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을 불법으로 개설해 요양급여를 수급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장모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5부(윤강열 박재영 김상철 부장판사)는 25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은순(76)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실질적으로 요양병원 개설 과정에 공모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입증됐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따라서 건보공단을 기망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최씨는 의료인이 아닌데도 2013년 2월 불법으로 요양병원을 개설해 병원을 운영한 혐의(의료법 위반), 2015년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22억9천여만원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로 2020년 11월 불구속기소 됐다.
이에 최씨 측은 의료재단 설립에 필요한 자금 중 일부를 빌려줬다가 돌려받고 재단의 공동이사장에 취임했을 뿐 요양병원의 개설이나 운영에 개입하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해왔다.
핵심 쟁점은 의료재단을 설립하고 경기 파주에 요양병원을 설립한 주모 씨를 비롯한 주모자 3명이 최씨와 동업자인지, 이들과 최씨를 서로 공범으로 볼 수 있는지였다.
검찰이 공범으로 지목한 이들은 모두 재판에 넘겨져 2017년 주범인 주씨가 징역 4년을, 나머지 2명은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각각 확정받았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투자금을 회수할 목적도 어느 정도 있어 보이지만, 요양병원 개설과 운영에 깊이 관여하고 요양급여를 편취한 혐의가 모두 인정된다"며 검찰 구형량과 같은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주씨와 동업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고, 주씨가 공범과 병원을 인수한 뒤 수익을 5대 5로 분배하기로 한 사정조차 알지 못했다"며 판단을 뒤집었다.
최씨는 윤석열 후보가 검찰총장 재직 당시인 2020년 기소됐다.
당초 최씨는 주씨 등이 이 사건으로 수사를 받을 당시에도 입건되지 않았다. 의료재단 공동 이사장을 맡았던 최씨는 2014년 이사장직에서 물러나며 병원 운영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책임면제 각서'를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 일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고 고발장이 접수되면서 재수사가 시작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는 2020년 11월 최씨를 재판에 넘겼다.
최씨가 기소된 시점은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윤 후보의 가족·측근 의혹 수사팀을 강화하라고 지시한 지 약 한 달 만이었다. 친여권 성향으로 알려진 이성윤 서울고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수사를 지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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