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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왜 SLBM을 쐈을까? 열쇠말은 "군사력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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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왜 SLBM을 쐈을까? 열쇠말은 "군사력 균형"

[정욱식 칼럼] 허망한 군비경쟁을 멈추려면

20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이 전날인 19일 국방과학원의 주도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탄(SLBM) 시험 발사를 진행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특히 통신이 "측면기동 및 활공 도약 기동을 비롯한 많은 진화된 조종유도기술들이 도입된 새형의" SLBM이라고 밝힌 점이 눈에 띤다. 이는 변칙 비행을 통해 한미일의 미사일방어체제(MD)를 무력화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SLBM 시험발사 의도에 대해 국내 대다수 언론들은 추측성 보도도 내놓고 있다. 미국의 대북 제재 완화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거나 한미일의 대북정책 관련 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는 풀이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는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이다. 북한의 의도는 "군사력 균형"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정은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수뇌부는 최근 "균형"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김정은은 9월 30일 연설에서도 "최근 미국과 남조선이 도를 넘는 우려스러운 무력증강, 동맹군사활동을 벌리며 조선반도 주변의 안정과 균형을 파괴시키고 북남사이에 더욱 복잡한 충돌위험들을 야기시키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이런 위험한 흐름을 억제할 우리의 부동한 입장을 철두철미 견지하며 필요한 모든 강력한 대책을 세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20일 북한 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전날인 19일 '신형 잠수함 발사 탄도탄'(SLBM) 시험 발사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잠수함인 '8.24 영웅함'에서 SLBM의 시험발사를 진행했다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불참했다. ⓒ로동신문

그렇다면 북한에게 SLMB은 군사력 균형의 관점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점이 있다. 이번에 시험발사한 SLBM의 명칭은 아직 부여되지 않았지만, 북한은 이전 SLBM을 '북극성'이라고 명명한 바 있다.

북극성은 영어로 '폴라리스(polaris)'이다. 그리고 폴라리스는 미국 최초의 SLBM의 이름이다. 이 미사일은 1961년에 전력화되어 1996년까지 운용되었다. 핵추진 잠수함에 16개나 장착되었고 개당 1메가톤의 폭발력을 갖춘 핵탄두를 탑재했었다.

북한이 처음으로 SLBM을 만들면서 그 이름을 북극성으로 지은 게 미국의 폴라리스를 의식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우연의 일치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미국을 의식한 것만은 분명하다.

공군력에 있어서 현격한 열세에 있는 북한이 미국처럼 전투기나 전략폭격기에 핵미사일을 장착하는 것은 당분간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미국과의 "전략적 균형"을 맞추려면 2차 공격 능력 확보가 필수적이다. 2차 공격 수단을 통해 보복 능력을 갖춰야만 미국의 선제공격을 억제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이 선택한 방식이 SLBM이다. 북한이 2021년 1월 14일에 열병식을 통해 '북극성-5ㅅ'을 "수중전략탄도탄"으로 부르면서 "세계 최강의 병기"라고 주장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북한이 이번에 시험발사한 SLBM은 크기도 이전 것보다 작고 고도는 60km, 사거리는 600km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또 앞서 언급한 것처럼, 조종유도기술을 대폭 강화했다. 이는 북한이 전략적 목적보다는 전술적 목적을 염두에 두고 있을 공산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가지 차원에서 그렇다. 하나는 북한이 최근 공들이고 있는 발사체의 다양화이다.

또 하나는 한미일의 MD 강화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한미일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북한의 SLBM을 잡겠다며 해상 방어체계인 이지스탄도미사일방어체제(MD)를 구축해오고 있고, 앞으로도 증강할 계획이다.

또 미국은 극초음속 미사일에 대응해 확장형 사드(THAAD-ER)를 개발하고 있는데, 이게 전력화되면 경북 성주 사드 기지에도 배치될 가능성이 있다.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북한은 회피 및 변칙 기동이 가능한 신형 SLBM을 개발해 한미일의 MD에 대응하려고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그렇다면 이 허망하고도 위험한 군비경쟁은 피할 수 없는 것일까? 지피지기(知彼知己)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지혜를 갖는다면 제동을 걸 수 있다. 그것은 바로 한미일의 군사력이 북한을 압도하고 있다는 '자각'과 한미일이 그 격차를 벌리려고 할수록 북한은 "균형"을 맞추려고 핵과 미사일 증강을 계속할 것이라는 '합리적 가정'이다. 이러한 인식을 갖게 되면 군비경쟁을 멈춰 세우고 군비통제를 시작할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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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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