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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대응은 정부의 의무...뭐라 답할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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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대응은 정부의 의무...뭐라 답할건가?

[초록發光] 대상화되는 삶과 전환의 정치적 주체

청와대 P4G 홍보영상에는 북극곰이 나온다. 북극곰은 대통령을 찾아와 한국판뉴딜을 요구한다. 페트병 라벨을 떼지 않는 남자와 내연차를 모는 남자에게 가벼운 경고도 날린다. 그러나 경고를 줄 때조차 귀엽고 하얗고 무해하다. 북극곰은 기후위기 소송을 건 청소년과도,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하는 노동자와도, 그린워싱을 폭로하는 활동가와도 다르다. 그들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상기시키고 기후위기에 안일하게 대응하는 책임을 묻는 정치 주체다. 말하자면 논란을 유발하는 존재다. 반면 인간 탓에 죽어가는 극지의 동물은 지금, 여기서 아무런 정치 논쟁을 일으키지 못한다. 기후위기의 가련한 표상일 뿐.

왜 북극곰일까? 이 땅에 사는 동물은 차마 등장시킬 수 없었으리라. 이 땅의 동식물은 기후위기 무대응과 무책임한 행정을 고발하는 증인이니까. 국제적 멸종위기종 반달가슴곰은 여전히 불법 웅담채취를 위해 불법증식된다. 정부는 작년 10월부터 올 4월까지 조류인플루엔자 확산 방지, 예방적 살처분이라는 명목으로 가금류 2993만 마리를 죽였다. 2019년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을 막는다는 이유로 전국 야생멧돼지 30%를 몰살했다. 포상금을 주면서 사냥을 장려했다. 천연기념물 연산호가 백화되고 한반도 자생종 구상나무가 고사하고 한반도가 주 서식지인 상괭이는 2015-2019년에 매년 1100마리씩 폐사했다. 지금 여기서 멸종하는 동식물의 삶에는 어떤 관심도 기울이지 않으면서 정부는 비유로 동물의 삶을 훔쳐다 썼다. 누구에게도 격렬한 논쟁을 일으키지 않을 동물, 머나먼 북극곰의 삶을.

동물만인가. 사람도 대상화되기는 매한가지다. P4G에서 청년 활동가들은 방청객으로 동원되었다. 이들은 온실가스 감축목표 강화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싶다고 했으나 거절당했고, 대신 정부 정책에 웃고 손 흔들며 '리액션'하는 영상을 찍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청년은 미래세대를 위한 고귀한 결단에 열렬히 박수를 치는 집단으로 재현된다. 그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주체가 아니다. 언제까지나 언젠가의 미래세대로 불릴 뿐.

그뿐인가. 여성도 없었다. 새삼스럽지도 않다. 애초에 정부의 '뉴딜'에 여성이 들어있긴 했나. 2020년 7월 발표한 한국판뉴딜 종합계획을 살펴봤다. 스마트 의료 및 돌봄인프라(22쪽), 청년 IT업종 고용과 전환(27쪽), 교육인프라 디지털전환(68쪽), 모성보호급여(119쪽) 정도가 여성과 청년 대책이다. 코로나19로 돌봄 위기 상황이 드러났지만 돌봄의 사회화 얘기는 전무하다. 앞으로도 계속 여성 개개인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건가. 게다가 모성보호급여라니. 정부에게 여성은 사회 유지를 위해서 아이를 낳아 키우고 돌봄을 제공하는 존재일 뿐인가?

정부는 여성, 청년, 동물을 '그림이 되는' 이미지로만 사용한다. 정작 그들의 삶이 기후위기로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 무슨 주장을 하고 있는지 알려고 하지도 않고 알아도 꽁꽁 감춘채로. 하지만 우리는 대상이 아니다. 이미지도 아니다.

정록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우리는 보다 나은 세계를 건설하는 데 가장 중요한 주체인가? 아니면 정책적 배려, 고려 대상일 뿐인가? 즉 '거대한 전환'을 누가 할 것인지, 보다 나은 세계를 만들기 위한 정치적 권리 주체는 누가 되어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고 말했다.

기후위기를 불러온 개발과 착취의 자본주의에서 벗어나서, 여성을 유휴인력과 돌봄제공자로 치부하는 가부장제를 벗어나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주체는 기후위기의 당사자이자 피해자이고 이해관계자이고 원인제공자인 우리 모두다. 기후위기를 야기한 개발일변도의 가부장적 자본주의가 아닌, 새로운 경제-사회-문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격렬한 논쟁과 총체적 변화를 필요로 한다. 여성과 청년과 동물, 노동자와 농민, 지역사회... 모두는 뉴딜의 정책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를 만드는 주체이다.

촛불은 외쳤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정부는 시민의 행복추구와 안전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 기후 위기는 삶의 위협하는 위기이자 불안정요소로써 사람과 동물과 자연의 안녕을 위협한다. 기후 위기 대응은 정부의 의무다. 정부에 기후위기의 책임을 묻는 것은 이 땅에 사는 존재의 권리다.

▲P4G를 전후해 한국 정부의 무능한 기후위기 대처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철저히 묻혔다. 기후위기의 가장 큰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전달되지 않고 있다. ⓒ오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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