단정한 듯하다. 이런 논리적 비약은 헌법이 규정한 민주공화국을 넘어 '기업 공화국'을 꿈꾸는 게 아닐까 싶은 의혹마저 부르고 있다.

기업 편의 도모용 경제 형벌규정 개선

지난 8월 26일 정부는 경제 형벌규정 개선 추진계획 및 1차 개선과제를 발표했다. 32개 과제 중 형량 완화 14건, 과태료 전환 11건, 행정제재 우선 적용 5건, 형벌을 폐지하는 안 2건 등이다. 정부는 위와 같은 형벌규정에 대한 점검과 개선의 명분으로 '민간중심 역동경제로의 전환'과 '기업들의 자유·창의 증진'을 들었다. 1차 과제에 대해 연내 입법으로 개정을 추진하고, 수요가 큰 법률 중심의 집중검토와 부처별 후속조치도 한다고 했다. 제도개선은 합리성과 사회적 합의가 중요한데, 기업의 편의가 우선이란 정책판단이 있지 않으면 생길 수 없는 일이다.

정부 시책은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해온 법치주의와 원칙, 공정 담론과 배치된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기업들에게 너그러운 면모를 보여 왔다. 재벌 총수를 비롯한 임직원들의 범죄에 대해서도 유독 예외를 강조했다. 특히 환경 관련 범죄에 대한 대응은 정부가 말하는 규제 완화를 통한 민생안정이나 시장의 역동성 강화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법률에 따른 엄격한 처벌은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경고로도 작용한다. 하지만 정부가 처벌기준을 완화함으로서, 규칙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에 우려가 크다.

▲ 아타 사프달 옥시레킷벤키저 대표가 지난 2016년 5월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대해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함께사는길(이성수)

우려되는 환경 분야 형벌규정 완화

이번 발표에 따르면 환경 분야의 경우 화학물질관리법 57조, 환경범죄단속법 제3조 1항과 2항이 포함되었다. 화학사고로 인한 상해 사건에 대해서는 법정형을 징역형 상한 3년 및 벌금형 상한 1억 원으로 하향시켰고, 오염물질 불법배출로 위해가 발생하거나 상수원을 오염시킨 경우에도 하한을 2년, 상한선을 5년가량 줄여주었다. 또한 제주특별법 제477조, 제473조 제1항의 예비·음모범에 대한 형량을 완화하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이 법안은 제주도의 자연보존자원들을 불법 매매하거나 반출하려는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차원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번 형벌규정 완화가 해당 법률들의 입법취지 실현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에 대하여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대검찰청 검찰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전체 사건 중 경제사범은 5%의 비중을 차지한다. 환경사범은 불과 1% 수준이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형량을 줄여야 한다고 대대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 자체가 일종의 특혜다. 일부 언론보도처럼 형벌규정들이 지나치게 기업인을 옥죄고 있다는 평가는 적절하지가 않다.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표현처럼 재계의 목소리가 과대 대표된 면이 있고, 다른 범죄의 처벌에 있어 형평성도 문제 될 수 있다. 게다가 환경사범 형사사건은 줄곧 증가추세(해당 통계는 형법상 음용수에 관한 죄, 대기환경보전법, 수질및수생태계보전에관한법률, 야생동식물보호법, 소음진동관리법, 가축분뇨의관리및이용에관한법률, 수도법, 수산자원관리법, 해양환경관리법 등 환경오염 관련 사건들을 분류하고 있음.)다. 2015년에도 1만730건이 처리되었고, 2021년에는 1만4079건에 달해 20%가량 늘어났다. 정식재판에 들어가는 경우는 5% 수준에 불과했다. 이러한 현실에서 환경범죄의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오히려 환경범죄 영역에서 사법정의가 잘 작동하는지 점검이 필요한 실정이다. 한생일은 '환경범죄단속법 형벌규정 개정방안'(2021)에서 티 특수성에 대해 '환경범죄는 직접적인 피해자를 찾기 어렵고, 그 피해가 서서히 나타나며, 행정기관의 단속 빈도에 따라 그 범죄 건수에 차이가 나는 등 특수성이 있어 범죄로 확인되는 비율이 다른 범죄 유형에 비하여 현저히 낮으며, 발각되어 고발된다고 하더라도 불기소로 종결되는 등 처벌되는 비율도 낮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여러 환경관계법이 일정한 환경범죄를 가중처벌하나 실무에서 적용될 수 있는 범죄대상이 한정되어 동법이 적용되어 처벌되는 사례는 극히 일부에 그치고 있다. 또한 가중처벌이 무색할 정도로 법정형이 높지 않고, 특히 불법수익의 규모를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인 법정형을 두고 있어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는 위법을 감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양벌규정의 법정형이 낮아 형벌 위하력이 없으며, 과실범 처벌은 중과실·업무상 과실 등 일부에 그치고, 특히 범죄수익 환수 등 불법으로 얻은 이익에 대한 규제도 미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환경범죄는 잘 드러나지 않고 드러나 처벌되어도 그 수위가 현저히 낮은 현실이라는 지적인 것이다.

민생 무관 환경범죄 처벌 완화

검찰에서 현안을 다루는 실무자의 시각에서도 환경범죄의 난맥상이 드러나고 있다. 현행법 체계에서 기업들에 대한 실효적인 처벌이 어렵고, 처벌의 강도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의 대책과는 정반대로 중대범죄를 가중처벌하고, 과실범의 처벌을 강화하고 벌금형을 상향조정 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하지만 정부가 언급한 책임주의라는 단어는 좀 뜻밖이다. 정부는 오히려 기업이 져야 하는 만큼의 적정한 형벌을 부과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환경범죄를 근절하고 사전예방을 위한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 정부로서 책임 있는 행보였는지 그 적절성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합리화'라는 말을 기업들의 이해와 편의를 도모하는 방향으로만 사용해서는 안 된다. 애석하게도 윤석열 정부는 기업을 위한 합리화만을 앞세우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기업뿐 아니라 다양한 구성원들이 있고 기업 편의를 위해 다른 구성원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할 수 없다. 윤석열 정부의 4대 국정운영 원칙에 공정과 상식이 포함되어 있지만, 정책 입안 과정에서의 존재감이 없는 현실이 유감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민주공화국을 천명하고 있다. 지난 8월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문은 첫째도, 둘째도 민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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