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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약자 조롱 도 넘었다"…'안티 페미' 거부한 '이대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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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약자 조롱 도 넘었다"…'안티 페미' 거부한 '이대남'들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 "우리는 이대남이 아니란 말입니까"

정치권을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이대남 프레임'에 대해 20대 남성 당사자들이 반대와 자정의 목소리를 냈다. "정치권과 미디어에서 그려내는 다 똑같은 청년 남성"이 아닌 "가부장제 폐해와 성차별에서 벗어나 성평등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청년 남성들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20대 남성들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모임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은 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남성인 우리가 경험하는 문제의 원인이 페미니즘이나 특정 페미니스트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라며 "정치권과 미디어는 혐오를 부추기는 일을 멈추고 성평등을 위한 진지한 고민과 구체적인 정책을 보여 달라"고 주장했다.

남성들이 모여 페미니즘을 화두로 던진 이유는 20대 대선 국면에서 번진 '이대남 프레임' 때문이다. 지난 1월 7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언급한 이후, 윤 후보에 대한 20대 남성층의 지지율이 눈에 띄게 상승하면서 정치권에는 안티 페미니즘 정서를 핵심으로 한 '이대남 현상'이 뜨거운 감자가 됐다.

'20대 남성들은 페미니즘에 강한 반발심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그들의 표심을 움직이기 위해 페미니즘 및 여성의제를 공격 또는 패싱하는 일이 하나의 대선 전략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최근 내놓은 '여성 할당제 축소 및 폐지' 공약이나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7일 발언 등은 '이대남 프레임'을 활용한 대표적인 전략이라 볼 수 있다.

▲9일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의 기자회견 '우리는 이대남이 아니란 말입니까' ⓒ프레시안(한예섭)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남성들은 '이대남 프레임'을 활용하는 정치권의 행보를 지적하며 "남성을 위하고 남성의 마음을 얻겠다는 정치가 왜 약자를 외면하는 정치여야만 하느냐"고 되물었다. '여성가족부 폐지'나 '여성 징병제' 등 소위 '남성 역차별론'에 소구하는 일부 정책안에 대해서도 "여성가족부를 없애거나 여성이 군대에 간다고 해서 지금 내가 겪는 문제가 해결되거나 성평등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남성들은 또한 '이대남 프레임'을 활용하는 정치권의 움직임이 소수자와 약자를 향한 '조롱문화'로 이어지고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회견에 참여한 20대 남성 김연웅 씨는 "왜 누군가를 공격하고 괴롭히는 일을 정치적 전략으로 삼느냐"고 물으며 "정치가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넘고 있다"고 평했다. 밈이나 드립 등 청년세대 사이의 풍자문화가 안티 페미니즘을 호명하는 정치권의 움직임과 만나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 혹은 페미니즘과 같은 가치에 대한 조롱과 괴롭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페미니즘에 대한 사회 일각의 비난정서를 지적하는 발언도 나왔다. 발언에 나선 20대 남성 고선도 씨는 "페미니즘은 어떤 폭력이 아니라, 오히려 폭력으로부터의 해방"이라며 페미니즘을 통해 "남성의 눈으로만 보아온 반쪽짜리 세상을 보다 온전히 볼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젠더갈등을 해결해 내는 것도 결국 페미니즘일 것"이라 강조했다.

페미니즘에 대한 20대 남성의 반발을 전제로 한 '이대남 현상'은 2019년 문재인 정부에 대한 20대 남성층 지지율 급락을 계기로 처음 화두가 됐다. 지지율 급락의 원인으로 '정부와 여당의 여성친화적 정책이 20대 남성의 반발을 부른다'는 해석이 제시되면서, 안티 페미니즘이 하나의 정치적 전략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2021년 4.7 재보궐 선거 국면에선 오세훈 당시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20대 남성에게 높은 지지율 얻어낸 것이 화제가 됐는데, 당시 이준석 현 국민의힘 대표가 이를 '20대 남성들이 여당의 여성 우대 정책에 실망한 것'이라 분석하면서 안티 페미니즘을 중심으로 한 '이대남 현상' 프레임에 다시 불이 붙기 시작했다.

이날 기자회견의 사회자로 나선 '불꽃페미액션' 활동가 이가현 씨는 당시의 일을 두고 "(이 대표가) 서울에 거주하는 20대 남성의 특정 선택에 대해 안티 페미니스트로서의 정체성을 부여하고, (거기에) 이대남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고 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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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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