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시범바다목장 사업 추진 과정에서 조성된 생태체험장이 관리 주체인 한국수산자원공단 승인없이 제3자에게 임대된 것으로 드러났다. 해양수산부 한국수산자원공단이 조성한 생태체험장은 당초 바다목장 홍보와 지역 주민들의 소득 증대를 위해 만들어졌으나 개인 사업자에게 재임대돼 논란을 빚고 있다.

한국수산자원공단은 지난 2011년 제주시 한경면 신창리 일대에 지역 주민들의 어업 소득 이외에 주변시설과 연계한 간접 수입원을 창출하기 위해 1억 여원을 들여 생태체험장 설계에 들어갔다. 이후 국비 13여억 원이 투입된 뒤 2014년 1월경 신창리 해안 대지 1379㎡ 면적에 2층 규모로 다이빙 교육장과 숙박시설 등의 편의시설을 완료했다.
생태체험장 1층(294㎡)에는 수산체험 교육장 및 바다목장 홍보전시실, 다이버체험 편의시설(장비실, 샤워실) 안내센터가 만들어졌고, 2층(318㎡)에는 다이버체험 편의시설(휴게시설)이 조성됐다,
발단은 한국수산자원공단이 생태체험장을 바다목장 사업과 인접한 5개 마을 어촌계로 구성된 자율관리공동위원회에 무상 임대하면서 시작됐다.
<프레시안>취재를 종합하면 자율관리공동위원회는 생태체험장을 무상 임대 받은 뒤 전문 관리 인력이 없다는 이유로 지난 2015년 1월 개인사업자 A씨에게 수천 만원의 보증금과 매년 수천만 원을 받고 재임대했다. 7년여의 임대 기간을 거치는 동안 임대 수익만 수억 원에 달한다.
자율관리위원회는 또 제3자에게 유상 재임대한 내용을 한국수산자원공단에 8개월 동안 알리지 않고 있다가 같은해 9월이 되서야 공개하는가 하면 최초 계약기간을 2018년 1월까지 3년 간으로 정해 놓고 계약 기간이 만료된 이후 이마저도 한국수산자원공단과 협의 없이 현재까지 7년 간 A씨에게 계약을 재연장해 준 것으로 파악됐다.
국비 350억 원을 투입해 바다목장 사업 추진 과정에서 조성된 생태체험장을 자율관리공동위원회에 무상 임대되고 난 뒤 자율관리공동위원회가 이를 또다시 제3자인 개인 사업자에게 돈을 받고 재임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론은 싸늘하다.
해수부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제3자 유상 임대 부분과 불법 건축물 등에 대해 관계 기관과 면밀히 검토하겠다"며 "관리 운영주체와 상관없이 위법 사항에 대해선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율관리공동위원회는 제3자 임대는 한국수산자원공단의 승락이 있었기 때문에 이뤄진 일이라고 항변했다. 공동위원회 관계자는 "당초 공단은 생태체험장 관리를 자율공동관리위원회에 맡길 당시 제3자에게 재임대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며 "직접 관리해야한다면 계약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공동위원회는 그러면서 "A씨에게 재임대해 나온 임대 수익은 공동위원회 사무실 운영비와 생태체험장 관리비를 제외하면 사실상 주민들에게 돌아갈 금액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한국수산자원공단은 이에 대해 "무상 임대 받은 자율관리공동위원회에서 제3자에게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법적으로 불법행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만, 공단과의 협약 내용에 따라 사전에 공단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일방적인 통보는 있었으나 공단이 전대차를 승인한 사실은 없다"라고 덧붙였다. 해수부가 생태체험장의 자산을 공단에게 넘겨줬고, 공단은 공공기관이지 국가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제3자 임대가 가능하는 설명이다.
특히 A씨가 생태체험관을 재임대한 후 이곳에 다이빙 체험에 필요한 산소탱크와 산소 주입 충진기, 슈트 등을 보관하기 위해 설치한 불법 건축물에 대해서 "실사 결과 일부 불법으로 의심되는 증축물이 확인돼 현재 자율관리공동체에 불법한 모든 부분에 대해 원상복구 할 것을 통보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하지만 불법 증축에 대해 구체적으로 건축법을 위반했는지 등은 관할 지자체 건축 관련부서 소관으로 공단에서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은 어렵다"라고 답했다.
공단은 또 "A씨가 생태체험장에 마련된 숙소를 숙박업 허가나 등록을 하지 않고 운영하는 것은 불법으로 보이지만 체험관광객을 대상으로 숙소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만일 불법 숙박업을 영위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공단은 포괄적으로 위법사항에 대한 원상회복을 자율관리공동위원회에 청구했다"고 말했다.
한국수산자원공단과 자율관리공동위원회가 '네탓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일각에선 생태체험장이 제3자에게 임대돼 제구실을 못하게 된 건 행정의 무관심이 한몫 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당초 제주 시범바다목장 사업은 제주시 한경면 고산 용수 용당 두모 신창 금릉 등 5개 마을 24k㎡ 연안에 국비 350여 억원을 투입해 인공 어초를 비롯한 어류 방류 사업을 추진했다. 이후 수중 시설은 2018년 해양수산부에서 관리 주체를 제주도로 이관했으나 지상 시설인 생태체험장은 제주도로 이관이 이뤄지지 않은 채 한국수산자원공단이 관리하고 있다.
결국 제주도는 관리 주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한국수산자원공단은 이를 관리할 전문 인력이 없다는 이유로 체험장 관리를 외부에 맡기면서 바다목장 홍보와 주민소득 창출 등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던 해수부의 구상은 빛이 바랬다는 지적이다.
이에 제주도 관계자는 "불법 건축물 등 원상복구된다면 이관은 하겠지만 관리 예산이 뒷따르지 않을 경우 관리에 상당한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관리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생태체험장의 관리를 모든 지역 주민들이 주도해 추진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까지는 바다와 관련된 사업은 어촌계장 또는 어촌계 소속 지역 주민들로만 제한적으로 운영돼 농업 등을 해온 주민들은 사실상 소외돼 왔다.
일부 지역 주민들은 "생태체험장을 비롯한 해상 풍력과 자바리 조각상, 해상 부교 등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현재 관리 방식을 대폭 수정·보완하고, 주민 소득 증대와 고용 창출, 주민 재능 활용 등 모든 주민들이 참여하는 주민 공동체 상생 방안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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