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첫 외국 방문 환송 행사에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불참하고 권성동 원내대표만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대통령실 및 여당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특별히 대통령실이 참석을 요청하지 않았고 이 대표는 동시간대 다른 일정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최근 여권 내부 주도권 다툼 상황과 맞물려 묘한 여운을 남겼다.
윤 대통령은 27일 오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스페인 방문 길에 올랐다. 여당에서는 권 원내대표와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가, 정부에서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대통령실에서는 김대기 비서실장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등이 환송 행사에 참석했다.
역대 대통령들이 첫 해외 순방을 갈 때에는 통상 여당 지도부가 환송에 나섰던 전례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윤 대통령이 이 대표와 거리를 두려는 것이 아닌지, 이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 아닌지 등 정치적 해석이 분분하게 나오기도 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실로부터 참석 요청은 없었고, 제가 정무수석한테 '가야 되는 것 아니냐'(고 묻자) '굳이 안 와도 된다'는 반응이었다"며 "다만 우리 당에서 배출한 대통령이 첫 정상회담 출국길이기 때문에, 마침 또 그 시간 뒤에 내 시간 일정이 비어있어서 참석하기로 했다. 나는 자진해서 가는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대통령실에서 참석 요청이 온 것을 이 대표가 거부한 것이 아니고, 이 대표의 환송식 불참이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취지로 진화에 나선 셈이다.
그러나 최근 이 대표와 윤 대통령 측근 그룹 간의 당내 주도권 다툼의 연장선에서 이번 사건을 주시하는 관점도 있다. 특히 전날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이달 중순 비공개 만찬 회동을 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나온 데 대해, 이 대표는 부인하지 않는 반응을 보였지만 대통령실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딱 잘랐다.
이 대표는 전날 해당 보도에 대해 기자들에게 "지금까지 대통령과의 논의사항, 접견 일정을 외부로 유출한 적도 없고 이야기한 적도 없는데 언론의 단독 기사로 이런 이야기가 나와 당황스럽고 곤란하다"며 "대통령실과 여당은 상시적인 소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성상납 및 증거인멸 의혹으로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징계 심의 절차를 받고 있는 중이고, 대선 전 합당한 옛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 임명 문제를 놓고 국민의당 대표였던 안철수 의원과 대립 중이다. 또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 문제와 혁신위 문제 등 여러 안건을 놓고 최고위 내에서는 배현진 최고위원과 갈등 중이다. 안 의원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배 최고위원은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을 지냈다. 이 대표는 나아가 안 의원과 배 최고위원의 배후에 '윤핵관'으로 불리는 장제원 의원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가 '윤 대통령과 상시적 소통을 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대통령실은 바로 부인하고, 그 다음날 윤 대통령의 출국 환송 행사에 또다른 '윤핵관' 권 원내대표는 참석하고 이 대표는 불참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이 대표는 환송행사가 열린 시각, 당 혁신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재형 의원이 주관한 토론회에 가 축사를 했다.
한편 장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강연회를 주관한 뒤 일부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에게) 전화로 '잘 다녀오시라'고 인사드렸다"며 "큰 성과를 가지고 오시라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고 <뉴스1>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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