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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 만난 윤석열, '중도확장' 방향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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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 만난 윤석열, '중도확장' 방향 전환?

최장집 "현 정부 적폐청산, '국정교과서'와 다름없는 역사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진보진영 원로 학자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를 만난 사실을 공개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만나기도 했다. 6월 29일의 대선 참여 선언 직후부터 열흘 동안은 보수 표심에 호소하는 행보를 이어온 윤 전 총장이 중도층 잡기로 방향을 전환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전 총장은 14일 대선캠프를 통해 최 교수와 지난 12일 오찬회동을 가졌다며 대화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회동은 약 2시간 45분가량 이어졌다고 윤 전 총장 측은 밝혔다.

최 교수는 윤 전 총장이 대선 참여 선언에서 강조한 '자유민주주의'라는 메시지에 대해 "자유주의는 민주주의의 건강한 작동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한국인들은 대체로 과거 냉전 시대 권위주의 환경을 통해 자유주의를 경험했기 때문에 자유주의를 '냉전 자유주의'로 부정적으로 인식·이해하는 경향이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최 교수는 윤 전 총장에게 "자유주의를 '냉전 자유주의'와 구분 시키면서 현실에 뿌리내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한 서구 자유주의의 역사적 발전 과정을 보면, (자유주의는) 부르주아 이념이었다"고 지적하면서 "(이를) 염두에 두면서 접근해야 한다. 그래서 자유주의는 반드시 다원주의를 동반해야 하며 노동·소외계층에 대한 관심이 뒤따라야 한다"고 쓴소리를 담아 조언했다.

윤 전 총장은 "최 교수의 인터뷰·논문을 장기간 접하고 공감해 왔다"고 존경을 표하면서, 최 교수의 고언과 지적에 "크게 공감한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자유주의의 태동은 상층 부르주아 이데올로기'라는 최 교수의 지적에 대해 "자유민주주의는 승자와 사회적 상층 집단을 위한 것이라는 오해가 있다"며 "존엄한 삶에 필요한 경제적 기초와 교육의 기회가 없다면 자유는 공허하다. 승자 독식은 절대로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호응하는 태도를 보였다.

윤 전 총장은 또 "자유시장경제가 건강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공정한 경제 질서를 헝클어뜨리는 행위에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면서 "대기업이 시장의 자유경쟁을 저해하는 것을 막고 서민과 취약계층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19세기말 이후 미국에서 셔먼 반(反)독점법(The Sherman Anti-Trust Act)을 만든 배경과 과정은 중요한 역사적 사례"라는 말도 했다. 윤 전 총장이 정치를 시작한 이후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구체적 내용을 처음으로 언급한 대목이어서 눈길을 끈다.

최 교수가 "한국의 정치 상황은 대통령 권력이 초집중화되면서 국가가 굉장히 확대·강화되고 일방적으로 독주하는 체제"라며 "강력하고 확장적인 국가주의와 자유주의-다원주의는 양립할 수 없다. 정당 체제가 변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한 데 대해 윤 전 총장은 "대통령 권력의 집중화는 헌법의 기본 원리인 삼권분립과 법의 지배를 심각하게 저해한다"고 공감을 표했다. 다만 두 사람은 분권을 위한 개헌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지금은 개헌 타이밍이 아니다"(최), "공감한다"(윤)라고 부정적 입장을 공유했다.

최 교수는 윤 전 총장과의 대담에서 "(박근혜 탄핵) 촛불시위 이후 정부와 민주당이 추구해온 개혁 방식은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방식이라고 이해하기 어렵다"며 "'적폐청산'을 모토로 하는 과거 청산 방식은 한국 정치와 사회에 극단적 양극화를 불러들이고, 감당하기 어려운 사회 분열을 초래함으로써 개혁의 프로젝트가 무엇을 지향하든 성과를 낼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이는 '국정교과서 만들기'와 다름없는 역사관"이라고 현 정부·집권세력을 비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2일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와 만나 대화하고 있다. ⓒ윤석열 대선캠프

윤 전 총장은 최 교수와의 회동에 앞서 지난 9일에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를 만났다고 진 전 교수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밝혔다. 진 전 교수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내가 말한 자유라는 화두가 국민의힘에서 말하는 시장만능주의나 자유지상주의와는 좀 결이 다르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은 진 전 교수 외에도 이른바 '조국 흑서' 저자들인 서민 건국대 교수, 김경율 회계사 등과도 잇달아 만남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1일에는 이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대혁본부장과 만나기도 했다. 이 본부장과의 만남은 '윤석열이 듣습니다'라는 이름으로 진행하고 있는 민생 행보의 3번째 일정이었다. 4회차와 5회차는 서울 용산구 백반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와 도봉구의 부동산 중개인을 만난 것이었다.

민생행보의 1회차 일정이 핵발전 관계자들을 만나 문재인 정부 '탈핵' 기조를 비판한 것이었고, 2회차 일정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스타트업 육성단지를 방문해 "경제는 가장 중요한 것이 역동성", "경제 역동성을 주기 위해서는 자유를 줘야 한다"고 했던 것이었다. 1·2회차와 3~5회차는 확연히 색깔이 달라진 셈이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29일 출마선언에서는 "국민 약탈"이라고 반문(反문재인) 정체성을 분명히 했고, 같은 자리에서 '종부세 전면 재검토'를 주장했다. 박정희·김영삼 전 대통령 기념관을 연달아 방문한 것(7월 2일), 이재명 경기지사와 SNS에서 이른바 '미군 점령군' 논란에 대해 현대사 논쟁을 벌인 것(4일), 탈핵 비판과 핵발전 유지·강화 주장(5~6일)도 전형적인 보수 색채를 강조한 행보였다. 지난 9일 진 전 교수를 만나 털어놓았다는 고민이나, 12일 최 교수와의 대화 내용은 이와는 결이 다르다.

이는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당장 입당하기보다는 당 밖에 당분간 머물며 중도층을 규합하겠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분석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난 12일 사실상 정치 참여를 선언한 최재형 감사원장이 이날 권영세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과 만나 입당 문제를 논의하기로 하는 등 국민의힘 조기 합류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것과는 대비되는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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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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