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노회찬의 기록이야기 제목은 <기록으로 찾아가는, 노회찬의 '나라 밖 인물' 산책: 칼 마르크스에서 브라질의 룰라까지>이다. 칼 마르크스부터 브라질의 룰라에 이르기까지 '나라 밖 인물' 20여 명과의 직·간접적인 만남과 인연을 주제로 노회찬의 여정과 활동을 재구성한 것이다.
<노회찬의 나라 밖 인물 산책>은 11월 1일부터 매주 월·수·금 3번 씩 연재된다. '평등하고 공정한나라 노회찬재단'(노회찬재단)과 <프레시안>이 함께한다. 편집자.
㉝ 타게 에를란데르 下 스웨덴의 노사정 대화는 오페라와 샴페인 얘기부터 시작했다. (☞바로가기)
㉞ 에이나르 게르하르센 上 (☞바로가기)
㉟ 에이나르 게르하르센 下 (☞바로가기)
핀란드가 강소국으로서 지위를 굳건히 유지할 수 있는 비결: '신뢰 사회'
아시아에서 건너온 우랄 어족 계통의 민족, '핀족의 땅' 핀란드(Finland) 하면 한국인들에게 떠오르는 것은?
- '휘바, 휘바(좋아, 좋아)'로 유명한 자일리톨.
- 끝없이 펼쳐진 침엽수림과 호수, 그 위를 수놓는 오로라 등 대자연.
- 전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대자연이 선사하는 건강한 식재료와, 춥고 지친 일상을 달래주는 사우나.
- 12세기쯤부터 상당히 오랜 기간 스웨덴의 지배를 받았고 이어 19세기에는 소련의 지배를 받아 외세로부터 끊임없이 침략을 당한 유럽의 약소국.
- 1906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여성들에게 피선거권이 주어진 나라. (최초는 1893년 영국의 자치령이었던 뉴질랜드)
- 행복지수 1위의 강소국.
한국에 핀란드는 오래된 벤치마킹 대상 국가이다.
"한국처럼 핀란드도 역사적으로 러시아와 스웨덴과 같은 강대국 틈새에서 잦은 압박과 침략을 받아 오랜 세월 배고픔에 시달렸다. 동족상잔의 좌우 이념 전쟁도 겪었다.
비슷한 역사적 경로를 겪었지만 지금 두 나라의 모습은 확연히 다르다. 핀란드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복지국가다. 전 세계적인 교육 경쟁력도 갖고 있다. 올해는 전 세계 156개국 중 행복지수 1위 국가로 평가받았다. 보통 자유와 평등을 동시에 이뤄야 선진국이라 한다.
핀란드가 강소국으로서 지위를 굳건히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에로 수오미넨(Eero Suominen) 주한 핀란드 대사는 '신뢰 사회'를 그 비결로 꼽았다.
그는 "경제는 다이내믹하고 사회는 안정적이어야 국가가 지속 가능하게 발전할 수 있다"면서 "이 균형이 정말 중요한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게 바로 신뢰 사회"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적인 복지 제도와 노키아의 부활로 상징되는 핀란드 경제의 회복을 이끈 핵심 배경이 바로 신뢰 사회라는 설명이다.
수오미넨 대사는 "경쟁이 아닌 협력을 강조하는 핀란드의 교육도 신뢰 사회라는 철학이 나라 전체에 굳건하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종일 기자, 「핀란드 복지·교육이 부러워? 신뢰 사회부터!」, <시사저널>, 1521호, 2018.12.10.)
"우리는 신뢰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핀란드 알토 대학교(Aalto University) 부총장인 하누 세리스토 교수는 핀란드 사회의 특징에 대해 언급하며, 핀란드는 신뢰 사회이며 핀란드 사람들은 서로 신뢰한다는 말을 했다.
세리스토는 강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신뢰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 보죠. 만약 초등학생 정도 되는 어린아이가 시골에 있는 할머니를 만나러 간다고 생각해 보세요. 핀란드에서는 그 아이 혼자서 터미널에 가서 표를 끊고 할머니 댁에 갈 수 있습니다. 만약 모르는 것이 있으면 옆에 있는 아저씨나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면 됩니다. 방향만 같다면 그들 중에는 그 아이를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데려다 줄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부모는 그러한 상황에 대해 걱정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를 신뢰하니까요." (노용기, 「핀란드, 신뢰사회」, <brunch>, 2016.3.23.)
'행복지수 1위 국가' 핀란드의 혁신과 창업, 배움의 성과는 이 나라가 이룩해온 국제 성적표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2019년 기준 국제비교 조사를 통해 본 핀란드의 성취를 보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4만8800달러로 세계 14위이지만 각종 삶의 질 지표에서는 세계 최상위권을 기록한다. 국민의 행복지수, 사회적 신뢰지수, 투명성 지수, 거버넌스의 질, 교육성취도, 국가혁신역량, 민주주의와 평등 지수 등 많은 분야에서 핀란드는 대체로 1위~3위를 하는 등 수위권에 있다.
이 수치로만 보면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포용(복지)과 혁신을 동시에 거머쥔 나라, 이른바 '혁신적 포용국가'가 바로 핀란드라고 할 수 있다. (이창곤‧조현경, 「'강소국' 핀란드 경쟁력의 원천은 혁신과 복지, 배움의 선순환」, <한겨레>, 2020.6.16.)
2008년 진보신당 대표 시절 노회찬은 한 인터뷰(권민, 「정치판에서 만난 RAW 정치인, 노회찬/2008년」, <brunch>, 2020.6.12.)에서 "가장 평범한 다수의 사람들이 인간답게 살게 하는 것"을 정치의 본질이라고 하면서 '꿈'에 대해 이야기 나누던 중에 핀란드를 불러온다.
"하나의 직업으로써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저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하고 있습니다.
(…)
저의 꿈은 금배지 달고 국회의원 두 번 세 번 하는 것이 아니라, 제가 정치가가 됐을 때의 영향력과 발언권을 얻고 싶어요.
영향력과 발언권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사람이 땀 흘려서 열심히 일하면 보람을 느끼고, 대학이라도 졸업하면 괜찮은 직장을 구할 수 있고, 공부를 하고 싶다면 원하는 만큼 공부할 수 있고, 돈 때문에 병원에 가지 못하는 일은 없는 사회가 되는데 힘을 보태고 싶은 것이지요."
"정치가 사회 전체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라고 본다면, 교육·의료·주택과 같은 것은 정치가 해결해야 합니다.
런던에서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은 집을 마련하기 위한 저축 걱정을 안 하고도 평생 꽤 괜찮은 공공임대 주택에서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월급의 반을 저축해도 제대로 된 집을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이것을 개인의 힘에 맡기기에는 한계가 있지요. 이러한 문제는 정책노선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서 많이 달라집니다.
핀란드는 미국보다 훨씬 못 사는 나라지만 하고 싶다면 석사 박사까지 무료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요. 심지어 외국인에게도 열려 있습니다. 무료이기 때문에 좋다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 같은 것을 사회가 담당했을 때에 사회 전체의 수준이 높아지는 것이 좋지 않느냐 하는 것입니다."
핀란드가 사랑한 대통령 마우노 꼬이비스토 : '전 국민의 대통령'이자 '나의 대통령'
노회찬이 참고해야 한다고 말한 스타일의 복지국가 모델과 방식을 지닌 나라, 그런 핀란드를 완성시킨 사람은 사회민주당 출신의 9대 대통령 마우노 꼬이비스토(Mauno Koivisto, 1923.11.25.~2017.5.12.)였다.
그는 '핀란드인이 가장 사랑하는 대통령'으로 재임 중 복지국가, 개헌, 전임 대통령들의 중립평화외교를 완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20세기 핀란드의 현대사 굽이굽이를 지나온 뒤 독립 100주년인 2017년에 삶을 마감한 그의 인생 역정은 그 자체로 신생 민주공화국 핀란드의 첫 세기를 증언하는 하나의 상징이 됐다.
1939년 2차 세계대전 초기 16세의 꼬이비스토는 소련의 침공으로 시작된 이른바 '겨울전쟁'(Talvisota, 1939.11.30.-1940.3.13.)에 참전했다. 소년 꼬이비스또는 소방의용군에 편입된 뒤 전방 부대에 배치돼 '계속전쟁'(Jatkosota, 1941-44)이 끝날 때까지 싸웠다.
※'겨울전쟁'과 '몰로토프 칵테일'
'몰로토프 칵테일'(Molotov cocktail), 그것은 칵테일 술이 아니라 화염병을 뜻한다. 그 계기가 된 것은 바로 소련과 핀란드 사이의 '겨울전쟁'이었다. 1939년 겨울 소련군은 120만 명의 대군을 앞세워 16만 병력의 핀란드를 침공했다. 월등하게 우세한 전력인데도 소련군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당시 소련군 폭격기가 핀란드 도시의 민간인을 폭격한 뒤 바체슬라프 몰로토프 소련 외상이 라디오에서 공중 폭력을 부인하면서 "폭탄이 아니라 굶주리는 핀란드 사람들을 위해 인도주의적 목적으로 투하한 빵"이라고 뻔뻔스러운 거짓말을 늘어놨다. 그러자 핀란드 사람들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폭탄을 '몰로토프의 빵바구니'라고 비꼬아 불렀다.
그리곤 전선에서 소련군 전차에 불을 지를 화염병을 개발해 사용하면서 여기에 '몰로토프 칵테일'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몰로토프가 빵을 보냈으니 칵테일을 답례로 보낸다는 의미였다.
유공자로 전역한 꼬이비스토는 1947년에 핀란드 사민당에 가입했고, 항만 노동조합에서 중요한 직책들을 맡아 수행했다. 당시 노동조합은 사민당과 공산당 활동가들로 진영이 갈려 파업전략 등을 두고 노선 투쟁이 치열했다. 사민주의 노선을 추구한 꼬이비스또는 공산주의자들의 공격 대상이 되기도 했다.
사민당이 총선에서 큰 승리를 거둔 1966년 꼬이비스토는 재무장관에 발탁됐고 1968년 핀란드 중앙은행장에 임명된 직후 총리로 다시 임명됐다. 전후 25년간 장기 집권했던 중앙당(Keskusta)의 우르호 께꼬넨 대통령(Urho Kekkonen, 1956-1981년 재임) 집권 시기에 성립된 사민당(SDP)-중앙당 연합정부에서 총리(1968-1970, 1979-1982)와 재무장관(1966-67, 1972)직을 두 차례씩 역임한 그는 1960년대, 70년대, 80년대에 걸쳐 총리를 역임한 유일한 인물이었다.
1982년 대통령 선거에서 폭넓은 지지로 당선된 꼬이비스토는 1982년부터 1994년까지 12년간 대통령으로 재직했다. (2회 연임) 향후 30년간의 사민당 대통령 시대가 열린 것이다. 소련 붕괴, 경제위기, 유럽통합 등 대전환기에 핀란드를 이끈 그는 지혜롭고 합리적 리더십의 소유자였다.
노동자 출신인 꼬이비스토는 평생 손으로 하는 노동과 작업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동시에 정치, 경제, 사회, 역사, 철학, 국제관계 분야에 두루 정통했으며, 깊이 숙고하고 사유하는 것이 몸에 밴 사상가이자 저술가로 '철인왕'(philosophy king)에 종종 비유될 정도였다.
무엇보다 꼬이비스토는 핀란드가 내전과 분열의 상처를 치유하고, 2차 세계대전 및 전후 냉전 질서가 부과한 국제정치적 제약을 극복하면서 오늘날의 성숙한 민주주의와 복지국가, 평화적 국제관계를 달성하는데 기여한 탁월한 정치가였다. (서현수, 「핀란드가 사랑한 대통령(1), 어떻게 복지국가와 개헌을 이뤄냈나」, <다른백년> 홈페이지, 2017.7.11.)
꼬이비스토가 각료와 총리와 대통령으로 재임한 시기에 핀란드 사회는 보편적 복지국가의 팽창과 완성을 목도할 수 있었다. 1994년 퇴임한 뒤 시골집에서 숲과 정원을 가꾸며 소박한 삶을 이어가는 한편, 후임인 아흐띠사리, 할로넨 대통령과 정부에 국제관계와 외교정책 등에 관해 조언하며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
그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언론과 시민들은 한결같이 '전 국민의 대통령'(koko kansan presidentti)이자 '나의 대통령'(minun presidentti)이었다며 슬픔과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작지만 강한 나라 핀란드의 국민엄마, '무민 마마'" 타르야 할로넨
"핀란드를 사업하기에 가장 적합한 국가로 만들겠다고 (보고서에) 쓰여 있는데, 저는 사업가들에게 가장 좋다는 게 모두에게 좋다는 뜻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요구는 특수한 이익단체에 관련된 문제로, 저의 판단 기준은 (사업가 단체가 아니라) 전체 국민입니다."규제 완화를 위한 법 개정 필요성을 설득하기 위해 대통령 집무실을 방문한 핀란드 경영인협회 대표단에게 타르야 할로넨 대통령이 던진 말
2000년 서울 아시아 유럽 정상회의(ASEM) 때 핀란드 대표로 한국을 방문한 사람은 타르야 할로넨 대통령이었다. 당시 화제가 됐던 것은 할로넨이 보여줬던 의외의 모습이었다. 이인호 전 주핀란드 한국대사는 이렇게 밝혔다.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있어요. 가령, 대통령이 오시면 우리나라는 밀착경호를 하는데 엄격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분은 경호받지 않고 이화여대 학생들과 같이 걷겠다. 그래서 학생들과 대화를 하면서 강연장에 들어가고 했다든가, 인터콘에 정상들이 묵는데 자기 혼자 옷 같은 건 다려 입고 혼자 나가서 수영장에도 들어가고 그래서 우리 경호원들이 어떻게 할 줄을 몰라서 그랬던 이야기도 있습니다." (EBS <세상을 바꾼 리더십 6편-평등 정신으로 핀란드를 이끌다: 타르야 할로넨>, 2013.1.28.)
2009년 <포브스>지 발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된 타르야 할로넨(Tarja Halonen, 1943.12.24.~)은 헬싱키의 노동자 거주 지역 칼리오에서 용접공 아버지와 재봉사 어머니의 딸로 태어났다.
헬싱키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할로넨은 변호사가 됐다. 변호사로 핀란드 대학생조합에서 사회문제 담당을 지낸 데 이어 사무총장으로 일하면서 조합과 인연을 맺었다. 그의 평생을 지배했던 '평등과 정의에 대한 의식'은 바로 여기 노동조합에서 일하면서 생겨났다고 한다.
1971년 사민당에 가입한 그는 1977년 헬싱키 시의회 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1979년 36살 때 국회의원이 된 할로넨은 2000년~2012년 제11대, 제12대 핀란드 대통령을 역임했는데, 12대 대선에는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12년 재임 기간 동안 복지와 고용 중심의 정책으로 핀란드를 살기 좋은 강소국으로 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핀란드는 할로넨의 재임 시절 국가청렴도 1위, 국가경쟁력 1위, 환경지수 1위, 학업성취도국제비교(PISA) 1위, 교육경쟁력 1위 국가로 변모했다. 경제적으로도 1인당 국민소득 3만6000달러의 강소국을 일궜다.
세계에서 전·현직 여성 대통령과 총리는 100명이 넘게 나왔지만 할로넨은 거의 드물게 재선에 성공한 인물이다. 그만큼 국민들의 지지도가 높았다. 2000년 50%를 조금 웃도는 지지율로 당선됐지만 퇴임할 때 지지도는 80%에 달했다.
할로넨의 리더십은 '무민 마마'(Moomin Mama)라는 별명에서 잘 드러난다. 핀란드 국민 캐릭터인 '무민'의 엄마라는 뜻인데, 무민 마마는 늘 가족들을 편안하고 다정하게 챙겨준다.
핀란드인들에게 무민 마마는 '케이크를 모두에게 공평하게 나눠주는 엄마'로 통한다. '대통령으로서 모든 핀란드 사람의 의견을 수렴해서 국가 정책을 결정한다'는 할로넨의 기본적인 통치철학과 맞닿아 있는 셈이다. (김회승, 「핀란드 '무민 마마'…국민 80%에 박수 받고 내려온 대통령」, <한겨레>, 2014.9.5.)
할로넨에게 대통령으로서의 특권의식은 전혀 없었다. 핀란드 국민의 한 사람이라는 것이 몸에 배여 있었다.
"핀란드인은 우유 1리터 값이 얼마인지 알고 있고 정치적 언쟁에 휘말리지 않는 할로넨을 기존의 정치인과 다르다고 생각한다."(<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2006.1.30.)
※ '무민'(Moomin)은 핀란드의 동화작가 토벤 얀손이 만든 캐릭터로, 핀란드에서는 우리나라의 뽀로로만큼이나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무민의 엄마인 무민 마마는 가족들의 행복을 바라고 언제나 다른 사람들을 도울 준비가 돼 있는 자상한 캐릭터다. 그래서 핸드백에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서 다니기도 한다.
핀란드 사람들은 푸근하고 친근한 외모는 물론, 집안에 큰 문제가 생겨도 언제나 긍정적인 모습을 잃지 않고 일을 해결해가는 무민 마마의 이미지가 타르야 할로넨과 비슷한 점이 많다고 말한다. 또 항상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무민 마마의 성격 역시 국민들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타르야 할로넨과 비슷한 점이라고 한다. (SBS스페셜 <리더의 조건> 제작팀 편, <(전자책) 리더의 조건: SBS스페셜 제니퍼소프트편 화제작>, 북하우스, 2013)
할로넨, 좋은 리더의 조건과 여성리더십 : "스스로 변화를 만드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할로넨은 좋은 리더의 조건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모든 지도자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야 합니다. 용기가 있어야 하고 또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리더는 스스로 변화를 만드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김민정 서울시립대 교수는 "할로넨의 국정철학에는 노동조합 변호사로 일하면서 깨달은 평등과 정의에 대한 의식, 동성애 단체의 회장직을 맡으며 함께한 소수자의 아픔이 그대로 녹아 있다"며 "지난 세기에 군림하고 지배하던 리더를 대치하는 새로운 리더의 모습"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김회승, 「핀란드 '무민 마마'…국민 80%에 박수 받고 내려온 대통령」, <한겨레>, 2014.9.5.)
12대 대통령 임기를 마친 할로넨은 2013년 3월 이화여대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이화여대 김선욱 총장은 "할로넨 대통령은 핀란드의 첫 여성대통령으로, 우리나라가 첫 여성대통령 취임과 함께 여성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는 시점에서의 방문이라 더욱 뜻 깊다"며 환영했다.
할로넨은 채플 특별강연에서 한국의 새로운 정치 리더십에 대한 기대를 나타내며 여성 리더십에 대해 말했다.
"이미 훌륭한 교육을 받은 여러분에게는 한국의 미래 리더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다. 한국의 새로운 정치 리더십이 성평등 정책을 활발하게 펼쳐 여러분과 같은 여성에게 더 넓은 문이 열리길 기대한다."
"핀란드 여성이 정치·경제 분야에서 활발히 참여할 수 있는 배경에는 핀란드의 우수한 무상교육 시스템이 있다. 교육 시스템을 시작으로 고용시장이 여성과 청년, 빈곤층 등에도 활짝 열려 동등한 참여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특히 기후변화, 식량 확보, 클린에너지 및 물 부족 등 글로벌 이슈를 해결하는 데에도 여성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여성들이 생활 속에서 이런 글로벌 이슈를 생각하고 일상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미래 비전에 대한 확신을 갖고 주위 사람들과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어 갈 것을 학생들께 당부드린다." (<머니투데이>, 2013.3.25.)
노회찬의 '제7공화국 평등교육혁명'과 핀란드의 교육 평준화 정책
2007년 7월 17일 17대 대통령선거 예비후보(민주노동당) 노회찬은 <제7공화국 11테제>를 발표하면서 교육정책의 기본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이어서 7월 30일 <제7공화국 평등교육혁명>을 발표하면서는 바람직한 사례로 핀란드의 경우를 호명했다.
"건국 이후 16번 대입제도가 바뀌었지만 입시불평등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이제 대학평준화만이 사교육비, 입시교육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극단적인 평준화정책을 펴고 있는 핀란드의 경우, 문제해결력 2위, 읽기 1위, 수학 2위, 과학 1위의 세계 최고 수준의 성취도를 보이고 있다. (2003, OECD) OECD도 한국 초중등학교의 높은 학력의 원인은 평준화 정책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평준화 정책이 교육력 상승의 기반인 것이다."
이어 노회찬은 한나라당 박근혜 대선 예비후보의 하향평준화 주장에 대해 비판했다.
"박근혜 후보의 하향평준화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 잘못된 상식에 근거한 무책임한 주장일 뿐이다. 평준화정책이 교육력을 상승시켰다는 연구결과는 꽤 나와 있지만, 평준화정책 때문에 교육력이 떨어졌다는 객관적인 연구결과는 없다.
박 후보는 하향평준화를 주장하려면 그 근거를 먼저 제시해야 한다. 본인 주장에 자신 있다면, 공개토론도 환영한다."
끝으로 노회찬은 "교육비 재정지출은 소득분배효과 및 잠재성장효과가 가장 크다"고 지적하면서 이렇게 밝혔다.
"복지재정 지출의 항목별 소득분배 지니계수 개선효과를 살펴보면, 교육비가 7∼8%로, 의료비 4.6%, 주거비 3.1%에 비해 월등히 높다. (재정경제부, 조세연구원)
또한 정부가 교육 및 보건에 1조원을 지출할 경우, 국내 소득창출액이 최대 1조6393억원에서 최소 8942억원에 이르고, 성장률 제고 효과도 최대 0.227%에서 최저 0.124%로 최고 수준이다. (2005, KIET)"
이에 앞서 <한겨레>와의 인터뷰(2007.5.6.)에서 "국가가 공공서비스를 늘려, 국민의 기본적인 복지문제도 해결하고, 이를 통해 고용도 해결해야 한다"며 노회찬은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핀란드가 역시 등장했다.
한겨레 : 무상교육, 무상의료라는 주장에 대해 일각으로부터 '사회주의적 아니냐'는 공격을 받기도 한다.
또 무상교육, 무상의료를 하는 일부 나라는 서비스가 저하돼 두 종류의 서비스가 생겨 일반인들이 받는 서비스가 더 열악해지는 측면도 있지 않나?
노회찬 : 사회주의 딱지를 붙여서 하지 말자고 하는 건 문제가 있다. 필요하다면 사회주의 아니라 뭐라도 해야지. 사회 양극화 내용을 보면, 소득·자산 양극화를 넘어 교육 양극화, 수명 양극화까지 갔다. 이걸 합리화할 수 있느냐? 돈이 없어 병원 못 가서 죽어야 된다는 걸 합리화할 수 있나?
무상의료 한다 해서 모든 병원을 국유화시키는 것도 아니다. 완전 무상교육 하는 나라도 특수 사립학교는 늘 있다. 돈 더 많은 사람이 이런 학교에 가는 건 보장돼 있다. 그걸 다 없애겠다는 게 아니다.
다만 돈이 없어 학교에 못 가고, 병원에 못 가는 사람을 없애겠다는 것이지, 돈이 많은 사람의 자유까지 봉쇄하겠다는 건 아니다.
한겨레 : (그렇게 되면) 실제로 의료·교육의 양극화가 되는 것 아닌가?
노회찬 : 아니다. 핀란드는 대학 4년 다 무상이다. 그렇다고 해서 핀란드 대학이 질 떨어진다는 말 들어본 적 없다. 프랑스는 준무상이다. 한 학기 등록금이 150~200유로(약 20~30만 원)로, 우리나라의 1/10이다. 프랑스 대학이 우리보다 질이 떨어지나? 오스트리아는 100% 무상이다. 독일도 준무상이다.
교육은 거의 공적 서비스가 세계적 추세인데, 우리나라의 공적 서비스는 국방과 치안 밖에 없다. 세금 안 내도 치안 서비스 받듯이, 세금 덜 내도 교육 서비스를 받아야 된다는 거다.
대학 등록금이 고액인 나라는 미국, 일본, 우리나라밖에 없다. 고등교육에 국내총생산(GDP)의 1%를 써야 한다. 대학진학률이 제일 높은 나라에서 교육시장의 70%가 사학이다. 국립대학 등록금도 한 학기 200만 원이다. 이는 프랑스의 4년치 등록금이다. 그런데 대학 법인화를 국회가 상정해 놓고 있다.
일본은 국공립대 법인화한 뒤 등록금이 다 사학과 같아졌다. 현재 정부가 가고자 하는 방향, 이명박·박근혜 후보가 가려는 방향이 일치한다. 교육 양극화를 더 조장하는 방향으로 가려 한다.
"공공부문 비율이 제일 적은 데는 밀림이다. 정글 속에 들어가면 공공 부문이 없다. 규제가 없고 완전 개방돼 있다. 누가 이익 보냐? 강자만이 이익 본다. 약자도 더불어 함께 살아야 된다.
모든 사람이 다 똑같이 잘살 순 없다. 그러나 그 갭(gap)은 적어야 되고, 산업과 문명이 발전할수록 더 적어지는 추세 위에 놓여 있어야 되고, 가난하다 해도 기본생활은 할 수 있어야 한다.
가난한 사람에게도 기회를 주자. 가장 절실한 건 두 가지다. 교육과 의료. 결과는 보장 못하지만 기회는 같이 주자. 기회도 같이 못 주는 건, 신분제 사회다.
13~14살 먹은 아이들에게, '너만 열심히 하면 얼마든지 잘살 수 있다'고 얘기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지, '각종 통계에 따르면, 넌 아무리 열심히 해도 이렇게 될 수밖에 없다'고 해야 한다면 그게 (제대로 된) 사회냐?"
진보신당 서울시장 후보 노회찬의 '평등선진화 혁신교육' : "공부가 즐거운 아이들 70%", "꼴찌도 행복한 학교"
2008년 7월 11일 전남 여수청소년수련관 지하강의실. 50여 명의 시민들과 당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노회찬 진보신당 상임대표의 시국 강연회가 열렸다.
"오렌지, 아륀지 그게 무슨 상관이냐? 가난한 사람들은 서울대학교에 들어갈 수 없다. 고액과외 논술 사교육비를 펑펑 쓰게 만드는 게 문제다. 학벌사회와 대학서열화 체제가 한국교육의 핵심이다.
대학 교육비는 현재 미국 한국 일본 순으로 비싸다. 서울대가 연 600만 원, 연세대가 1000만 원이다. 하지만 프랑스 소르본느 대학은 1년에 150유로(22만 원)다. 오스트리아, 핀란드는 무료로 대학을 다닌다. 핀란드는 아예 입시가 없다.
서울대학교는 학문 경쟁력이 세계 100등 안에 든 적이 없지만 핀란드는 1등이다. 우리나라는 교육철학이 문제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떨어진 노회찬은 노원구 상계동에 '나눔과 돌봄·함께 하는 행복한 상상'이라는 기치 아래, <노회찬마들연구소>의 문을 열었다.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린 연구소의 사업 가운데 대표적인 것으로 '마들명사초청특강'을 꼽을 수 있다. 월1회 개최로 총 41회 진행한 특강 프로그램의 일곱 번째(2009.3.3.)는 대치동 과학 일타강사로 명성을 떨치다가 교육 전문가가 된 이범의 '새학년, 우리 아이 학교공부 어떻게 할까?'였다. 이범은 핀란드 사례와 비교하면서 '한국 교육의 비극'에 대해 꼬집었다.
"국제학력비교평가를 하면 1등하는 나라가 핀란드에요. 늘 종합 1등을 합니다. 우리나라가 3등, 4등 정도 합니다.
핀란드에 놀라운 게 뭐냐면, '공부가 즐겁니?' 하고 질문했을 때, '그렇다'라고 대답하는 애들의 비율이 70%입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믿을 수 없는 비율입니다. 그러니까 학력도 높을 수밖에 없어요.
근데 우리나라는 어떠냐? 초등학교 저학년 즈음에 애들이 좋아하는 거 있거든요. 그런데 중학교 갈 무렵에는 '그냥 다 지겹고요. 좋아하는 과목 없어요.' 이게 한국 교육의 비극인데요. 여기에 학교도, 부모도, 학원도 다 합작들 하고 있는 거예요.
저는 행복하게도 중학교 들어갈 때, 좋아하는 과목이 두 과목이나 있었어요. 과학과 지리였습니다. 그런데 중학교 때 기적적으로 놀라운 역사 선생님을 만나서 역사도 좋아하게 됐습니다. 그건 순전히 그 선생님 덕이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목이 생길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셔야 돼요."
2009년 1월 <폴리뉴스>와의 인터뷰(「<한국정당실록 60년> 노회찬」, 2009.5.9.)에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이런 경험을 밝혔다.
"생명보험 하는 보험설계 하는 아주머니들 한 200명 초청교육이 있어 갔었습니다. 제가 핀란드 교육제도를 설명을 했는데, 그분들 하는 얘기가 지금 사교육비 내는 만큼 세금을 더 내도 좋다, 그런 교육제도만 들어온다면…."
1년 뒤 2010년 진보신당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한 노회찬은 '평등선진화 혁신교육'을 제시하면서 "서울 공교육이 핀란드와 같이 창의적이고 평등한 선진교육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공약집 <노회찬의 약속>을 넘기다보면 '꼴찌도 행복한 학교'를 만나게 된다. 노회찬은 핀란드 사례를 소개하며 이렇게 물었다.
"참 이상한 학교가 있답니다. 쉬는 시간이 되면 아이들은 모두 운동장으로 나가야 한답니다. 교실 문이 잠겨 책상에 앉아 공부하고 싶어도 공부를 할 수 없으니까요.
시험 시간에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질문을 한답니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문제 푸는 방법까지 알려주니까요. 시험이 끝나고 성적표가 나와도 아이들은 모두 웃음을 짓는 답니다. 성적표에 점수만 있을 뿐 석차가 없으니까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오후 3시가 되면 공부를 마치고 취미활동을 한답니다. 학원도 과외 공부도 없으니까요. 그러면서도 다들 공부를 잘 한답니다. 뒤처지는 학생들에게 학교가 아주 특별한 지원을 하니까요. 세계에서 가장 공부 잘하는 나라, 핀란드 학교의 이야기입니다. 일등뿐만 아니라 꼴찌까지 행복한 나라입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공부 잘하는 나라, 한국은 어떤가요? 일등만 기억하는 세상 속에서, 아이들은 무슨 꿈을 꾸고 있나요?"
2014년 <노유진의 정치카페> 4편(2014.6.18.)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스무 살 넘어도 공부만 하는 인생을 언제까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노회찬은 이렇게 말했다.
"몇 년 전에 핀란드교장협의회 피터 존슨 의장이 한국에 왔을 때 많은 관심이 몰렸죠. 이분 이야기에서 귀 기울여야 하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핀란드도 1970년대에 우열반을 도입해보는 등 노력해봤지만, 최종 결론은 잘하는 아이와 못하는 아이를 섞어서 교육해야 한다는 거라고 합니다.
그러면 그 안에서 발생하는 학력의 차이는 어떻게 하냐? 수준에 맞게끔 따로 가르친다는 거예요. 그러려면 선생님이 할 일이 아주 많아지죠.
그래서 핀란드에서는 선생님에 대한 지원이 엄청납니다. 선생님 대부분이 석사 학위를 가지고 있죠. 선생님이 자신의 능력을 더 키우기 위해 휴직을 하거나, 부수적인 교육을 받는 것에 대한 지원도 잘돼 있습니다. 무엇보다 학급 수를 줄이고, 개인별 성적을 매기는 시스템을 없애버렸죠. 이렇게 여러 시스템이 복합적인 역할을 하면서 결국 핀란드의 교육이 성공했다고 합니다.
이 좋은 걸 왜 우리는 못 하냐고요? 살인적인 대학 입시가 기다리고 있는 곳에서는 불가능해요. 우리가 PISA 성적이 좋다고 자부심을 가질 이유도 없어요.
한국의 노동시간이 전 세계 1위죠. 그런데 노동시간보다 수업시간이 더 길어요. 우리나라 학생들은 주당 60시간 공부해요." (노회찬.유시민.진중권, <생각해봤어? 내일을 바꾸기 위해 오늘 꼭 알아야 할 우리 시대의 지식>, 웅진지식하우스, 2015, 260쪽)
2011년 '진보교육의 미래를 묻다'를 주제로 한 '양평교육희망네트워크' 창립 1주년 기념 특강(10.20.)에서 노회찬 마들연구소 이사장은 대학 등록금 문제를 예로 들면서 진보정당 집권과 노동조합 설립율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노르웨이, 핀란드 등 등록금이 아예 없는 나라들은 과거 100년 동안 진보정당들이 40년 이상 집권하고 있으며, 노조 설립 비율도 40% 이상으로 높습니다. 또 프랑스, 독일 등 등록금이 현저히 낮은 나라들도 최소 20년 이상 진보정당이 집권했고, 노조 설립 비율 역시 30% 이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와 미국 등 등록금을 많이 받는 나라의 특징은 진보정당이 단 한 번도 집권하지 않았고, 노조 설립 또한 20%를 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대학 등록금을 진짜 낮추려면 다른 유럽 선진국가들처럼 시민들이 일터에서의 노조 활동과 진보정당 등 정치적으로 조직화됐을 때 발휘될 수 있고 정치도 주민 생활 속으로 가까이 다가올 수 있을 것입니다." (「노회찬 "교육을 상품화 해선 안 돼"」, <양평시민의 소리>, 2011.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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