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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5월 9일까지 종전 서두르지 않을 것"…푸틴의 계획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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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5월 9일까지 종전 서두르지 않을 것"…푸틴의 계획은?

미국도 '러시아 약화' 목표로 방향 전환한 듯…키이우서 민간인 시체 1000여구 추가 발견

러시아가 5월 9일 전승기념일까지 전쟁을 끝내도록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한 러시아는 수도 키이우를 점령하는 등 성과를 바탕으로 전승기념일에 "승리"를 선언하고 전쟁을 끝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미국의 정보당국 등이 전망했었다. 5월 9일은 러시아가 나치의 항복을 받아내 2차 대전 승리를 선언한 날로, 매년 모스크바에서는 이날 전승을 기념하는 퍼레이드가 진행된다. 

그러나 침공하자마자 키이우를 점령할 것이라는 초기의 예상이 빗나가고, 돈바스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을 점령하겠다는 수정된 목표도 완수하기 힘들어지자, 러시아는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기 전까지 전쟁을 끝낼 계획이 없음을 밝힌 셈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언론과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다음주 전승기념일까지 우크라이나에서 특별군사작전을 완료하기 위해 인공적인 시간대를 설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군부 등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날 어떤 종류의 승리를 축하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러시아 군인들이 이날까지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라브로프 장관은 "우리 군대는 특정 날짜에 인위적으로 활동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언제나처럼 5월 9일을 엄숙하게 축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우크라가 아닌 나토와 싸운다" 선전전...푸틴, 우크라 동부와 흑해 해안선 확보 원해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는 러시아 뿐 아니라 우크라이나와 이를 돕는 미국을 포함한 서방 국가들의 입장에서도 느껴진다.

무엇보다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기 때문에 '명분 싸움'에서 이미 패배한 러시아 입장에서 "승리"라고 주장할 만한 성과를 손에 쥐기 전까지는 물러날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지아 하케 베이커 평화분쟁 연구소 소장은 "러시아는 탈출구라기 보다는 큰 승리를 원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푸틴은 이것이 그의 (정치적) 생존이 될 것이라고 느낀다"고 <유에스에이 투데이>가 2일 보도했다.

푸틴의 4월 지지율이 82%에 이르는 등 여전히 러시아 국민들의 절대 다수가 그를 지지하고 있지만 전쟁이 길어질수록 정치적 위험 부담은 커진다. 러시아 국민들을 상대로 막대한 전쟁 비용과 군 사망자 등 피해를 정당화할 가시적인 성과 없이 전쟁을 끝낼 수 없다는 관측이다.

<CNN>, <유에스 투데이> 등 미국 언론들은 러시아가 결국 우크라이나 동부와 흑해 해안선 일부를 얻기를 바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계획이 성공한다면 "우크라이나 내에서 나치 세력으로부터 핍박 받는 러시아인들을 돕기 위한 것"이라는 러시아가 제시한 전쟁 명분을 정당화시킬 수 있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2014년 점령을 선언한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을 연결하는 마리우폴을 확보해 흑해 연안까지 확보한다면 러시아 국민들을 상대로 "전쟁 승리"를 주장할 수 있게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 국영TV에서는 연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아닌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와 싸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전쟁이 서방이 러시아를 파괴하기 위한 위협에 맞서기 위한 것이며, 우크라이나의 나치들과 싸우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강력한 언론 통제가 이뤄지기 때문에 외국 언론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러시아인들 중 다수는 이런 주장을 믿고 있다는 지적이다.

▲러시아군의 이동 방향. 그간 우크라이나 동부와 마리우폴에 공격이 집중됐다. 최근 공격이 강화된 오데사 지역까지 러시아가 확보하게 되면 우크라이나는 해상로를 모두 잃어버리게 된다. ⓒ<유에스에이 투데이> 갈무리

우크라 "러시아군 전면 철수" 요구…美 영부인, 우크라 난민 만나기로

이 전쟁이 쉽게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조짐은 우크라이나 측에서도 감지된다. 최근 들어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에 더욱 적극성을 보이는 등 달라진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24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과 같은 종류의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해지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1일 의회 대표단들과 함께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깜짝 방문'해 볼로드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우리는 승리할 때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질 바이든 영부인도 오는 6일부터 9일까지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루마니아와 슬로바키아를 방문할 예정이다. 러시아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난민 수십만명을 수용한 이들 국가에서 바이든 여사는 우크라이나 어머니와 자녀들, 미군 장병들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국 의회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처음 도입됐던 무기대여법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로의 무기 공급과 관련된 절차적 장애를 없애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의회가 승인한 136억 달러(약 17조 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소진하다 최근 330억 달러(약 42조 원) 지원을 추가로 요청했다. 펠로시 의장은 우크라이나 방문시 추가 지원금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도 이번 전쟁을 러시아의 정권교체나 러시아를 강대국의 지위에서 끌어내리는데 이용하려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고 보여진다.

데니스 슈미할 우크라이나 총리는 1일 CBS와 인터뷰에서 전쟁을 끝내는 유일한 방법은 러시아군의 전면 철수라고 말했다. 마리우폴, 돈바스 일부 지역 등 이번 침공을 계기로 우크라이나에 들어온 러시아군이 완전히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부차, 마리우폴 등 침공 과정에서 민간인 학살, 기반 시설 파괴, 잔혹 행위, 수백만명의 난민과 가족 해체 등은 우크라이나의 항전 의지를 키우는 변수가 됐다. 우크라이나에서도 손해를 보더라도 무조건 빨리 전쟁을 끝내자고 주장을 하기엔 이미 발생한 비극이 너무 커졌다.

러시아, 장기적 영토분쟁으로 들어가나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조지아의 남오세티아, 몰도바의 트란스니트리아 지역처럼 러시아 군대가 주둔하는 방식으로 낮은 수준의 군사적 충돌을 내포한 영토 분쟁으로 결론이 내려질 수도 있다. 러시아는 2008년 조지아와 전쟁을 한 뒤 남오세티아 지역을 독립국으로 승인한 뒤 군대를 주둔시켰다. 몰도바에도 트란스니스트리아에 '평화유지군'이란 명분으로 러시아군이 주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하기 직전에 푸틴은 돈바스 지역에 도네츠크 공화국과 루한스크 공화국을 각각 독립국으로 승인했다. 조지아나 몰도바와 비슷한 방식으로 사실상 러시아 영토화 하려는 수순을 밟으려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키이우 경찰서장은 러시아군에 의해 살해된 우크라이나 민간인 1202구의 시신이 관할 지역에서 발견됐다고 2일 밝혔다.

▲ 2일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오데사 지역.ⓒ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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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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