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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최임 차등적용 국가 살펴보니…"최저임금보다 더 주려고"가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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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최임 차등적용 국가 살펴보니…"최저임금보다 더 주려고"가 '상식'

이미 2017년 TF "최저임금 차등적용 국내 도입은 불가" 판정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경영계의 요구로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다르게 적용하는 방안을 도입할지 논의하기로 했다. 2017년 '최저임금 제도개선 TF'(이하 TF)에서 이미 '불가' 의견이 나왔던 차등적용 논의에 다시 불을 지피는 셈이다. 이 같은 배경에 외국의 최저임금 차등적용 도입 배경에 관한 사용자 측의 잘못된 해석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경영계의 숙원사업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부터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지역별, 업종별 차등적용에 대한 전향적인 검토가 이제 시작돼야 한다"(2021년 8월), "최저임금을 200만 원으로 잡으면 150만 원, 170만 원 받고 일하겠다는 사람은 일을 못 해야 하느냐. 200만 원을 줄 수 없는 자영업자는 사업을 접으라고 해야 하느냐"(2022년 3월)고 최저임금 차등적용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윤 대통령과 경영계의 '최저임금 차등적용' 주장은 업종과 지역에 따라 법에서 정한 최저임금보다 '더 낮게' 업종별로 임금을 차등 적용할 수 있다는 발상에서 출발한다. 최저임금이 사용자의 지불능력에 따라 업종별로 기준보다 낮게도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는 식이다. 

하지만 2017년 노동자·사용자·공익 위원이 추천한 전문가로 구성된 TF는 이같은 경영계의 주장은 사실을 "오해"한 것이라고 이미 지적했다.

23일 <프레시안>이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최저임금 제도개선에 관한 연구 TF 보고안'을 살펴보면, 해당 보고서에서 과거 TF는 "사용자측이나 일부 언론이 주장하는 선진국 대부분의 산업별 및 업종별 구분적용 현황은 외국사례를 확대해석하거나 오해"한 것이며 "산업별 및 업종별 (최저임금) 구분적용은 실시하는 국가도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실시하는 국가들은 대부분 법정 최저임금 이상으로 산업별 및 업종별 최저임금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현재 최저임금 차등적용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최저임금보다 '더 낮은' 임금을 주려 이 제도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특정 산업에 최저임금보다 '더 높은' 임금을 설정하는 것이 보편적인 '최저임금 차등적용'에 대한 개념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017년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 동안 노동자·사용자·공익 위원이 추천한 전문가 18명으로 TF를 구성하여 업종·지역별 구분적용 방안을 비롯해 최저임금 제도 개선과 관련한 6개 주제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작성했다. TF는 이를 종합해 '최저임금 제도개선에 관한 연구 TF 보고안'을 완성했다.

당시 TF는 논의 끝에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은 "낙인 효과 우려로 불가하다"는 다수의견을 도출했다. 그 이유로 △최저임금 취지상 업종별 구분적용의 타당성을 찾기 어려움 △구분적용되는 업종은 저임금 업종의 낙인효과 발생 △업종별 구분을 위한 합리적인 기준이나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통계 인프라 부재 등을 제시했다. 또한 TF는 지역별 차등적용은 '타당하지 않다'는 일치된 결론을 내렸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017년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 동안 노동자·사용자·공익 위원이 추천한 전문가 18명으로 TF를 구성하여 업종·지역별 구분적용 방안을 비롯해 최저임금 제도 개선과 관련한 6개 주제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작성했다. ⓒ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 제공

1988년, 딱 한 해만 실시됐던 업종별 차등적용…"차등 구분할 객관적 기준 정하기 어려워"

경영계는 최저임금법 제4조를 근거로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법 4조 1항에는 사업의 종류별로 최저임금을 구분하여 정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최저임금법 제4조 (최저임금의 결정기준과 구분)

①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하여 정한다. 이 경우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하여 정할 수 있다.

② 제1항에 따른 사업의 종류별 구분은 제12조에 따른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한다.

실제로 최저임금법이 처음 도입되었던 1988년에는 산업별로 저임금 그룹과 고임금 그룹을 구분하여 최저임금을 결정했다. 지역별 최저임금은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대도시·중소도시·농촌지역간의 계급적 구분이 될 수 있다는 정치적 고려 끝에 당시에도 시행되지 않았다.

1988년 당시 정부는 제조업에 한정해 최저임금을 적용했고 1군과 2군을 구분했다. 시간급 기준으로 1군은 462.50원을, 2군은 487.50원으로 각각 차등적용했다. 두 분류 사이의 임금 차이는 시간급 기준 25원이었다. 아래는 1군과 2군에 해당하는 직종이다.

- 1군(12개 업종) : 식료품, 섬유, 의복, 가죽, 신발, 나무, 종이, 고무, 플라스틱, 도기 자기, 전기기기, 기타 제조업

- 2군(16개 업종) : 음료품, 담배, 가구, 인쇄출판, 산업화학, 기타화학, 석유정제, 석유석탄, 유리, 비금속, 철강, 비철금속, 조립금속, 기계, 운수장비, 정밀기계

하지만 산업별로 차등을 두었던 최저임금 마저도 1988년 딱 한 해에만 적용됐다. 이듬해인 1989년부터는 모든 산업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최저임금만을 결정했다. 김기선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산업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객관적인 기준을 정하기 어렵고, 산업별로 노사 간에 이해가 서로 충돌하며, 이론적으로는 (직종별 구분을 하는데) 설득력이 취약하다는 점을 고려하여 1989년부터는 전 산업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최저임금만을 결정하여 오고 있다"고 짚었다.

김 연구위원은 최저임금 차등적용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저임금은 근로임금의 최저기준을 정함으로써 근로자의 최저소득을 보장토록함으로써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는 제도"인데 "업종별 최저임금(차등 적용)은 업종 및 기업의 상황에 따라 근로자의 최저소득이 달라질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근로자간 불공평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현실적으로 업종별 차등적용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차등적용이 되는 업종에 대한 기준마련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가 진행되어 있지 않아 차등적용을 위한 업종별 구분기준에 대해 모호성이 남아 있는 상태"라며 "기업규모에 따른 차등적용인지, 아니면 업종별 분류에 있어 업종 중분류, 세분류, 세세분류 등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실태조사가 선행되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차등의 기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김 연구위원은 평가했다.

최저임금 차등적용, 해외 사례는 최저임금보다 '더 많이' 주기위해 실시

TF 보고서에 등장하는 업종별 차등적용의 해외사례를 살펴보면, 일반 최저임금제의 최저임금 수준보다 업종별 최저임금의 임금수준이 높게 설정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호주는 국가 최저임금제를 바탕으로 하고, 이를 기준으로 직종 및 산업별 최저임금제를 실시하고 있다. 국가최저임금제라는 미숙련노동자에게 적용되는 단일 최저임금제를 바탕으로 하고, 숙련노동자에게는 최저임금 보다 높은 직종 및 산업별 최저임금제를 실시했다. 노동자의 숙련도에 따라 국가최저임금을 웃도는 직종 및 산업별 최저임금이 결정된 것이다.

일본의 경우에도 산업별 최저임금은 특정 산업의 노사가 기간제 노동자에 대해 지역별 최저임금보다 높은 임금이 필요하다고 요구하는 경우에만 설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도 법정 최저임금제를 기본으로 하고, 단체협약에 의해 결정되는 산별최저임금은 법정 최저임금의 2배 이상의 수준에서 결정됐다.

이승협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는 "산업별 및 업종별 구분적용은 실시하는 국가도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실시하는 국가들은 대부분 법정 최저임금 이상으로 산업별 및 업종별 최저임금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산업별 및 업종별 구분적용이 법적 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준에서 산업별 및 업종별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제도로 잘못 소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현재 사용자측이 주장하는 업종별 최저임금은 사업체의 저생산성과 임금지불능력을 이유로 단일 최저임금 이하로 업종별 최저임금을 정하자는 것이며, 이는 해외 사례에서 적용되는 단일 최저임금 이상에서 정해지는 업종별 최저임금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논의하게 된 배경부터 다시 살펴봐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최저임금 제도개선은 이러한 점에서 논의의 출발점 자체가 잘못된 측면이 있다"며 "최저임금의 산입범위 확대와 지역별 및 업종별 구분적용에 대한 논의는 노동자의 생존권이 보장되는가의 관점에서 출발했다기보다는 최저임금의 수준을 사용자의 지불능력에 맞추어야 한다는 의도에서 주장되고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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