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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제3지대', 중도층은 '투표 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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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제3지대', 중도층은 '투표 기계'?

[최창렬 칼럼] 진영에 빠진 중도 전략의 부재

19대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41.1%,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6.2%를 얻었다. 안 후보의 성향을 상대적 보수라고 한다면 보수진영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24%,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21.4%, 바른정당의 유승민 후보는 6.8%를 득표했다. 진보진영이 47.3%, 보수진영은 52.2%였다. 만약 보수 대 진보의 단일대오로 선거가 치러졌다면 단순계산으로는 보수가 승리한 선거였다.

양자대결로 치러진 18대 대선은 박근혜 51,6%, 문재인 48%였다. 지역별, 세대 간 편차가 있겠지만 결국 대선은 보수 대 진보의 대결이며 51 대 49, 52 대 48의 싸움이다. 중도의 표심이 좌우한다고 하지만 중도 정당이 없는 한국 정당체제에서 결국 중도는 보수와 진보 중 어느 한 쪽으로 수렴된다. 지난 대선 때 보수로 기울었지만 중도성향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안 후보의 21.4% 득표는 박빙의 승부에서 중도의 향배가 승부를 결정짓는 요소임을 나타낸다.

내년 제20대 대선에서도 진영대결의 요소가 어느 때보다도 크게 작용한다면 보수와 진보의 강성 지지자들은 물론이고 유권자 일반도 전통적 정당정체성에 따른 투표를 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이번 선거에서 중도정당이 갑자기 생길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 그렇다면 중도표는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으로 분산될 것이고 중원 확장성이 있는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러한 논리적 추론이 타당하다면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의 대선 승리 전략은 의의로 단순해진다. 결국 2030과 중도 등 스윙보터(부동층)의 지지를 더욱 많이 획득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물론 2030에서도 성별에 따라 지지 성향이 다르고 지역별, 세대별로 확연히 갈린다. 그러나 중도로의 외연 확장을 중요하게 꼽는 것은 이러한 편차에도 불구하고 보편적 민의의 소재와 중도 표심의 동조화 현상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민주당, 국민의힘의 선거 전략은 이러한 선거 전략의 기본과는 거리가 멀다. 우선 민주당 경선 후보들은 당내 친문의 강한 규정력에 종속되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민주화 이후 동일 기간에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은 친문의 영향력이 경선 승리에 결정적이라고 보는 유인을 제공한다.

본선과 경선을 분리해서 대응하는 전략은 단기 전술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일단 경선에서 이기고 당의 대선 후보가 된 이후에 중도전략을 취한다는 전략일 수 있지만, 갑작스런 유턴과 방향 전환은 패배한 경선 후보들과 당원들의 반발을 사게 될 것이다. 경선 과정에서 내부의 강성 지지층을 의식할 수밖에 없지만 경선부터 중도층에게 강한 흡입력을 제공하는 전략이라야 본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국민의힘은 정권교체론이라는 선거 구도에만 집착하고 있다. 국민의힘에 입당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입당 전에도, 후에도 중도적 의제를 내세우거나 중도층에게 매력적인 이슈를 제기한 적이 없다. 정권심판론이 강하게 작동하는 국면이 희석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윤 전 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 국민의힘 후보들은 반(反)문재인 정서에 기반한 강한 보수 지향적 발언에 의존하고 있다.

게다가 설익은 정권심판론에 안주하는 것도 모자라 보편 인식과 거리가 먼 발언들을 쏟아냄으로써 인문적 지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120 시간 노동', '부정식품'과 '후쿠시마 원전' 관련 발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무모할 정도의 솔직함 등이 그것이다. 민주당보다 미래의제는 더욱 빈곤한 실정이다.

선거에서 수도권과 2030, 중도 유권자가 중요하다는 이론에 가까운 가설에도 불구하고 정당들의 후보자들은 내부 지지층 결집에 주력하고 있다. 선거정치에서 승리의 가설은 후보와 정당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승리 해법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한국사회의 계층 간 적대와 갈등의 증폭 및 연대의 해체를 여하히 해소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문제의식이다.

또한 시민들의 정치참여를 어떻게 제도적으로 보완해 나갈 것인가의 문제 등을 고민해야 한다. 일자리와 복지, 부동산 등의 절박한 사회경제적 문제, 자산 양극화의 완화와 수도권 대 지방간의 기형적 불균형 현상 등의 난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정치적 의사와 보편적 상식들을 정치에 어떻게 투영시키느냐의 문제다. 그러나 진영 대결과 무관한 이러한 논제들은 찾아볼 수 없다.

민주당은 현 정부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내놓는 바탕위에서 미래이슈를 공론화할 때 중도층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국민의힘은 지금의 정권 비판에만 함몰되지 말고 객관적 비판과 한국사회의 구조적 모순 등을 타파할 세력임을 입증하는 대안들을 내놓지 않으면 안 된다.

제3지대론은 사실상 소멸했지만 이에 대한 욕구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를 선거전략에 적절히 용해해 내는 진영이 이길 것이다. 답은 의외로 간단한 데 있지만 권력과 승리에 매몰되어 있는 정치행위자들만 모르고 있다. 후보들과 정당들은 왜 선거 때마다 제3지대론이 나오는지 숙고해야 한다. 선거는 후보와 주변의 정치 인자들의 탐욕을 채우는 '정치 머신'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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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다양한 방송 활동과 신문 칼럼을 통해 한국 정치를 날카롭게 비판해왔습니다. 한국 정치의 이론과 현실을 두루 섭렵한 검증된 시사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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