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커피전문점의 본사와 서울시 종로구 청계점의 대표자는 같다. 본사 직원은 청계점에서 필요한 식자재, 비품 발주를 지시하고 청계점 노동자들의 채용, 근태를 관리했다. 청계점에서 근무하던 매니저가 승진을 해서 본사에서 근무하는 등 승진체계도 통합되어 있었다.
그러나 두 사업장은 별도의 사업장이었다. 대표자는 청계지점을 다른 사업장으로 등록해 상시근로자 수를 축소해 5인 미만 사업장으로 만들었다. 이에 따라 연장·야간 수당, 연차 유급휴가 등을 지급하지 않았다. 현행 근로기준법이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한 '사업장 쪼개기'인 것이다.
권리찾기유니온은 12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며 A 커피전문점 사례를 포함해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11곳에 대한 12차 공동고발을 진행했다.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이란 실질적으로 같은 사업장임에도 서류상으로 회사를 쪼개거나 4명까지만 직원으로 등록하고 나머지는 직원으로 등록하지 않는 식으로 5인 미만 사업장을 유지하는 경우다. 권리찾기유니온은 지난 2020년 1차 공동고발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125개 사업장을 공동고발했다.
이남신 서울노동권익센터 소장은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에서 아예 배제된다는 점에서 기존의 간접고용, 외주화보다 훨씬 악질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용노동부가 5인 미만 사업장 의심 사례에 대해 근로감독을 수행한 것은 중요한 변화"라면서도 "고용노동부가 수동적인 방식이 아닌 적극적으로 일터 문화를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권리찾기유니온 등 시민단체들이 공동고발을 진행한 사업장을 포함한 72곳의 근로감독 결과를 지난 3월23일 발표했다. '5인 이상 의심 사업장' 총 72곳을 근로감독한 결과 20곳의 법 위반 사항이 확인됐다. 8곳은 실질적으로 같은 사업장이면서도 '사업장 쪼개기'를 통해 운영했고 그 외 12곳은 상시 근로자가 5인 이상임에도 5인 이상 적용 노동법을 미준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은성 권리찾기유니온 정책실장은 이 같은 감독결과를 두고 "1년 넘게 근로감독이 진행되었어도 적발한 사업장 수가 적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하 실장은 "공동고발 과정에서 노동청·노동위에서 가짜 5인 미만으로 인정되거나 사업자가 불법 위장을 시인하며 추가 임금을 지급한 사업장만 30개"라며 "그 외에도 사건 취하, 조사 진행되지 않은 사업장이 있음에도 20개의 사업장만 적발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근로감독 과정에서도 부실 조사 사례가 있다"며 "사업주 측의 주장만 받아들여 과하게 책정된 휴게 시간을 그대로 인정하고 '행정종결' 처리함으로써 추가적인 권리구제 기회를 박탈했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공동고발 중 7건은 처음으로 당사자가 직접 노동청에 진정을 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진정에 참여한 정 아무개씨는 "'사업장 쪼개기'로 근로시간,수당,연차휴가 등을 보장받지 못했다"라며 "근로기준법은 최소한의 기준이기에 어떠한 차별 없이 모두에게 적용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권리찾기유니온은 '법률구제 재정연대'를 기반으로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고발 운동을 지속해나갈 계획을 밝혔다.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소속 노동자가 법률구제를 시도하면 착수금을 지원하고, 승소할 시 착수금을 연대기금으로 환원받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정진우 권리찾기전국네트워크지원센터 대표는 "먼저 권리 찾기에 나선 이들이 또 다른 노동자의 권리 찾기를 지원하는 연대운동이 되는 것"이라며 "향후 5인 미만 사업장, 위장 프리랜서 뿐만 아니라 이주·난민 노동자 노동권 등으로 권리 찾기 운동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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