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사진기자 출신 귀농 꿀벌 농부, 72년 전 현대사의 비극을 파헤치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사진기자 출신 귀농 꿀벌 농부, 72년 전 현대사의 비극을 파헤치다

[프레시안books] <1950.11.20 가재 상흔> 최순호 지음, 남원미디어공방

25년간 신문사에서 사진기자로 현장을 누빈 그는 전라북도 남원이 고향이었다. 어느날 신문기자 생활을 그만 두고 자신이 태어난 땅으로 귀농했다. 틈틈히 농학과 식품영양학을 공부한 그는 지리산 자락에서 꿀벌을 키우며 삶의 2막을 시작했다. 그러던 그의 눈에 고향이 자꾸 밟혔다.

가재는 전북 남원시 주천면 덕치리 노치 마을의 순 우리말이라고 한다. 갈대 노(蘆)에 고개 치(峙), 갈대고기는 우리말로 '가재'가 되었다. 가재는 지리산 정령치를 따라 백두대간이 관통하는 평화로운 마을이다. 비극으로 끝난 '동막골'이 있다면 이 곳이었을 것이다. 이 평온하고 아름다운 마을에 1950년 11월 20일 새벽 국군 제11사단 전차부대가 들이닥쳐 마을 전체를 불태우고 비무장 민간인들이 죽임을 당했다. 역사를 더듬어도 흔적조차 남지 않아, 마을 사람들은 이 비극을 가슴에 묻었다.

"남원시 주천면 고기리 고촌, 내기마을, 덕치리 회덕, 노치마을, 운봉면 주촌마을 5개 마을 민간인들을 노치마을로 토끼몰이하듯 몰아치면서 움직이는 물체가 있으면 무차별적으로 총을 쏴 죽음으로 내몰았다. 덕치리 노치마을 정자나무 아래 사람들을 모아 손가락 끝 하나로 생과 사를 나누었다."

72년 전 잊혀진 고향 마을의 비극적 역사에 기자 출신 꿀벌 농부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조선일보> 사진기자 출신 최순호 작가가 쓴 <1950.11.20 가재 상흔>(남원미디어공방)은 잊힌 향토 역사, 그리고 한반도 역사에 관한 생생한 기록이다.

▲<1950.11.20 가재 상흔> 최순호 지음 ⓒ남원미디어공방

남원은 한국전쟁 당시 제2전선인 빨치산 활동의 주무대였다. 한국전쟁을 전후해 남원은 문화도시가 아니라 군사도시를 방불케할 정도로 많은 군사령부들이 주둔했다.

1948년 10월 19일 여순사건이 발생한 뒤 김지회를 비롯한 반군 세력은 구례를 통해 지리산으로 입산하면서 지리산 자락 남원시 주천면의 희생은 시작된다. 1948년 11월 19일 남원시 주천면 고기리 고촌마을에선 국경에 의해 끌려간 젊은이들이 집단으로 희생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재 상흔>은 일제강점기 항일 운동을 했던 여러 세력 가운데, 특히 남원에서 사회주의 활동을 했던 인물들을 추적해 좌익 계열 계보를 정리하면서 미군정 시절 한반도 최초로 미군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 '남원 사건'을 역사적 자료를 통해 생생하게 재구성한다. 이후 남원에서 펼쳐지는 좌·우익의 이데올리기 대립과 갈등을 양남식 테러사건을 통해 살펴본다. <가재 상흔>은 지리산 자락 작은 마을의 가슴 아픈 이야기이지만, 한반도 어느 곳에서나 있었던 기억하기 싫은 아픈 역사를 담담하게 담았다.

'남원시 주천면 고기리, 덕치리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보고서'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이 책의 저자는 누가 애써 찾아주지 않았던 역사적 기록을 발굴해 이어 붙이고 피해자들의 증언을 덧대어 르포르타주를 완성했다. 오래된 지역 신문기사들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및 각종 정부 문서, 미군정과 CIA의 비밀 문서, 주민들이 보관하고 있는 자료들을 모아냈다. 사진 자료는 물론이고 피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생생한 삽화를 그려 넣었다.

최순호 작가는 "최선을 다해 자료를 수집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 썼지만 전문가들의 눈에는 오류와 잘못투성이일 것"이라며 "누군가 지적하고 난도질해 남원의 올곧은 역사가 수립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최 작가는 "책이 세상에 나왔으니 이를 토대로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어 볼 계획"이라며 "활자로 기록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당시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생생한 모습을 영상으로 담았으면 한다"고 했다.

최 작가는 "지리산 자락에 꼭꼭 숨겨져버릴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고 억울한 죽음들이 해원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최 작가는 지리산 자락 전북 남원에서 태어나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을 공부한 뒤 1991년 조선일보 사진부 기자로 입사해 25년간 현장을 누볐다.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에서 뉴미디어영상을 ,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 농학, 식품영양학을 공부했다. 현재는 고향인 지리산자락에서 꿀벌을 키우는 농부다. 남원시 주천면발전협의회 총무로 활동하고 있고, 남원미디어공방 1인 출판사의 대표다. 

▲저자 최순호 작가 ⓒ최순호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