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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정상 만남, 화상회담으로 가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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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정상 만남, 화상회담으로 가닥?

[우수근의 아시아 워치] 한국이 필요한 중국, 적극 활용해야

한중 양국이 조만간 정상회담을 개최할 수도 있다. 코로나19 상황 등으로 인해 대면 방식이 아닌 비대면 화상 회담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현재 한중 양국을 둘러싼 국제관계는 매우 가파르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미국의 대중 공세는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다. 이럴수록 중국은 '중견강국' 대한민국을 더 잘 '관리'해야 한다. 중국에게 가능한 이른 시기의 한중 정상회담이 긴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미국 우선"인 한국의 현실 상황 등을 고려할 때, 한미 정상회담 이전의 양자회담의 개최는 쉽지 않다. 이로 인해 중국은 한미 정상회담이 끝나는 5월 중순 이후인 5월 말에 화상이라도 정상회담을 개최하려는 의사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물론 돌발 변수가 생기지 않고 우리측이 이에 화답한다면 말이다.

사실 중국은 지난 수년 간 한중 정상회담 개최를 줄곧 원해 왔다. 그런데 이것이 우리 사회에서는 거꾸로 중국이 정상회담 개최에 미온적인 것처럼 잘못 전달되어 왔다. 이로 인해 중국 당국은 적잖이 불편해하고 있는 것이 알려지지 않은 '팩트'이기도 하다.

재차 말하지만, 중국이 한중 회담의 '조기 개최'에 매달려 온 최대의 이유는 중국을 둘러싼 국제 환경의 변화에 있다.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입지가 불리해질수록 중국은 우리에 대한 러브콜을 강화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 당국과의 오랜 교류 속에서 그 때 그 때 알게 된 몇 가지 실례를 들어보자.

▲ 문재인(왼쪽)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 2019년 12월 23일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가졌다. ⓒ청와대

먼저, 중국은 사드 배치 이후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정상 회담을 원하기 시작했다. 사드에 대한 보복 조치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믿기 힘들겠지만, 이 또한 팩트다. 2016년 7월 한국이 사드를 배치한 뒤 중국은 약 3개월 정도 격렬히 반발했다.

배치하기 열흘 전만 해도 청와대의 국가안보실장이 북경에 와서 "사드는 절대 배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뒤통수를 맞으니" 중국으로서도 배신감과 모멸감 등으로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당시 중국은, 이 또한 우리 사회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드 배치 관련 "4단계 보복 조치"를 수립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1단계(문화 콘텐츠) 분야를 거쳐 2단계(경제 전반) 분야에 이르다가 더 진전시키지 않으며 주춤했다.

그러면서, 당시 중국 대학에 근무하던 필자에게 찾아와 "내년(2017년)은 한중 수교 25주년이니 양국에서 다양한 기념 행사를 공동 개최하는 건 어떨까? 이를 통해 양국 관계가 회복되었음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것이다"라는 제안을 했다.

그리고는 실제로 2017년 당시 필자가 우리 국회에서 주최한 "한중 청춘 동행" 이라는 행사를 주한 중국대사관의 명칭으로 후원해 주었다. 하지만 양국 간에 다른 대규모 행사나 정상 회담 등은 이뤄지질 못했다. "중국이 먼저 사드 보복조치를 철회하고 사과하지 않는 한"이라는 우리 사회의 반중 정서가 강경해졌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중국은, 특히 미중 패권 대립이 시작되고 중국이 수세에 몰리면서 더 자주 한중 정상회담 개최를 '타진'해 왔다. 물론 그 때마다 필자는 이를 우리의 관계 당국 등에 전달했다. 그 이후는 "비공식 채널은 인정할 수 없는" 우리 당국의 몫이므로 필자로서는 알 바가 없다.

이후, 22여 년간의 해외 생활을 마치고 완전히 귀국한 뒤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예를 들면, 2019년에는 4월부터 6월까지, 필자는 1주일에 한 번 정도 1박 2일 혹은 당일 일정으로 방중해야 했다. 가서 시진핑 주석의 방한 관련 이야기를 듣고 역시 우리 당국에 그대로 전달했다.

그럼에도 양국의 손바닥은 번번히 마주쳐 지지 않았다. 중국은 정말 시진핑 주석의 조기 방한을 통한 정상회담을 원하는데 이를 잘못 알고 있거나, 혹은 과도하게 다른 쪽 만을 바라보는 우리의 상황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속에서 필자는 스트레스와 과로 등으로 심신이 쇠약해져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중 정상회담이 성사되도록 나름 최선을 다한 이유는, 한중 정상회담을 대하는 중국 내부의 모습을 고려할 때, 우리가 잘 만하면 정치외교 및 경제 등의 분야에서 중국을 우리의 좋은 카드요 토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와 같은 두터운 장벽만 확인하였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한다. 왜 반복되는 것일까? 간단하다. 불행한 역사를 반복되게 하니까 반복되는 것이다. 한중 정상회담 개최를 둘러싼 위와 같은 상황은 현재도 변함없이 반복되고 있다.

다시 말해, 현재의 중국을 둘러싼 국제 상황은 중국으로 하여금 한중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를 더더욱 필요로 하게 하고 있다. 당장 얼마 전에 일본에서 있었던 미일 2+2 회담에서 중국에 대한 양국의 맹비난이나 4월 16일 미국에서 있었던 미일 정상 회담에서 대중 견제 전선 강화를 위한 양국 정상의 "찰떡 궁합" 등은 중국으로 하여금 우리에 대해 그야말로 "미워도 다시 한번"을 하도록 하기에 충분한 것이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중국을 마주해 온 입장에서 볼 때, 중국은 대단히 '현실적'인 국가라 아니할 수 없다. 감정보다는 실리가 우선이다. 그런데 이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는 밀림과 같은 국제사회"에서 모든 국가가 취해야 할 기본 철칙 중 하나가 아닐까?

20세기 과거의 중국은 우리에게 총을 들이댔다. 하지만 21세기 현재의 중국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우리에게 공을 들이고 있다. 첫째, 자신들의 바로 옆에 위치해 있어 지정학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둘째,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은 더 이상 약소국이 아닌 중견강국이기 때문이다. 중국보다는 작은 나라이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과거처럼 함부로 대할 수 있는 국가는 더 이상 아닌 것이다.

셋째, 우리 대한민국의 외교적 행보 등에 따라 동북아의 국제 지형이 적잖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적어도 동북아 역학관계에서 만큼은 우리의 이니셔티브를 중국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중국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면 회담 이전이라도 가급적 이른 시기에 화상 정상회담의 개최 또한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국이 이번에는 과연 어떻게 나올지 촉각을 세우고 있기도 하다.

문재인 정권은 줄곧 "친중 정권"이라는 비난을 들어왔다. 하지만 나는 일관되게 "과연 그럴까?" 하며 의문을 제기해 왔다. 친중 정권이라면서 기본중의 기본인 중국 국가 주석의 방한조차 임기 내내 단 한 번도 성사시키지 못할 정도로 사실상 냉랭한 관계만 지속해 오질 않았는가?

비난은 받을 대로 받으면서 실속은 챙기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인데, 국가 운영에 있어서 '재조지은(再造之恩, 거의 망하게 된 것을 구원하여 도와준 은혜)' 만큼 '여시구진(與時俱進, 시대의 흐름에 맞게 나아간다)' 또한 중요함을 깨닫지 않는 한 지속될 것만 같아 더더욱 안타깝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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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근

우수근 교수는 일본 게이오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미네소타대 로스쿨을 졸업했습니다. 상하이 화동사범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거친 뒤 상하이 동화대학교 교수를 역임했습니다. 저서로는 <미국인의 발견>, <캄보디아에서 한‧일을 보다> <한국인 우군의 한‧일의 장벽이란 무엇인가>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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