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을 둘러싸고 '2개의 임시정부'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북아프리카 리비아에서 2년여 만에 최악의 유혈사태가 발생했다.
리비아 보건부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간) 수도 트리폴리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로 최소 23명이 사망하고 140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AP> 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사망자 중에는 민간인도 17명 포함됐으며, 충돌이 일어난 일대에 거주하는 64가구가 급히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매체인 <라나> 통신은 리비아 배우인 무스타파 바카라도 충돌 과정에서 유탄을 맞고 숨졌다고 보도했다.
이날 수 시간 동안 벌어진 총격과 폭발로 병원 6곳도 파손되는 등 사태가 심상치 않아 휴전 2년여 만에 전면전이 재발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온라인 동영상에는 간밤부터 시작된 폭력 사태로 시내 곳곳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불탄 차량과 총탄 자국이 난 건물들의 모습이 올라왔다.
이날 충돌은 유엔·서방이 인정하는 과도정부 격이자 압둘하미드 드베이바 임시 총리가 이끄는 리비아통합정부(GNU)와 동부를 장악한 파티 바샤가 전 내무장관 주도의 라이벌 정파 간 갈등의 연장선이다.
지난 2011년 '아랍의 봄' 혁명 여파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뒤 무장세력이 난립한 리비아는 2014년 들어 서부 GNU와 동부의 리비아국민군(LNA)으로 나뉘어 혼란이 지속됐다.
그러다 2019∼2020년 칼리파 하프타르 LNA 최고사령관이 트리폴리 장악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것을 계기로 2020년 유엔 중재로 휴전이 이뤄졌다.
당시 휴전 합의에는 GNU가 리비아 전체를 통치하는 동시에 대통령 선거를 주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작년 12월로 예정됐던 대선이 투표를 둘러싼 논란 끝에 결국 무산되면서 권력 다툼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특히 바샤가 전 장관은 지난 2월 동부 투브루크 의회에 의해 새 총리로 지명되기도 했는데, 드베이바 총리는 '정당하게 선출된 정부'에만 권력을 넘기겠다고 버티면서 2개의 정부가 대치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양 정파는 이날 사태도 상대방 탓이라고 서로 비난했다.
GNU는 연말께 대선을 치르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었지만 바샤가 측이 막판에 합의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바샤가 측은 이런 협상이 있었다는 것 자체를 부인하면서, 드베이바 측이 계속해서 권력 이양을 거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양측은 지난 5월에도 통치권을 두고 트리폴리에서 무력 충돌을 빚었고, 지난달에도 양측의 유혈 사태로 어린이를 포함해 17명이 사망한 바 있다.
유엔은 리비아 지원 임무단은 이날 양측에 즉각적인 교전 중지와 함께 민간인 지구를 겨냥한 포격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리처드 놀랜드 주리비아 미국 대사도 성명을 통해 상황이 더 악화하기 전에 선거 날짜에 조속히 합의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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