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두성산업 대표에게 법원이 영장기각을 한 것을 두고 노동계는 "기업주들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시도"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비정규직이제그만)은 23일 저녁 성명을 내고 "창원법원은 16명의 노동자들을 화학물질에 급속 중독되게 만든 두성산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며 "경영책임자에 대한 첫 영장기각이라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고 법원의 이번 판단을 비판했다.
전날 22일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경남지역본부(경남본부)도 성명을 내 "명백한 사업주의 안전보건의무 위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주는 구속되지 않았다"며 "사법부의 잘못된 판단은 사업주들에게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처벌은 없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21일 창원지방법원은 고용노동부의 구속영장 신청으로 두성산업 대표이사 A 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다. 심사에서 법원은 사측의 "범죄혐의가 소명된다"면서도 "증거 인멸 가능성과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이날 기각된 영장은 지난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경영 책임자에게 청구된 첫 구속영장이었다.
두성산업은 지난 2월 직원 16명이 노동부 임시건강진단을 통해 급성 간 중독 판정을 받으며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노동부 수사를 받아왔다. 전자부품 제조 과정에서 유독성 세척액을 사용하면서도 국소배기장치를 설치하지 않아 안전보건조치를 소홀히 했다는 게 두성산업의 주요 범죄혐의다.
비정규직이제그만은 성명에서 두성산업의 안전보건조치 미이행 사항을 지적하며 "법원의 눈에는 자신의 배를 채우기 위해 노동자들의 생명을 갉아먹는 자본가의 끝없는 탐욕과 책임회피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가"라고 반문한 뒤 "한해 20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죽어가도 '기업주'는 단돈 450만 원의 벌금만 낼 뿐인 현실을 바꾸고자 한 것이 중대재해처벌법의 제정 이유"라며 "경영책임자를 처벌해야 반복된 죽음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정규직이제그만은 특히 "구속재판은 단지 도주가능성과 증거인멸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며 두성산업의 법죄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증거 인멸 가능성과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의 판단을 비판했다. 유흥희 비정규직이제그만 집행위원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기업주들이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가장 무서워하는 부분이 바로 구속의 원칙"이라며 "구속 원칙을 지키는 것이 제대로 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의 첫 시발점"이라고 주장했다.
유 위원장은 법원의 이번 판단이 "사법체계의 공정성 자체를 훼손하는 일"이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법정에 섰을 경우엔 별다른 도주 우려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구속 원칙을 지키는 경우가 많다"며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돼야 할 법의 잣대가 사회적 약자에겐 가혹하게, 경영책임자에겐 관대하게 적용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유 위원장은 "반대로 (노동자 과실 등으로) 사장 한 명이 죽었으면 이렇게 안 했을 것 아닌가" 되물으며 "노동자 16명이 죽음에 이를 수 있는 안전사고를 당했는데, 법원이 노동자의 죽음은 안일하게 취급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실정법은 사회적 약자에게 힘이 되어야 한다"며 "이번 영장기각 판단은 법원이 기업주를 사회적 약자로 둔갑시킨 꼴"이라고도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