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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이 발열환자 안 받아서"…헤매는 한반도의 응급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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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이 발열환자 안 받아서"…헤매는 한반도의 응급의료

[서리풀 연구通] 응급의료 취약지역 구급대원의 어려움과 코로나19

"중증외상이 있어도 발열이 있으면, 체온이 37.5도를 넘어버리면 격리 병상이 없다 해 가지고, 그러다 보면 (창원 소재 병원으로 가는) 고속도로에서 20분 정도 서 있는 게 저희 요즘 거의 흔한 일입니다. 병원 선정이 안 돼서 가다가 고속도로 갓길에 세우고 병원에 전화하고..."

코로나19 이후 취약지역에서 발열환자 응급이송의 현실을 보여주는 한 구급대원의 인터뷰 내용이다. 경상남도 함안군은 응급의료 취약지로 분류된 지역으로 군 내에 응급의료기관이 없다. 야간에 당직의사 1명, 원무직원 1명으로(간호사는 0명이다!) 운영되는, 진료역량이 매우 한정된 당직의료기관만이 2개소 운영되고 있다.

함안군과 같이 절대적으로 의료자원이 부족한 지역은 어떤 방법으로 응급의료를 개선하고 구급대원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을까? 선뜻 해답을 찾기 어렵다. 그러나 현황을 파악해서 문제점을 더 확연히 드러내고, 주민과 응급의료체계를 구성하는 관계자들의 의견을 모아 개선점을 찾아보고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2022년 1월에 경상남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에서 수행한 <함안군 중증응급 이송·전원 및 진료 협력사업 연구> 중간보고서가 발간되었다.

연구는 지역사회기반 참여연구(CBPR, Community-Based Participatory Research)의 방법으로 수행되었다. 중간보고서에는 지역의 보건문제 파악 및 우선순위 선정 단계를 위한 기초조사 내용이 담겼다. 지역사회 응급의료 현황파악을 위해 주민들과 응급의료체계 구성원의 면담 내용을 분석했고, 경남 응급의료지원센터에서 국가응급의료진료정보망 분석자료를 제공받고, 경남소방본부에서 제공한 구급활동일지에 대한 통계분석을 수행하였다.

분석 결과, 코로나19 전후로 현장 출발 후 병원 도착까지의 구급대 이송시간이 증가했으며, 특히 발열환자의 경우 이송시간이 평균보다 더 많이 증가한 것을 구급활동일지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이는 면담에서 구급대원들이 호소한 어려움과 일치했다. 구급대원들은 코로나19 상황 아래 발열, 호흡기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의 이송에서 격리공간과 인력 부족 등을 호소하는 병원 측의 수용 거부 때문에 병원 선정 문제가 심각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또한, 함안군의 경우 경증환자의 권역응급의료센터 방문 비율이 45.2%로 함안 이외 경남지역의 17.2%보다 현저하게 높았다. 그것은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삼성창원병원이 함안군에 인접해 있고, 경증환자를 볼 수 있는 함안군 내의 병원이 부재하다는 현실이 만난 결과이다. 이러한 잘못된 이송은 권역응급의료센터의 과밀화와 긴 응급실 대기 시간을 유발하고, 중증응급환자의 치료 지연과 환자의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도 발생시키게 된다. 이러한 통계 결과는 면담 분석을 통해서도 확인되었다. 경증환자를 포화된 권역응급의료센터에 이송하면서 구급대원들은 의료진의 불친절한 응대(‘왜 경증환자를 권역센터로 데려오는가?’)와 병원 밖에서의 오랜 대기 등의 이중고를 겪는다.

이러한 구급대 이송시간의 증가와 코로나19로 인해 더 어려워진 병원선정의 어려움, 함안군 외부 이송에 따른 스트레스 외에도, 구급대원 면담 분석에서는 사전거부의 수단이 되어버린 사전연락, 병원 선정의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환자 및 보호자, 면적, 인구대비 부족한 구급자원 등 함안군의 응급의료체계 내에서 구급대원들을 힘들게 하는 복합적인 문제가 있음이 확인되었다.

연구진은 이러한 함안군 응급의료 취약성의 보완 방향을 관내 의료기관의 역량강화, 중앙정부와 경상남도의 응급의료 자원 지원, 함안군 지역 응급의료체계 거버넌스 확립 및 협력체계 구성, 함안군 실정에 맞는 응급환자 이송 프로토콜 개발 및 교육·훈련, 지역주민의 역량 강화를 제시했다.

보건복지부는 <응급의료체계 개선 실행계획(2021.2.)>에서 응급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실행과제들을 제시했다. 실행계획은 지역단위 이송체계 마련, 지역 응급의료 거버넌스 강화, 지역 완결적 응급의료체계 지원을 위한 중앙지원조직 강화 등 응급의료가 지역의 특성에 맞게 개선점을 찾아가며 운영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러나 연구진이 밝힌 것처럼 한국에는 응급의료 취약지역의 현황파악을 포함하는 응급의료 개선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다. 앞으로 취약지역의 응급의료 개선을 위한 기초연구부터 지역에 필요한 자원과 체계를 갖춰가는 중층적 노력을 통해 주민들이 더 안전해지고, 구급대원의 어려움도 조금이라도 해소될 수 있길 기대한다.

-서지정보

경상남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2022). 함안군 중증응급 이송·전원 및 진료 협력사업 연구 중간보고서.

http://gnpi.or.kr/bri/board.php?bo_table=reference&wr_id=2076

▲사립병원이 코로나19 발열 환자를 받지 않으면 응급 의료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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