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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족중심 동족마을에 마을자치 바람, 치유체험마을로 변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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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씨족중심 동족마을에 마을자치 바람, 치유체험마을로 변신하고 있다 

[김주원의 '마을자치에 학과 습을 이야기하다'] 충남 부여군 초촌면 추양리 솔바람마을

충남 부여 초촌면 추양리 솔바람 마을이 솔숲 치유마을로 변신하고 있다. 마을전통문화를 오랫동안 잘 지켜온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마을이다. 1500년경부터 전주이씨 동족마을로 발전되어왔다. 마을의 중요한 자원과 자산은 종중의 전통문화, 농업유산 두레풍장, 자연치유 솔숲이다.

추양리는 200년 된 소나무들이 비교적 잘 보존돼 마을을 둘러싸고 있다. 마을을 처음 찾은 사람들은 넓은 들판으로 둘러싸인 마을에 아늑한 솔숲이 자리 잡고 있어 놀란다.

▲부여군 초촌면 추양리 솔바람마을. ⓒ김주원 상지대학교 사회적경제학과 교수

걸으면서 마을을 자세히 보면 “이런 곳이 있는 줄을 몰랐네”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나즈막한 산에 200년 이상된 소나무 숲이 잘 보존돼 있다. 더군다나 마을자랑인 솔숲은 과거 산지기를 두고 잘 보호해 온 덕분이다. 지금은 주민들이 함께 가꾸면서 솔숲이 마을의 보물이 됐다.

이 마을에 또 하나 자랑거리는 두레풍장이다. 풍장이라고 해서 장례문화를 생각했는데 농악 길놀이다.

추양리 농악은 1920년대에 시작됐다. 1970년대부터 보존회를 만들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당시 추양리 꽃나부 풍장으로 유명했고 추양리에 풍장을 치면 인근마을에서 구경꾼이 몰려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고 한다.

이러한 전통문화 가치를 인정받아 2021년 청와대 초청공연을 가진 바 있다. 2019년 전주대사습에서 특별상, 부여군 주민자치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부여군 초촌면 추양리 솔바람마을. ⓒ김주원 상지대학교 사회적경제학과 교수

부여에는 이러한 풍장 문화가 다른 마을에도 잘 보존 발전돼 있다. 마을에서는 이를 더 전승발전시키기 위해 매주 모여 연습하며 화합을 다지고 있다.

또 하나의 마을 보물은 봉제사접빈객의 전통문화 가치다. 전통가치를 지키려는 봉제사 행사는 매년 주기적으로 이뤄져 왔다. 주민 간에도 촌수를 따져 호칭하는 풍습도 여전하다. 시제를 지내는 행사가 있을 때는 경향 각지에 흩어져있던 씨족들이 한데 모여 종사를 논하고 있다.

동족 마을로 마을에는 공동행사가 많았고 아직도 씨족 형태의 호칭과 질서가 남아 있다. 마을자치가 씨족공동체마을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었던 셈이다.

잘못된 일이 생기면 마을에서 자체적으로 바로 잡고, 마을어른들이 리더가 돼 잘 추진해 왔다. 마을주민들이 마을대소사를 집안일로 생각하고 체계적으로 처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부여군 초촌면 추양리 솔바람마을 전경. ⓒ김주원 상지대학교 사회적경제학과 교수

그런데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저출산 고령화로 그 체계가 잘 작동하기 어렵게 됏다. 어른들의 목소리가 작아지게 됐고, 마을은 활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얘기 울음도 들리지 않는 위기에 처하게 됐다.

마을 사정을 보면, 추양리는 1리(신촌)와 2리(양촌)로 나눠져 있다. 신촌과 양촌마을에 76가구 173명이 살고 있다. 가구주 92%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전형적이 농촌마을이다.

이중 70세 이상이 53%로 초고령화 마을이다. 30~60세 경제활동층이 27%다. 그래도 다른 농촌마을보다 인구구조가 좋은 것은 10대, 20대가 약 20%정도 된다는 점이다.

오랜 전통과 역사를 가진 부자마을이 총체적 위기에 처한 것이다.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이 없는 마을이었지만 농촌 농업이 어려워지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쌀농사 중심이어서 마을에 소득이 줄어들면서 다른 농촌처럼 위기가 온 것이다.

이에 몇몇 마을에 남아 있는 청년들은 스스로 놀라 힘을 합쳐 극복하기로 했다. 마을사업을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로 했다. 마을을 발전시키기 위해 전통 가치를 지키고 새로운 가치를 접목해야 마을이 생존할 수 있다는 자각을 하게 된 것이다.

▲부여군 초촌면 추양리 솔바람마을 주만들. ⓒ김주원 상지대학교 사회적경제학과 교수

도시에서 정년퇴직한 후 고향에 정착한 몇몇 이들과 마을을 지켜온 주민들이 합세해 새로운 결의를 다지게 됐다.

이때가 2012년 살기좋은 희망마을만들기 사업부터다. 긍정적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연이어 2013년 녹색농촌마을, 2015년 농촌체험마을로 지정되면서 마을자치가 본격화됐다.

2016년 창조적 마을사업과 더불어 2018년 영농조합법인 고추골 솔바람마을이 설립됐다. 마을조직과 기능이 구체화되면서 마을자치가 제자리를 잡게 됐다.

가장 큰 변화는 마을의 보물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아는 것이었다. 마을자치가 시작되기 전 소나무 숲은 엉망이었다. 종중에서도 어떻게 손도 못 쓰고 있었다. 숲속에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잡목이 꽉 차 있었다. 옛 서당 건물은 쓰레기로 가득하고 쥐 오줌 냄새가 진동했었다.

마을 사람들이 소나무 숲을 가꾸면서 소나무 숲이 마을에 큰 보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옛서당 건물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기름을 발라 놓으니 훌륭한 체험공간이 됐다. 체험마을 운영은 마을 운영의 중심체가 됐다.

현재 코로나로 어려움이 크다. 그렇지만 체험관과 두레풍장전수관을 거점으로 체험객을 받아 마을을 활성화하기 위해 또 다른 준비를 하고 있다.

ⓒ김주원 상지대학교 사회적경제학과 교수

두레풍장을 더 체계적으로 전수하고 관광체험사업으로 발전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두레풍장, 소나무 숲을 이용한 숲체험, 명상, 마을 한바퀴, 농사체험 등과 프레임에 색칠하기 등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기존 프로그램을 치유와 연계해 발전시킬 계획이다. 올해부터 솔숲에 치유체험장을 만들어 치유마을로 발전을 꾀하고 있다.

마을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은 사람중심의 마을자치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민주적 절차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마을규약을 만들고 회의운영을 정례화하고 있다. 반대의견도 수렴하려 하고 마을사업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수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그리고 리더들이 더 솔선수범하고 헌신해야 한다. 마을자치는 절차와 과정이 중요하다. 성과에만 매달리면 마을주인인 사람이 안보이게 된다.

동종마을에서는 폐쇄성, 씨족중심운영 등의 문제가 예상되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마을민주주의를 더 적극적으로 실천하려 노력하고 있다.

마을자치로 가구 수나 주민이 늘어나는 효과는 아직 미미하다. 그렇지만 5년 전만해도 매년 어른들이 돌아가시는 수에 비해 전입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정말 암담한 현실에 당면했었으나, 마을자치를 시작하면서 마을에 변화와 혁신이 생기고 있다.

프레시안은 솔바람마을 정복회 사무국장과 인터뷰를 통해 마을이야기를 들어봤다.

프레시안: 마을자치를 시작한 동기는?

정복회 사무국장: 외지에 나갔던 몇몇 젊은이들이 마을에 돌아오면서 100년 전통의 두레농악을 살리는 일에 앞장서고, 소나무 숲을 활용한 체험마을운영을 생각하게 되었다. 두레풍장 소리가 다시 울리고 체험마을을 운영하게 되면서 마을이 깨어나고 있다.

프레시안: 마을자치를 추진하면서 현재 주민들의 변화와 성과는?

정복회 사무국장: 매월 2회 운영위원회를 통해 마을의 대소사를 논의하고 처리한다. 처음 회의를 할 때 회의 시간이 1시간 정도 늦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다. 지난 3년의 훈련 기간은 회의 안건을 정하여 미리 알리고, 정시에 회의를 개최하여 결론을 내는 회의로 변했다. 마을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마을규약을 만들면서 나타난 변화다.

프레시안: 마을자치 정착요인으로 사업추진은 어떻게 하고 있나?

정복회 사무국장: 정기적인 회의 운영과 회의 안건이 발굴되어 주민들이 참여하고 관심을 끌게 되어 마을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체험마을사업도 코로나 상황이지만 미래를 준비하는 방향에서 준비하고 있다. 계획해 추진해야 할 일들이 많다. 마을 숲을 지속해서 관리하기 위해 도에서 지원하는 공원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농촌희망재단의 2021년 농촌교육문화복지지원사업,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축제 지원사업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들이 마을에 활력을 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치유숲을 조성하여 치유마을로 발전하기 위한 계획도 구체화하고 있다.

프레시안: 마을사업을 추진하면서 제일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면?

정복회 사무국장: 가장 큰 도움을 주는 분은 위원장님이다. 사무장의 말을 경청하고 신중하게 판단하여 좋다고 판단되면 적극적으로 도와주셨다. 또한 마을에 하나뿐인 친구도 동네 청년들을 설득하고 많은 도움을 주었다. 또 퇴직한 후배에게는 어려울 때마다 전화하여 자문하고 협의하고 있다. 마을에는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마을 분들은 한 분 한 분 소중한 사람이다. 주민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마을계획과 운영에 반영하기 위해 늘 최선을 다하고 있다.

프레시안: 마을사업이 좀 더 활성화되려면 어떤 부분이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정복회 사무국장: 마을 리더를 키우는 일이다. 리더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도와 군이 만들어야 한다. 새마을 사업을 할 때 새마을 지도자 교육을 얼마나 했습니까? 마을 지도자를 키우는 것은 콩나물에 물을 주는 것과 같다. 당장 표시는 나지 않아도 성과는 있을 것이다. 지금의 리더들이 지치지 않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지원하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프레시안: 마을사업 하면서 특별한 사건이나 일들이 있었다면 어떤 일이 있나?

정복회 사무국장: 2019년 폭설로 늙은 소나무들이 많이 쓰러졌다. 운영위원회에서 쓰러진 소나무로 아치형 문을 만들기로 했다. 예전 같으면 쓰러진 소나무는 잘라서 화목으로 사용되었지만, 청장년들을 중심으로 의기투합해 추진하게 되었다. 큰 소나무를 자르고 옮기는 일은 대형장비가 필요했다. 굴착기, 전기톱, 트럭 등이 동원되고 마을 청년 10여명이 11일 동안 일을 했다. 체험관에서 점심을 제공하고 묵묵히 일했다. 누군가 “왜 우리가 입에서 쓴 내 나게 일해야 혀?” 청년회장이 “내 일이니까.”라는 말에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그해 겨울 작업에 참여했던 청년들은 내 일처럼 열심히 일했다. 마을에 주인의식은 이를 계기로 더 단단해졌다.

▲부여군 초촌면 추양리 솔바람마을 설경. ⓒ김주원 상지대학교 사회적경제학과 교수

부여군 초촌면 추양리 고추골솔숲마을은 내가 방문한 마을중 가장 오래된 마을, 전통문화를 가장 잘 지켜온 마을이다. 이 마을을 방문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동족마을이면서도 마을자치, 마을 민주주의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추양리 마을이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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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준

강원취재본부 전형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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