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미·중·러 대결 구도 속, 北 비핵화 동인 찾기 어려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미·중·러 대결 구도 속, 北 비핵화 동인 찾기 어려워"

중국, 북한 비핵화 협상에 부담…한국, 러시아 제재 수위도 고민

미중 간 갈등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하기 위한 중국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지만,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2018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활발히 이뤄졌을 때도 중국은 북한 비핵화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협상 국면에서 한국 정부의 실무 책임자였던 이도훈 전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13일 세종연구소가 개최한 '제38차 세종국가전략포럼-국제환경 대변동과 차기정부 외교안보대북정책'에 발표자로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18년 북미 정상회담을 비롯해 비핵화 대화가 이뤄졌을 당시 남북미중 4자 협상에 대해 논의가 있었냐는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의 질문에 "북한은 미국만 상대했고 중국은 약간 빠져있는 느낌이었다"고 답했다.

이 전 본부장은 "2018년이 되기 전에 북한에 대화에 나오라는 메시지를 넣을 때 중국의 역할이 매우 컸다. 쑹타오 대외 연락부장이 북한을 방문하기도 했다"며 "우리가 하려는 것이 중국의 '쌍궤병행'(비핵화와 평화협정 논의 병행)과 다르지 않으니 북한에 압력을 넣어달라고 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그런데 본격적으로 북미 협상이 시작되니까 중국이 위험부담을 안기 싫어서인지 살짝 빠지기 시작했다"며 중국이 협상 국면에서는 적극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전 본부장은 "중국은 다른 국가(미국 등)의 하청을 받아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 남 좋은일 하는 것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며 "정치적인 영향력을 잃어버리고 경제적으로 손해를 보게 하려고 자신들에게 이런 일(대북 압박)을 시키는 것 같다는 생각이 있어 보였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북한 역시 당시 상황에서 중국 개입을 달가워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본부장은 "미국은 북한과 먼저 협상을 진행하고 이후 남북미 3자 중심으로 가다가 나중에 중국과 러시아, 일본 등이 참여하는 방식을 선호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북한은 미국과 협상만을 원했다"고 밝혔다.

이 전 본부장은 중국의 역할 강화를 위해 "6자회담을 부활시켜서 중국에 의장직을 다시 맡기는 방안도 생각해봤다"며 미국과 다자 구도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지만 현실화되기는 어려웠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에 미중관계는 나빠지고 있지만 그래도 비핵화만큼은 예외로 삼는 잠정적 신사협정을 맺자고 제안하기도 했다"며 향후 정부에서도 "북한이 핵을 가지고 난리치면 중국에도 부담이 될 뿐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우리와 같은 배를 탔다는 점을 강조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이 전 본부장은 "북한 핵 개발은 이제 누구도 함부로 말을 꺼낼 수 없는 종교적, 신화적, 비합리적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핵 억제력 강화와 미국 및 유럽연합(EU)의 독자 제재 강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황일도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의 핵이 지속될 것이라면서, 지금과 같이 미국과 중국·러시아가 대결하는 국제 정세 속에 비핵화를 할 만한 동인을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북한이 비핵화를 하면 경제적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 혹은 국제적으로 제재를 강화하는 방식 등 기존의 대응책으로는 북한의 핵능력 및 미사일 고도화를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세계 공급망이 가치나 이념으로 재편되어 가는 상황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고 해도 기존 (서구) 세계화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질지 의문"이라며 "공급망 바깥에 있는 국가(중국 등)와 연대가 경제적으로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황 교수는 또 "북한은 코로나19로 지난 2년 동안 국경을 닫았는데도 버텼다"며 "자립경제를 만들겠다며 사경제 영역 축소하고 공식경제 영역을 강화하면서 체질 개선을 하고 중국이나 러시아로부터 원유나 식량, 비료 등 필수재의 협력만 있으면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계산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우리의 우호 국가들이 대북 제재에 동참해서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사실상 거의 없다. 2010년 이후 북한 교역량의 90%는 중국"이라며 "한미일이 (북한에 대해) 레버리지를 가지기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황 교수는 이같은 상황에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북한이 중국이나 러시아에게 부담스러운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하는 논리로 가져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북중러라는 블록과 미국의 핵 전력 관계라는 틀에서 보면 북한의 (최근) 행동은 북미 간 의도치 않은 군사적 충돌의 개연성 및 핵 확전 개연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중국과 러시아가 이러한 위험성을 신경쓰게 하고 부담스럽게 해서 비핵화 논리를 만들어가는 접근을 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제재, 한국은 어디까지 동참해야 하나

한편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와 함께 차기 정부가 직면하게 될 주요 대외 사안 중 하나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 러시아에 대한 제재 및 관계 설정에서 국익에 기반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날 포럼에서 발표를 맡은 이왕휘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서방의 전례없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이뤄졌고 러시아가 수세에 몰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러시아도 경제 안보 차원에서 나름대로 잘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특히 러시아가 에너지 부문에서 많은 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미국 주도의 제재에 전 세계가 일치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일본의 사례를 들기도 했다.

그는 "일본이 미국 주도의 제재에 매우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지만, 사할린에 러시아와 같이 개발하고 있는 가스 투자에 대해서는 에너지 안보에 핵심적이고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사업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며 국가 이익을 우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제재의 역효과도 나오고 있다"며 "미국이 금융 제재를 남발하다보니 다른 국가들이 달러화 사용을 축소하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그는 러시아가 제재 속에서도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하지 않는 데에는 "매일 유럽으로부터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에 대한 대금이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라며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한) 2014년 이후 러시아는 외환 보유고를 높이는 등 대비를 해왔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전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혀 상황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와 관련 엄구호 한양대학교 아태지역 연구센터소장은 "장기화되면 러시아에서의 기업 철수 문제가 계속 제기될텐데, 러시아 현지에 설비가 있는 현대자동차 등 제조업 업종이 문제"라고 분석했다.

엄 교수는 "펩시콜라의 경우 철수는 했지만 일단 설비를 유지하고 있고 직원들 임금도 지급하고 있다"며 "우리도 기업 이미지와 경제적 실익을 균형적으로 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