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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푸틴-마크롱 통화 공개에 "기밀 유출" 발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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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푸틴-마크롱 통화 공개에 "기밀 유출" 발끈

마크롱 취재한 프랑스 다큐 방송에서 "푸틴 거짓말쟁이" 비난

프랑스에서 방송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외교를 취재한 다큐멘터리에 대해 러시아가 기밀을 공개했다며 4일(현지시간) 발끈하고 나섰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후의 시기 마크롱의 외교 활동을 다룬 <대통령과 유럽 그리고 전쟁>이라는 제목의 프랑스2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에 지난 2월 20일 마크롱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화 통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이 다큐는 6월 30일 방송됐다.

마크롱, 우크라 침공 전 푸틴에 바이든과 정상회담 제안...푸틴 "원칙적 동의" 뒤 말 바꿔

이 다큐 내용을 1일 보도한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당시 마크롱은 푸틴에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날 것을 제안하면서 이를 공동성명에 담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푸틴은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면서 자신이 현재 체육관에 있다며 통화를 마무리하려 했다. 푸틴은 마크롱의 이름을 부르며 "당신과 대화는 즐겁고 우리는 신뢰 관계가 있다"며 "당신에겐 뭘 숨기지 않는다. 나는 아이스하키를 하러 가야 되는데 연습을 시작하기 전 참모들과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마크롱은 통화 후 보좌진들에게 통화가 잘 됐다고 말했지만, 결국 그의 제안을 거부됐다. 푸틴 통화 직후 이뤄진 양국의 담당 보좌관들의 실무 협의에서 러시아 측이 공동성명에 미국과 러시아의 정상회담을 언급하지 말라고 했다. 다큐멘터리에서 프랑스의 에마뉘엘 본 보좌관은 "문제는 푸틴이 거짓말쟁이라는 것"이라며 "더 똑똑해지는 것은 우리에게 달렸다"고 말했다.

또 푸틴은 볼도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비난하기도 했다. 푸틴은 젤렌스키 정권에 대해 "민주적으로 선출되지 않았다"며 "그들은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고 사람들은 산 채로 불에 탔으며 이는 대학살이었다"고 말했다. 푸틴은 "젤렌스키는 이에 책임 있는 사람 중 하나"라면서 마크롱에게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 분리주의 세력의 주장을 들어달라고 부탁했다.

마크롱은 "우리는 분리주의자들의 제안에 신경 쓰지 않는다"며 이를 거부했다.

또 방송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개시한 2월 24일 마크롱과 젤렌스키의 통화 내용도 담겼다. 젤렌스키는 마크롱의 이름을 부르며 "당신과 푸틴이 대화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서방이 반전 연합을 구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유럽과 바이든 대통령이 연대해 푸틴에게 중단을 요구하면 푸틴은 그만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에 마크롱은 "협상 테이블에 앉을 준비가 됐냐"고 묻자 젤렌스키는 "당연하다"고 답했다.

▲지난 2월 7일 러시아를 방문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 "정상간 통화는 당연히 기밀"

이런 방송 내용에 대해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러시아 국영TV와 인터뷰에서 "정상간 통화는 당연히 기밀이며 비공개 협상"이라며 반발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앞으로 프랑스가 누구의 비밀도 존중할 것이라고는 기대를 할 수 없다"며 "파리는 전 세계에 이를 언론이 보도하는 것을 정상이라고 생각한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말했다.

마크롱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외교적 협상을 줄곧 강조해왔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전인 지난 2월 7일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과 직접 회담을 하기도 했다. 러시아가 침공을 개시한 후에도 지난 5월 9일 유럽의회 연설에서 평화적 해결을 위해 "러시아에 대한 굴욕을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해 우크라이나 뿐 아니라 에스토니아 등 '발트 3국'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후에도 마크롱은 우크라이나가 영토의 일부를 포기하더라도 빨리 전쟁을 끝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지속했다. 이에 지난 6월 16일 마크롱이 독일, 이탈리아, 루마니아 정상들과 우크라이나를 방문했을 때 젤렌스키가 차가운 반응을 보인 사진이 인터넷 '밈'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러시아의 마크롱에 대한 비난은 푸틴이 거짓말을 했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한 방송 내용 뿐 아니라 중재자 역할을 하던 마크롱이 지난달 우크라이나 방문, G7 정상회의 등을 통해 다른 서방국가들과 행보를 같이 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했을 당시 마크롱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포옹 장면. 이 사진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냉랭한 표정 때문에 화제를 모았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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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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