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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덜컥 합의' 주워담기...김기현 "합의 자체가 팩트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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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덜컥 합의' 주워담기...김기현 "합의 자체가 팩트 아냐"

이준석 "선별지원이 당론"…여야 대표 합의 하루 만에 번복

여야 대표 회동에서 합의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 국민의힘이 뒤늦게 제동을 걸고 나섰다. 합의 당사자인 이준석 대표가 '전달이 잘못됐다'는 취지로 말을 뒤집었고, 원내지도부도 "'남는 재원 있으면 하자'는 취지였다"고 합의 내용을 부인했다.

이 대표는 13일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선별지원이 저희 당론"이라며 "구체적인 설명과 기자 질의응답을 대변인들이 진행했는데, 논의 과정에서 있던 고민이 전달되지 않은 게 아닌가 싶다"고 주장했다. "속보 경쟁 속에서 전국민 재난지원금 합의만 (보도가) 나가서 여론이 강하게 반응한 것"이라고 언론 탓도 했다.

그러나 전날 고용진(민주당), 황보승희(국민의힘) 대변인이 공동 발표한 양당 대표 회동 결과 7개 합의사항에는 명백히 "소상공인 지원을 두텁게 하고,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향으로 결정했다. 지급 시기는 방역 상황을 봐서 결정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있다. 7개항 합의는 여야 대변인들이 하나씩 번갈아 가며 발표했는데, 이 항목을 낭독한 이는 황보 대변인이었다.

이어진 기자 질의응답에서도 황보 대변인은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는 것을 오늘 합의하신 것"이라고 재확인하며 "말 그대로 그렇게 해석하시면 된다"고 했다. 고 대변인도 "두 대표께서 전 국민 지급 방향으로 가는 게 맞지 않느냐 하는 공감대를 이루신 것 같다"고 부연했다.

황보 대변인은 '국민의힘은 전 국민 지원에 부정적 입장 아니었느냐'는 기자 질문에 "그래서 저희가 전제로 한 것이,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에게 현재까지 검토된 안에서(보다) 훨씬 더 두텁게 지원하는 방법도 함께 모색하는 것으로 합의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전날 8시경 양당 대변인을 통해 7개 합의사항을 발표한 지 약 2시간만에 SNS에 올린 글에서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두텁게 지원하는 데 우선적으로 추경 재원을 활용하자는 것이고, 그 후 만약 남는 재원이 있을 시에 재난지원금 지급대상 범위를 소득하위 80%에서 전 국민으로 확대하는 것까지 포함해, 방역상황을 고려해 필요여부를 검토하자는 취지로 합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양당 대표 회동 직후, 이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가 참석한 가운데 긴급 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 후에 사실상 합의를 번복하는 입장이 발표된 것이다. 원내지도부의 반발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김도읍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13일 오전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어제 합의 내용은 남는 재원이 있을 시 재난지원금 대상 범위를 전국민으로 확대하는 것까지 검토하자는 취지"라며 "어제 여야 당 대표 회동 후 당 대표와 원내지도부가 모여 이와 같은 합의 내용의 취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피해 입은 분들에 대한 '핀셋 지원'이 우선"이라며 "정부·여당이 중복되거나, 실효성이 없거나, 집행률이 저조한 예산 삭감에 과감히 동의해 준다면 추경 총액을 늘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나마 실효적 지원이 있고 재난지원금 대국민 확대도 충분히 검토할 여력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한 발 더 나갔다. 김 원내대표는 원내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전 국민 지원 합의 자체가 팩트가 아니다"라며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당 입장은 달라진 게 전혀 없고 종전 입장과 똑같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예산이 남으면 검토하겠다고 했지 않느냐'는 재질문에는 "지금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은 이번 4단계 거리두기로 인한 손실이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 수도권 4단계 거리두기는 거의 통행금지령 정도 수준의 매우 심각한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며 "얼마나 남을지 계산해볼 수 없는 계산불능의 상태이고, 짐작건대 액수가 워낙 커서 33조 가지고 될까 의문"이라고 했다.

'남는 재원이 있으면 전 국민 재난지원금도 검토한다'는 것이 당의 수정된 공식 입장인데, 예산 심의를 총괄하는 원내대표가 '재원이 남겠느냐'고 부정적으로 나온 셈이다.

민주당은 합의 이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여야 대표 간 합의는 상생과 협치 차원에서 존중돼야 한다"며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결단을 뒷받침해주기 바란다"고 압박했다.

송 대표는 현행 80% 지급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신용카드 캐시백(상생소비지원금)에 소요될 1조2000억 원을 없애고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주는 게 맞다. 이준석 대표도 이런 취지에 공감해서 어제 발표한 대로 합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와 국민의힘이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두텁게 지원하고 재원이 남으면 하자는 것이 합의 취지'라고 발을 빼고 있는 데 대해 송 대표는 "소상공인 등을 두텁게 지원하자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했고, 전 국민 재난지원금 문제는 그것대로 합의했다"며 두 사안은 각각 독립적으로 합의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도 원내대책회의에서 "여야 당 대표의 재난지원금 합의를 국민의힘이 100분 만에 번복했다"며 "국민 삶에 직결되는 문제에 대해 여야 대표 간의 정치적 합의가 이렇게 가벼워서야 되겠나. 이 대표와 국민의힘의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한다"고 했다.

윤 원내대표는 "우리 당의 송 대표를 만나 '귤 맛'을 뽐내던 이 대표가 국민의힘에 가더니 100분 만에 귤 맛을 잃고 탱자가 된 것"이라며 "이준석 대표는 100분 만에 말을 뒤집는 '100분대표', '탱자 대표'가 되려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지난 8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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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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