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마기념사업회가 청마기념관(2종 박물관) 직원 채용을 둘러싼 짬짜미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경력직으로 채용한 사무처장 직책에 거제시가 제동을 걸었다.
청마기념사업회가 자체 운영조례를 변경해 청마기념관 관장을 명예직으로 하고 사무장 대신 직책에 없는 사무처장을 공모하게 된 배경을 두고 잡음이 이어진데다 사무처장이 당초 거제시 수탁기관 모집공고 인력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와서다.
27일 거제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10월 15일 청마기념관의 소재지와 시설, 인력, 위탁운영비, 주요기능 및 업무 등 ‘청마기념관 민간위탁사무 수탁기관 모집’공고를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민간위탁은 ‘거제시 청마기념관 설치와 운영에 관한 조례’ 와 이 조례에 정해지지 않은 사무는 ‘거제시 사무의 민간위탁 촉진 및 관리 조례’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공고에는 위탁시설 인력(3명 이상)에 관장 1명, 사무장 1명, 학예사 1명 등을 명시했다. 3명은 필수인력이다.
‘거제시 사무의 민간위탁 촉진 및 관리 조례’에는 시장의 사무를 위탁받은 기관의 시의회 위탁동의안에는 위탁시설과 위탁사무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수탁자인 청마기념사업회는 내부 운영규칙과 규정을 변경, 사무장을 없애고 위탁시설 인력에 포함되지 않은 사무처장이라는 직책을 만들어 경력직 공모를 진행했다.
청마기념사업회 측은 “시 위탁금 대부분이 관장, 사무장, 학예사의 인건비로 지출돼 인건비 절감문제가 대두됐다. 인근의 김달진 문학관, 토지문학관, 정병주 문학관 등의 사례를 수집 참고해 청마기념관운영위원회에서 기념관 운영규칙과 규정을 변경해 이번 공모를 진행했다”고 배경을 전했다.
인건비를 절감하고 관장을 명예직으로 할 경우 사무장이 실제 관장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사무처장이라는 직책으로 공모했다는 설명이다.
수탁자가 거제시 공고에 명시된 위탁사무(인력)를 거제시 조례가 아닌 자체 운영규칙을 변경, 공모할 경우 타 위탁시설 인력(직책) 관리에도 구멍이 뚤리게 된다.
‘거제시 사무의 민간위탁 촉진 및 관리 조례’에 따르면 시장은 수탁기관인 청마기념사업회에 대한 지휘 감독권과 감사 권한이 있다. 수탁기관은 수탁사무의 종류별로 처리부서·처리기간·처리절차·처리기준·구비서류·서식과 수수료 등을 구분해 명시한 사무편람을 작성·비치해야 한다.
청마기념관 경력직 사무처장 공모 논란에 거제시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강병주 의원이 준비했던 시정질의를 철회하는 과정에 거제시가 청마기념사업회 직원 채용에 관한 건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지적이다.
거제시는 <프레시안>에 “거제시는 수탁기관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내부 문제는 개입하기 어렵다. 거제시 위탁공고에 명시된 위탁사무 인력에 해당하는가를 두고 논란이 있는 사무처장 직책은 사용하지 말 것을 청마기념사업회에 전달했고 사업회도 수용했다”고 전했다.
한편 <프레시안>이 지난 22일자로 보도한 '거제 청마기념관 직원 짬짜미 채용 논란 … 기념사업회 운영 도마' 제하의 기사가 나가자 기념사업회 회장은 “사무처장 응모에 탈락한 인사가 기념사업회에 반감을 품고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여론도 있다. 그는 사업회 어른을 통해 채용 청탁을 했고 자신에게도 전화로 청탁을 했다. 사업회는 공정하게 공모 절차를 진행했다”고 반박했다.
당사자인 B씨는 “사업회 어른에게 청탁한 사실이 없다. 회장과는 통화한 사실은 있다. 자원자가 몇 명인지 확인하는 전화였다. 오히려 나에게 2년이나 4년 후에 지원하면 안되겠느냐고 했었다. 문제가 불거지자 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막아달라고 부탁까지 했다. 근거를 제시할 수 도 있다. 내가 오히려 부탁을 받고 언론 보도를 막아보려고 했다. 마치 내가 청탁하고 언론 플레이나 하는 사람으로 매도하고 있다. 이렇게 무너져 가는 사업회 모습이 안타깝다”는 심정을 전했다.
현재 청마기념사업회 부회장 감사 등 운영진에는 퇴직한 거제시청 사무관급 이상 공무원이 4명이나 포진해 있다.
청마기념관이 박물관 시설이다. 청마기념사업회가 박물관을 겸한 기념관 직원을 채용할 때 공무원 임용에 준한 기준을 지킬 필요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청마기념사업회 A 원로는 “모집공고 과정을 살펴보면 누구나 합리적 의심을 가질 만 하기 때문에 논란이 된 것이다. 어쩌다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됐는지 답답하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 할 상황이 올까 봐 두렵다. 지금이라도 자성하고 잘 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청마 정신을 이어가는 단체가 청마 선생을 가장 불명예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B 원로는 “관장을 명예관장으로 하게 되면 실질적으로 사무장이 관장 일을 수행해야 한다. 모집을 위해 다양한 운영사례들을 확인하고 사무처장이라는 직책을 논의했다. 조금이라도 인건비를 줄여 다양한 콘텐츠 사업이라도 해 보려는 순수한 시도였다. 일부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는 상황이 가슴 아프다”고 자책했다.
청마기념관 직원 채용으로 불거진 이번 짬짜미 논란이 문인들 사이에 시비를 불러오고 있는 가운데 지역 문인단체의 도덕성 문제까지 도마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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