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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은퇴, 해결 없으면 한국 사회는 곧 붕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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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은퇴, 해결 없으면 한국 사회는 곧 붕괴된다"

[마강래의 부동산 이야기]고령층으로 진입한 베이비붐 세대

부동산. 누구에게나 불공평한 단어가 되어버렸다. 무주택자는 천정부지로 오른 집값에 박탈감을 느끼고, 유주택자는 남들보다 싼 아파트에 사는 것에 박탈감을 느끼는 시대다. 누구나 불행한 시대가 된 셈이다.

역대 정부는 보수‧진보를 떠나 모두 '집값 안정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결과는 처참한 수준이다. 집값은 IMF 외환위기, 금융위기 등 외부의 강한 타격을 받을 때를 제외하고 지난 40여 년 동안 우상향을 이어왔다. 이런 도식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프레시안>은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와 진행하는 새 연재 <마강래의 부동산 이야기>를 통해 이러한 현상이 왜 생겨나는지, 어떤 대안이 있는지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부동산과 관련한 주제를 두고 <프레시안>이 질문하고 마 교수가 답하는 방식이다.

마 교수는 도시계획과 도시재생, 도시행정을 주제로 균형 있는 국토 발전을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모색해온 현장 중심 연구자다. 대표저서로 <지방도시 살생부>(개마고원 펴냄), <부동산, 누구에게나 공평한 불행>(메디치미디어),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개마고원 펴냄) 등이 있다. 편집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고령 사회가 다가오고 있다. 아니, 이미 다가왔다. 유엔은 국가의 총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이 7%, 14%, 20% 이상이면 각각 '고령화' 사회, '고령' 사회, '초고령' 사회로 분류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디에 속할까. 한국은 이미 2000년에 고령화 사회, 2018년에 고령 사회에 접어들었다. 앞으로 4년 뒤인 2026년에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더구나 2045년에는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37%를 차지하는 세계 1위 고령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의 고령 인구는 2017년 이미 유소년인구 수를 추월했다. 1700만 명에 해당하는 베이비부머(1955년~1974년생)의 첫 세대인 1955년생이 은퇴하는 시기가 다가오면서다. 2020년 65세(고령층)에 진입을 시작한 이들 베이비부머가 고령층으로 모두 진입할 향후 20년 간 고령인구는 급속도로 증가할 전망이다.

문제는 이들은 은퇴 이후에도 일을 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일명 '일하는 은퇴자' 내지는 '임계장'이다. OECD 회원국 평균 실질은퇴 나이는 남성은 65.4세, 여성은 63.4세이나 한국의 실질 은퇴나이는 73세인 이유다.

앞으로 이들의 은퇴 이후 삶은 사회적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이들에게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세대 간 갈등도 커질 수밖에 없다. 자립해서 살아가기 어려운 현실이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의 발목을 잡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마강래 교수는 앞으로 닥칠, 아니 이미 다가온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베이비붐 세대들의 '귀촌'을 제안했다. 무작정 베이비붐 세대들에게 귀촌을 하라는 건 아니다. 그들이 귀촌해서 살 수 있는 조건, 즉 일자리와 주택 등 인프라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마 교수를 이를 위한 세밀한 정책을 주문했다. 

마 교수는 이를 통해 수도권 과밀화도 해소할 뿐만 아니라 소멸하는 지방도 살리고, 은퇴 후 삶을 고민하는 베이비붐 세대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아래 그와의 인터뷰 내용.

▲ 마강래 교수. ⓒ프레시안

"베이비붐 세대, 뒷전에 머물게 한다면 한국 사회는 곧 붕괴된다"

프레시안 : 보통 베이비붐 세대(baby boom generation)라고 하면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이들을 일컫는다. 그런데, 교수는 이들 세대를 확장해 1955년생부터 1974년생까지로 정했다. 이렇게 한 이유가 궁금하다.

마강래 : 베이비부머와 연관되는 가장 대표적인 단어는 '58 개띠'이다. 1955년부터 1963년까지의 9년 동안 출생아수가 급증했다. 이 시기에 태어난 이들이 일반적으로 베이비부머라 불린다. 출산억제 정책으로 64년부터 출생인구가 줄어드는 듯 했다. 하지만 68년 이후 다시 출생아수가 증가했고 이것이 1971년에 정점을 찍은 뒤 1974년부터 점차 감소하기 시작했다. 학계에서는 1968년부터 1974년 사이에 태어난 이들을 2차 베이비부머라고 부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인구구조는 1차와 2차 베이비부머를 인구정점으로 하는 두 개의 봉우리를 갖고 있다. 그러니 1955-1974년의 '20년 동안' 태어난 이들의 사회·경제적 영향력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미국과 영국에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19년 동안' 출생률이 높았던 시기에 태어난 이들을 베이비붐 세대로 정의하고 있다.

▲ 연령별 인구 ⓒ통계청

프레시안 : 그렇게 따지면 이들 세대는 엄청나게 많을 듯하다. 20년 동안 최고의 출생률을 이어오지 않았나.

마강래 : 이 시기에 태어난 인구는 대략 1685만 명 정도 된다. 우리나라 인구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프레시안 : 거대한 인구다. 베이비붐 세대에 주목하는 건, 이들 세대가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인가.

마강래 : 그렇다. 거대한 인구 집단이기에 이들의 은퇴나 정치참여 등은 경제, 사회, 정치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준다. 잠시 후 얘기하겠지만, 베이비붐 세대가 과거와는 다른 '대도시 이탈'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데, 이 또한 사회경제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프레시안 : 여기에서 또한 주목할 점은 베이비붐 세대의 맏이 격인 1955년생이 2020년부터 65세 이상의 고령 인구로 편입되었다는 점이다. 이를 시작으로 매년 70~90만 명 정도의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층으로 편입된다.

마강래 : 80만 정도가 얼마나 많은지 가늠이 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 80만은 광주광역시 절반 정도의 인구이다. 이 정도가 앞으로 20년 동안 '매해', 그것도 '연속적으로' 고령인구로 편입된다. 

고령인구의 수가 늘어나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고령인구의 '증가속도'다. OECD 국가의 지난 10년간 고령인구 연평균 증가율은 2.6%였다. 우리나라는 연평균 4.4%로 OECD국가 중에서 가장 속도가 빨랐다. 우리나라의 고령인구 증가율은 향후 20년간 더 큰 폭으로 뛸 것이다. 이런 인구구조 변화는 메가톤급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양에 의한 충격보다 속도에 의한 충격이 더 크다. 대응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 어떤 나라도 이런 충격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프레시안 : 고령인구가 많아지면 무엇이 가장 큰 문제인가.

마강래 : 우리나라의 고령자 복지제도는 65세를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다. 65세가 넘어간 이들에게 우리사회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다. "힘드셨지요. 이제 뒷전에서 쉬십시오." 노인기초연금, 무료 독감접종, 무료 지하철, 통신비 지원 등 65세부터는 각종 혜택의 대상이 된다. 에너지 바우처, 경로우대 공제, 주민세 해택, 건강검진 서비스 등의 혜택도 받는다.

프레시안 : '그간 열심히 일했으니, 이제 사회가 어느 정도 삶을 보장해주겠다'는 의미 아닌가.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은퇴 후 삶을 보장해주지는 못하는 듯하다. 보통 은퇴 후 부부가 생활하기 위해서는 한 달에 250만 원 정도의 돈이 필요하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한 달 평균 57만 원 수준이다. 이 돈으로 생활하기엔 역부족이다. 그러나 최근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대다수 은퇴자의 주수입원이 국민연금(47%)라고 답하기도 했다. 그래서 은퇴나이는 65세지만 실제 일을 그만두는 평균 나이는 73세다. '임계장'으로 살아가는 식이다.

마강래 : 이게 지금 은퇴자들의 현실이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 중위소득의 50% 이하인 65세 이상 인구비율)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 은퇴 후에도 일을 그만둘 수 없는 상황이다. 실질 은퇴연령도 73세로 OECD 평균보다도 10년 정도 길다.

고령자를 위한 복지 정책이 예전보다 좋아지고 있지만, 고령자수의 폭증으로 인해 그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 더구나 출산율 감소로 젊은 층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앞으로 복지 예산을 늘리기도 어려운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프레시안 : 고령인구의 증가추세도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 인구가 줄어들면 큰 문제가 발생할 것 같기도 하다. 2021년 기준으로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81을 기록했다. OECD 국가 중 꼴찌였다. 2024년에는 0.7을 기록할 전망이다.

마강래 : 아이를 낳지 않으니 생산가능인구(15-64세 인구)가 빠르게 줄어들 것이다. 이에 따라 노년부양비(생산가능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할 고령인구) 또한 급상승할 것이다. 현재 생산가능인구 100명이 25명의 고령인구를 부양해야 하지만, 10년 후엔 부양비가 2배 가까이 늘어난다. 젊은 세대의 부담이 두 배로 늘어날 거란 뜻이다. 50년 후엔 생산가능인구 1명이 고령자 1명을 책임져야 하는 구조가 된다. 

곧 청년층과 고령층간 세대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는 예측의 영역이 아닌 '정해진 미래'다. 결국, 현재 은퇴하는 베이비붐 세대를 뒷전에 머물게 한다면 한국 사회는 조만간 붕괴할 수 있다.

프레시안 : 우리나라는 왜 이리 출산율이 낮은가.

마강래 : 도시계획을 연구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유를 대자면, 수도권으로의 쏠림현상 때문이다. 인구밀도가 높으면 생존 경쟁도 심해진다. 집값도 높아져 경제적으로 어려워진다. 청년들이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니 이세(二世)에 대한 계획을 제대로 세울 수 없다. 이건 학계에 널리 보고된 사실이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구밀도가 높다고 알려진 홍콩이나 싱가포르조차 합계출산율이 1을 넘는다. 인구감소로 국가적 위기감이 높이지고 있는 일본의 경우도 1.35수준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도 압도적으로 낮다. 해외 인구 학자들도 우리나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의아해할 정도다. 우리나라의 젊은 층 감소추세는 전 세계적으로 전무후무하다. 오죽하면 옥스퍼드대 데이비드 콜만 교수가 우리나라를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소멸할 국가로 꼽았겠는가.

이런 현상은 동물사회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1960년대 말에 동물학자 존 컬훈(John Calhoun)은 '밀도'와 '행동'의 관계에 관한 유명한 실험을 한 적이 있다. 그는 최대 3840마리의 쥐를 수용할 수 있는 실험장을 만들었다. 쥐들에겐 먹이와 물이 무한정으로 공급되었다. 천적도 없었다. 암수 두 마리로 실험이 시작되었다. 55일마다 쥐 숫자는 두 배로 증가했다. 315일 후에 620마리로 늘었다. 이후 출산율 감소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인구수가 증가하는 속도가 둔화되었다. 밀도가 높아지는 과정에서 쥐들은 높은 공격성을 보였고, 구애의 빈도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젖을 떼기도 전인 아기 쥐가 부모로부터 버림받는 현상도 발생했다. 600일 정도가 되었을 때 2200마리로 인구 정점을 찍었다. 이 시점에서 쥐들은 더 이상 출산을 하지 않았다. 이후 지속적으로 인구가 감소했고 결국 멸종위기에 이르렀다.

"베이비붐 세대를 지방에 내려보내야 한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마강래 : 우선 그 이야기를 하기 전에, 내가 인구구조 변화와 베이비붐 세대에 관심을 가졌던 배경에 대해 설명하는 게 좋을 듯하다. 나는 인구 학자가 아닌 도시계획과 국토계획을 전공한 사람이다. 지역 간 인구이동 흐름과 관련하여, 뭔가 과거에는 없었던 강한 인구이동 흐름이 나타나는 걸 발견했다.

프레시안 : 청년들의 수도권 집중현상을 말하는 것인가.

마강래 : 맞다. 청년층이 수도권으로 향하는 흐름이 굉장히 강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지방의 인구는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고, 지방대학도 어려워지고 있다. 이것은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다.

내가 주목한 건 바로, 베이비붐 세대의 이동 패턴이다. 이들의 대도시 탈출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현재 살고 있는 대도시에서 그 주변의 '중소도시'나 '농산어촌'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 연령점수가 감소한 이동은 파란색으로, 증가한 이동은 붉은색으로 표현됨. 빨간색의 흐름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주도하고 있다. ⓒ인구 순이동(2012-2016)(https://www.vw-lab.com/)

프레시안 : 현재로서는 청년들이 지방을 떠나려 하고, 베이비붐 세대는 지방에 가려고 하는 게 명확해 보인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정책을 만드는 게 중요한 듯하다.

마강래 : 인구 유출을 분석한 통계를 보면, 청년들은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있다. 반면에 베이비붐 세대는 수도권을 포함한 대도시에서 인근 중소도시와 농어촌으로 넓게 퍼져 나가고 있다. 이런 흐름을 주도하는 이들에는 1차 베이비붐 세대뿐만 아니라 60년대 말, 70년대 초반에 태어난 2차 베이비붐 세대도 포함된다.

프레시안 : 왜 그런 흐름이 나타나는 것인가.

마강래 : MBN의 <나는 자연인이다>가 10년 이상 장수 프로그램으로 살아남은 이유는 무엇이겠는가. 이 프로그램의 주된 시청자는 도시 생활에 지친 50대 남성이다. 자연인의 삶을 보며, 대리 만족을 얻고 위로도 받는다. 베이비붐 세대가 대도시를 벗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이 대도시 생활에 지쳐있기 때문이다. 또한 힐링을 원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은 육체적인 힐링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힐링도 원한다.

요즘은 50대 초반부터 은퇴를 하는 분위기다. 베이비붐 세대 다수가 이미 은퇴를 했거나 준비 중에 있다. '제2의 인생'을 위해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 이들 상당수는 어릴 적 시골을 떠난 이들이다. 그래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크다. 은퇴 후 자신의 고향이나, 고향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주변의 시골로 이주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지방에서 살기를 원하는 세대가 있다면 이들이 가서 안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국토연구원 설문조사를 보면 베이비붐 세대의 65%는 '지방으로 이주를 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즉 제2의 인생으로 귀촌을 꿈꾸는 것이다. 실제 2020년 기준 전체 귀촌인의 절반 가까이를 베이비붐 세대가 차지했다. 그런데, 단순히 은퇴 후 힐링을 이유로 대도시를 떠났다고 하기엔 수치가 높다.

마강래 : 경제적 이유 또한 영향을 주고 있을 것이다. 은퇴 후 한 달 생활비로 250만 원 정도가 든다. 은퇴 후 이 정도의 생활비를 매달 확보할 수 있는 베이비부머는 많지 않다. 시골로 이주하면 생활비가 많이 줄어든다. 적은 돈으로 적게 쓰면서 살 수 있다.

프레시안 : 그렇게 내려간다 해도 상당수가 다시 도시로 돌아오는, 역촌 현상도 있지 않나.

마강래 : 맞는 이야기다.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부분은 여기에 있다. 인생 2막의 희망을 품고 대도시를 떠난 베이비붐 세대들이 왜 다시 돌아오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의 중소도시와 농촌이 베이비붐 세대를 맞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적절한 일자리와 주택, 그리고 이웃과 어울릴 수 있는 프로그램 등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의 지방은 베이비붐 세대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

프레시안 : 반대로 이야기하면, 그런 베이비붐 세대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면 지속해서 귀촌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 듯싶다.

마강래 : 이것이 가능하다면, 고령층으로 접어드는 베이비붐 세대의 행복감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고령화로 인한 국가적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귀촌한 베이비붐 세대, 그들이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프레시안 :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라는 말이 있다. 의도가 좋아도, 세부적인 과정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정책을 시행해도 효과가 없을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자.

마강래 : 그럼 조금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 보겠다. 대도시를 떠나려는 베이비부머가 가장 먼저 고민하는 건 '어디서 살 것인지, 어떤 주택에 살 것인지'다. 주택과 거주환경은 그만큼 중요하다. 시골 빈집이 많으니 이를 이용해 이주한 베이비붐 세대에게 제공하면 되지 않겠냐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건 현실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도시 아파트에 익숙해진 사람이 살 수 있도록 개조할만한 빈 집은 그리 많지 않다. 고친다고 해도 비용이 어마어마하다.

프레시안 : 그럼 베이비붐 세대를 위한 주택을 새로 지어야 한다는 뜻인가.

마강래 : 귀촌한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양질의 주택과 주거환경이다. 베이비붐 세대를 위한 단독주택이나 타운하우스 같은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면 어떻겠는가. 그것도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완전히 가능한 얘기다. 여기서 잠깐, 경상남도 함양군에 있는 서하초등학교에 대한 이야기하고 싶다. 나는 귀촌귀향 모델의 가능성을 함양의 작은 마을에서 보았다. 서하초는 2019년 당시 학생 수가 14명이었는데, 그중 4명이 졸업을 하게 되면서 폐교 위기에 처했다. 그때 학부모와 학교, 그리고 지역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학생모심위원회'를 구성했다.

프레시안 : 학생들을 데려오기 위한 고민을 했을 듯싶다.

마강래 : 당시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짰다. 학교에 아이를 입학시키면 아이의 가족들이 생활할 수 있는 집도 임대해주고, 부모에게는 일자리도 연결시켜 주었다. 그리고 입학한 학생들에게는 해외연수의 기회도 약속했다.

당시 초등학교 건너편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임대주택 12호를 새로 지었다. 매월 임대료는 15만 원-20만 원(17평-25평 기준)으로 책정했다. 원하면 최대 20년 동안 거주할 수 있다. 그리고 임대주택 단지 내에 마을 사람들과 입주민이 모여 수다를 떠는 공간인 카페도 만들었다.

▲ 서하초 앞 매입임대주택 ⓒ프레시안

프레시안 : 결과는 어땠나.

마강래 : 대성공이었다. 이후 전교생이 4배(2021년 기준 10명에서 37명으로 증가) 가까이 증가했다. 최근 함양군은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물류회사도 유치했고, 이 회사는 지역민을 우선적으로 고용하기로 했다. 서하초 모델은 농촌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이다. '주거기능'을 기반으로, 학교와 일자리가 결합한 모델이라 '주거플랫폼 모델'로 불리고 있다.

프레시안 : 서하초 모델의 성공에 단지형 임대주택이 큰 역할을 한 듯하다. 베이비붐 세대를 유입하는 데도 도움이 될 듯하다.

이 모델을 응용해 베이비붐 세대에 적용될 수 있는지 고민해 왔다. LH가 베이비붐 세대를 위한 공간마련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LH에서는 시골지역에서도 저렴한 가격에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파트형 임대주택이 아니다. 20호 내외의 단지형 주택으로, 웬만한 전원주택보다 나은 수준의 주택이다. 공동텃밭을 가꾸고 이웃과 바비큐 파티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 임대주택에서 계속 거주하길 원한다면 최대 20년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프레시안 : 베이비붐 세대에게 주택이 다는 아닌 듯하다.

마강래 : 베이비붐 세대의 또 다른 고민은 '일 할 수 있는지'이다. 50대 중반에 은퇴한 이들은 젊어도 너무 젊다. 이들이 대도시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의 다수는 국민연금, 기초연금, 금융소득 등으로 50-100만 원 정도의 생활비는 확보할 수 있다. 이들에게 부족한 생활비는 100-150만 원 정도일 것이다.

만일 지자체가 지방 중소업체들과 귀촌한 사람들을 연결해주면 어떨까. 지방에 튼실하지만 사람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중소기업도 많다. 일할 사람이 없어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지 않나. 베이비부머의 채용을 촉진하기 위해 정부에서 기업 지원금을 지급하는 식의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귀촌한 베이비부머가 도시에서처럼 일만하고 싶어 하진 않는다. 일주일에 3일 정도를 일한다든가, 일 년에 서너달 정도를 일하는 방식으로 고용계약을 할 수 있다.

프레시안 : 이것을 교수님은 '3자 연합'이라고 칭했다.

마강래 : 베이비붐 세대, 중소기업, 농어촌 지자체(혹은 정부), 이 3자가 결합해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드는 식이다. 베이비부붐 세대는 임금을 양보하고, 중소기업은 이들에게 안정적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 유입된 베이비붐 세대는 지역의 세수를 높이고, 농어촌지자체는 주택, 의료, 교육 등을 지원할 수 있다. 농어촌지자체는 중소기업에 생산 및 인프라 지원을 하고, 중소기업은 지역경제를 활성화 할 수 있다. 3자 모두가 윈-윈(win-win)하는 협력 모델이다.

▲ 3자 결합모델

프레시안 : 매우 흥미롭다. 새로운 시도이기에 대중화가 되려면 시범 사업 같은 게 필요할 듯하다. 3자 연합과 같은 모델이 기존에 없었는가.

마강래 : 사실 이런 모델이 없었던 게 아니다. 경형 SUV인 캐스퍼(Casper)를 생산하는 '광주형 일자리'가 유사 모델이다. 2019년 1월에 광주시와 현대자동차가 투자협약을 맺은 이후, 2021년 가을에 캐스퍼 1호차가 나왔다. 광주형 일자리의 생산직 초임연봉은 연 3000만 원 정도이다. 동종업계 평균임금의 절반 정도로 낮다. 이 일자리 모델의 핵심은, 부족한 임금을 지자체와 정부가 주거, 의료, 보육, 교육 등의 지원을 통해 보전해 주는 것이다. 이렇게 보전해 주는 서비스를 돈으로 환산한 것이 '사회적 임금'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대도시 버전이다. 지금까지 말했던 건 베이비붐 세대를 위한 중소도시(혹은 농어촌) 버전이다. 지방 중소기업에서 낮은 임금(혹은 파트타임제)으로 베이비붐 세대를 고용하고, 부족한 부분은 사회적 임금으로 보전하는 방식이다. 3자 연합모델에서 사회적 임금 중 가장 큰 부분은 바로 '주거'다. 자연을 느끼고 이웃과 교류할 수 있는 단지형 주택은 3자 연합모델의 가장 중요한 토대이다.

"지방에서의 여생을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돕는 게 중요"

프레시안 : 은퇴자로 쏟아지는 베이비붐 세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는 적절할 수 있겠으나 사실 지방 활성화를 위해서는 한계가 있을 듯하다. 지방이 살아나려면 젊은층을 끌어들이는 정책이 필요하다.

마강래 : 청년들이 지방에 들어와 떠나지 않도록 해야 지방이 사는 건 맞다. 그런데, 현실을 보면 매우 어렵다. 무엇보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없다. 그렇다보니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프레시안 : 그렇다고 이들을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설사 '3자 연합 모델'이 잘 구축돼서 베이비붐 세대가 지방에 안착한다 해도 이들이 죽고 난 이후에는 또 어떻게 하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이 남는다.

마강래 : 단계별로 인구유입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중소도시와 농어촌이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인구 자체가 줄어드는 것이다. 인구감소 추세가 꺾이지 않는다면 기존 인프라도 유지하기 힘들어질 것이고, 또다시 인구가 유출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베이비붐 세대의 유입을 유도하고 지역이 어느 정도 활성화되고 난 뒤, 그에 맞는 청년 산업을 다시 육성하고 이를 키우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

프레시안 : 베이비붐 세대는 자가보유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지방으로 내려갈 때, 집을 팔지 않는다 해도, 수도권 집을 임대로 놓을 수 있다. 그럴 경우, 수도권의 전월세 가격도 어느 정도 낮출 수 있을 것 같다.

마강래 : 서울 집값을 잡는 가장 확실하고 빠른 방법은 주택수요를 분산하는 것이다. 수도권 쏠림이 계속되고 있는데, '주택공급' 혹은 '수요억제'의 이분법적 논리에 갇혀 있으니 문제를 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은퇴한 베이비부머의 대도시 탈출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이제 우리는 수요분산을 위해, 베이비부머의 이동 흐름에 어떤 추임새를 넣어야 할지 고민할 때다.

베이비부머가 이주를 할 때, 일부는 주택을 팔고, 일부는 세를 놓을 것이다. LH의 임대주택사업은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대도시에서 이주한 유주택자에게도 혜택이 갈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게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수도권 집값 상승 압력을 낮출 수 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베이비붐 세대만 모두 805만 명이다. 이 중 440만 명 정도(약 55%)가 지방에서 출생했고, 이들의 상당수가 농촌 출신이다. 이들 중 10%만 움직여도 44만 명의 이동하는 꼴이다. 베이비붐 세대들의 집은 대체로 입지가 좋은 곳에 있다. 수도권 외곽에 주택을 공급하는 것보다 집값안정에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사실 베이비붐 세대들은 수도권에서 빠질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으니 못 빠진 것이다. 이들이 자신의 행복을 찾아 지방으로 이전하면 이에 따라 사회적 비용도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프레시안 : 부동산 문제 해결에도 역할을 하겠지만, 세대 간 갈등 해소에도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강래 : 지금의 중고령 인구는 과거 20년 전 중고령 인구와는 너무나 다르다. 스스로도 자신이 이렇게 건강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는 이들도 많다. 나는 2차 베이비붐 시기의 정점에서 태어났다. 은퇴를 준비하고 있는 50대 초반 동년배 친구를 보면 마음이 먹먹하다. 최근에 내가 얼마나 더 살 수 있는지 궁금해서 통계청에서 발표한 기대여명표(연령 x세의 사람이 앞으로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년수)를 봤다. 나는 평균적으로 35년 정도 더 살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건 평균적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평균적으로 35년이 남았다는 건, 40-50년 후에도 생일상을 받을 내 동년배들이 꽤나 많을 것이란 얘기다. 앞으로 이런 인구가 복지의 대상 혹은 부양의 대상으로만 인식된다면, 젊은 세대가 어찌 이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 뒷전에 물러난 이들에게 장수는 축복이 아닌 형벌로 다가올 것이다.

프레시안 : 3자 연합모델이 많은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듯하다.

마강래 : 생각해보면, 인구적으로 베이비부머, 산업적으로 중소기업, 공간적으로 농어촌의 3자는 우리 사회에서 너무나 소중한 자원이다. 하지만 일자리의 수도권 쏠림으로 인해 앞으로 '약자'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있다. 외롭고 가난한 베이비붐 세대,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허덕이는 중소기업, 주민이 사라진 휑한 농어촌을 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하지만 약자 셋이 뭉쳐서 만드는 사회변화의 힘은 가히 폭발적일 것이다. 연대를 통한 시너지 효과가 수렁으로 향하는 우리나라를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3자 결합이 현실화되면, 우리사회의 난제인 지역인구소멸, 집값폭등, 세대갈등, 저출생, 연금고갈 등의 문제를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일종의 만병통치 모델인 것이다.

프레시안 : 문제는 시기인 듯하다. 2020년부터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기 시작하지 않았나. 이 시기를 놓치면 앞에서 말한 여러 정책들이 성공하기 쉽지 않을 듯하다.

마강래 : 정책은 타이밍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한시라도 젊을 때 정책이 진행돼야 한다. 이촌향도한 베이비붐 세대들에겐 지방에서의 삶은 단순한 로망 이상이다. 하지만 이주한 곳에서의 미래가 구체적으로 그려지지 않으니 귀향귀촌을 실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귀향귀촌을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정책을 펼치고, 그들이 지방에서의 여생을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돕는 것이 중요하다.

프레시안 : 고향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들은 지방에 돌아가고픈 욕망이 상당하다. 이들이 지방으로 돌아가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면, 망설이는 이들도 순차적으로 지방으로 내려갈 수도 있을 듯하다. 부디 현 정부에서도 이런 모델을 고민하고 정책에 도입하기를 바란다. 오랜 시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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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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