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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 사각 노린다…"'가짜 5인 미만 사업장' 수두룩, 대기업도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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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 사각 노린다…"'가짜 5인 미만 사업장' 수두룩, 대기업도 포함"

권리찾기유니온,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고발 사례 분석 결과 발표

"상시 노동자는 약 20명~40명이었지만, 근로계약서는 회사 설립 이후 그 누구도 작성한 적이 없다. 쪼개기 법인이라 연차수당은 당연히 없었고, 부당퇴사 직원들 그 누구도 실업수당 신청을 못했다. 회사 측이 노무사까지 불러 직원들에게 연차수당이 없다고 공공연히 밝힐 정도로 무법, 탈법의 온상이었다." (ㅇ판지제조 생산직 조태성)

대규모 사업장임에도 노동자 수를 5인 미만으로 위장해 근로기준법 적용을 피하고자한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일명 '가짜 3.3'들이 산업과 직종에 관계없이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것으로 23일 조사됐다.

'가짜 3.3'이란 사업주가 자신의 사업장을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신고하기 위해 노동자 일부로 하여금 사업소득세 3.3%를 직접 납부하는 개인 사업자로 위장하는 꼼수를 뜻한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5인 미만 사업장을 보호하지 않기 때문에 해당 영세 사업장에서는 사업주가 노동자를 상대로 4대 보험 미가입, 초과근무수당 미지급, 부당 해고 등을 일삼아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즉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의 맹점을 악용하기 위해 노동자를 개인사업자로 위장하거나 혹은 사업장을 쪼개서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위장하는 악덕 사업주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심지어 기업순위 100대에 들어가는 대기업에서도 이 같은 행위가 존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권리찾기유니온·권리찾기전국네트워크지원센터 등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 공동고발했던 5인 미만 위장 사업장 130곳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며 이 같이 전했다.

권리찾기유니온이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으로 고발한 사업장 130곳 중 실제 5인 미만 사업장이었던 곳은 불과 5곳이었다. 나머지 125개 위장 사업장은 도매 및 소매업, 제조업, 숙박 및 음식점업 등 12개 산업군에 광범위하게 걸쳐 있었으며 직업군은 52종에 달했다. 

이들 125개 사업장 중 노동자 수가 30명 이상인데도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위장한 곳이 19곳이나 됐다.

▲23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가짜 5인 미만 공동고발 2주년 기자회견에서 공동고발 신규 참여자들이 공동고발장을 들고 한상균 권리찾기유니온 위원장(왼쪽), 김철운 공공상생연대기금 집행위원장(오른쪽 두번째), 하은성 권리찾기노동법률센터 상임노무사(오른쪽)와 사진을 촬영을 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이 끝나는대로 고발장을 접수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이날 회견에는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직접 나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하는 현실을 증언했고, 해당 사업장 고발 이유를 밝혔다.

"선광그룹이 소유한 'ㅅ프라자 빌딩' 관리팀에서 총 7년 반을 근무하면서 잘못도 없이 1개월 정직, 3번의 부당해고를 당했다. 회사는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위장하여 그냥 당할 수밖에 없었다.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자 회사는 부당해고를 취하하고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하겠다는 합의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복직 후 출근하는 첫날부터 관리소장이 '그 나이에 나와서 일하겠다고 앉아있냐', '주둥이를 쭉 찢어버리겠다'는 비아냥으로 모멸감을 주었다. 소장이 노골적으로 무시를 하니 직원들도 무시를 하여 10살이나 적은 경비에게도 굴욕적인 언사와 무시를 당하게 됐다." (ㅅ관리사무소 경리직 강소연)

이 외에도 공동고발된 위장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218명 중 90명(41.3%)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주 52시간 이상 장시간 및 초장시간 노동을 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54명(24.8%)이었다. 4대 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46명(21.1%)에 불과했다.

사업장들은 5인 미만으로 위장하기 위해 직원을 소속 노동자로 등록하지 않는 방법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권리찾기유니온이 공동고발한 사업장 30곳을 분류했을 때, 서류 쪼개기를 통한 '사업장 분리형'은 10곳(33.3%)이었고, 직원 4명까지만 4대 보험을 등록하는 '직원 미등록형' 사업장은 19곳(63.3%)으로 가장 많았다.

하은성 권리찾기노동법률센터 상임노무사는 "이번 조사 결과는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이 특정 산업이나 특정 직종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확인해줬다"며 "업계 매출 1, 2위를 다투는 사업장이나 대한민국 100대 기업에 들어가는 대기업 중에서도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위장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자가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을 신고하려면, 고용보험상으로는 사업장 규모가 4명이지만 10명 이상이 일하고 있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며 "하지만 사업장과 관련된 서류는 개인 정보라 주지 않고, 근로감독관은 증거가 없으면 강제수사를 할 수 없다고 말하는 상황"이라고 현실을 토로했다.

권리찾기유니온은 서울·경기 등 전국 각지의 노동권익센터, 노동조합, 법률기관, 사회단체와 협력해 오는 10월까지 '가짜 3.3 노동자' 실태조사를 진행할 계획도 밝혔다. 4대 보험 대신 사업소득세(3.3%)를 원천징수 하는 사업소득자로 위장된 노동자를 조명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방송과 조선, 학원, 스포츠, 외식, 물류 산업을 심층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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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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