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 후 첫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을 12일 열어 '서울형 상생방역 추진방안'을 공개했다. 신속진단키트 보급과 자영업자 영업시간 제한 완화를 기본 골자로 하는 내용을 직접 발표했다.
정부도 해당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 시장은 이날 중구 서울시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지난 1년 4개월 간 방역당국은 일률적인 영업 제한을 토대로 한 거리두기"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코로나 확산을 막겠다는" 대응을 유지했으나 "지금도 4차 대유행 확산세가 문턱까지 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작년말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소상공인 32.3%가 폐업을 고민 중이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될 경우 주간 매출이 45%까지 줄어든다고 한다"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서울형 거리두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오 시장은 자영업자 영업을 보전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서울시가 지난 10일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와 한국단란주점업중앙회 등에 발송한 공문인 '유흥시설·식당 등 형태별 분류 및 맞춤형 방역수칙 의견제출 요청'에 따르면, 서울시의 기본 대책은 유흥시설을 △유흥·단란·감성주점, 헌팅포차 △콜라텍 △홀덤펍 등 3개로 분류하고, 음식점도 △일반식당 및 카페 △주점 등으로 나눠, 유흥·단란·감성주점과 헌팅포차 영업시간은 오후 5시~밤 12시까지 허용되고, 홀덤펍과 주점은 오후 4시~밤 11시, 콜라텍, 일반식당 및 카페는 기존처럼 오후 10시로 영업 시간을 나눠 허용하는 방안을 골자로 한다. (☞관련기사: 방대본, 오세훈 '룸살롱 영업시간 완화' 방침에 난색)
대책 대로라면 일반식당과 카페의 영업 환경에는 큰 변화가 없겠으나, 유흥·단란·감성주점과 헌팅포차 영업에는 숨통이 트인다.
오 시장은 자영업자 영업난의 근본 해법은 "영업하도록 해드리는 것"이라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일률적 규제방역이 아니라, 상생방역으로 패러다임을 바꿔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규제 완화의 보완책으로 오 시장은 방역수칙을 위반한 업소에는 곧바로 철퇴를 내리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는 것과 동시에 신속진단키트 보급 방안을 제시했다.
오 시장은 "오늘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중앙정부에 자가진단키트 도입을 적극 검토해 줄 것을 호소했다"며 "이미 미국과 영국, 독일 등에서는 (신속진단키트가) 일선 방역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구체적으로 "영국에서는 자가진단을 활용해 학교와 직장에서 반복적인 검사를 시행하고 있고, 체코의 경우 모든 직장인에게 항원검사를 의무화했다. 오스트리아는 15세 이상자에게 자가진단키트를 무료 보급하고 있고, 미국은 자가진단키트를 식료품점 등에서 개인이 구매해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처럼 외국 여러 나라에서 자가진단키트를 일선 방역에 활용하고 있으나, 한국은 식약처의 지나치게 신중한 입장으로 인해 이를 활용하지 못한다는 게 오 시장의 인식이다.
오 시장은 "서울시는 식약처에 자가진단키트의 신속 사용 승인을 촉구한다"며 "식약처 사용승인과 별도로, 서울시는 신속항원검사키트 이용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오 시장은 야간 사용자가 많은 노래연습장에 자가진단키트를 시범 도입해 코로나19 예방에 효과적인지 여부를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자가진단키트를 영업현장에 접목해서 영업장 입장 전 검사를 시행하면, 10~20분 사이에 결과가 나온다"며 "업장 입장을 원하는 사람은 비록 입장 늦어지더라도 충분히 입장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자가진단키트 도입이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이 극심하게 겪는 매출 감소를 타개하는 활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리하자면, 서울시의 새로운 방역대책은 영업장의 운영 제한을 완화하는 대신, 그 보완책으로 자가진단키트를 일선 자영업 시설에 도입해 코로나19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방역과 민생을 모두 잡기 위한 서울형 거리두기 매뉴얼 제작에 착수했다"며 "이번 주말까지 매뉴얼을 마련한 후, 다음 주 중 시행방법과 시행시기를 두고 중대본과 협의를 시작하겠다. 전면 시행 전 특정업종에 시범실시할 경우, 중대본과 협의를 거쳐서 현장의 혼란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서울시 거리두기 관련 언론 보도가 나온 후 일선에서 제기된 우려에 관한 오 시장의 추가적 설명으로 풀이된다.
서울시가 자체 매뉴얼을 마련한 후, 독단으로 곧바로 이를 시행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해당 매뉴얼로 중대본과 협의 후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관해 정부도 자가진단키트의 시범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백브리핑에서 서울시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한 질문을 받고 "정부도 그간 이 부분을 검토해 왔다"며 "자가검사키트 적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반장은 이어 "자가검사키트 (허가) 절차를 포함해 논의 중"이라며 "(식약처의) 허가가 이뤄지면 서울시에서 시범사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윤 반장은 "자가진단이 아니라 '자가검사키트'"라며 "진단용은 아니고, 검사 해서 양성이 나오면 실시간 유전자 증폭(RT-PCR)을 받는 것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가진단만으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 같은 상황에도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신속진단키트의 낮은 정확도다. 이미 대규모 확진자가 나온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상황의 엄중함으로 인해 신속진단키트도 사용하지만, 하루 수백 명 규모로 확진자를 막는 한국의 상황은 다르다는 게 그간 방역당국의 입장이었다.
이와 관련해, 이날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연구팀은 RT-PCR과 신속항원검사의 코로나19 진단 능력을 비교한 결과를 대한의학회지(JKMS)에 게재했다. 신속항원검사 제품으로는 국내 진단키트기업 에스디바이오센서 제품이 사용됐다.
지난 1월 5일부터 11일까지 서울대병원 입원 예정이던 98명 환자에게 RT-PCR과 신속항원검사를 모두 시행하는 방식으로 연구는 진행됐다.
해당 결과에 따르면, 신속항원검사의 민감도는 RT-PCR의 17.5%였고, 특이도는 100%였다. 신속항원검사로 코로나19에 실제 감염된 환자를 '양성'으로 판정하는 수준이 RT-PCR의 17.5%에 불과하며, 음성 환자는 정확히 음성으로 진단했다는 뜻이다.
달리 말하면, 신속항원검사를 시행할 시 민감도가 낮은 만큼, 양성 환자가 음성으로 진단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의미다.
이 같은 결과로 연구팀은 "신속항원검사는 높은 특이도에 비해 민감도가 낮다"며 "신속항원검사로 '음성'이 나왔다는 결과만으로 피검사자가 코로나19 감염자가 아니라고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즉, 오 시장 구상대로 일선 영업시설 출입에 신속항원검사를 도입하더라도 양성 환자가 시설에 출입하는 걸 원천봉쇄하는 효과는 기대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로 연결된다.
이에 관해 오 시장은 "그 같은 우려는 충분히 나올 수 있다"면서도 "영국의 경우 자가진단을 반복적으로 검사하는데, 전문가 말씀에 의하면 지속적, 반복적으로 (자가진단키트를) 사용하면 민감도와 정확도가 올라간다고 한다. 일부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떨어지는 정확도는 반복 사용으로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서울시 구상대로 신속진단키트를 일선에 배치한다면 "자신도 모르게 감염된 이가 (신속진단키트 양성 판정 후 PCR 검사를 받게 되므로) 다수 나올 수 있으므로, 초기에는 확진자 숫자가 늘어날 수도 있다"면서도 "결과적으로는 코로나19 확산을 예방하는 데 상당히 큰 효과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물론 전문가 집단에서도 찬반 의견이 있겠으나, 지금은 민생현장의 고통이 너무 극심하다"며 "결국 정부가 결단할 문제다. 외국에서 신속진단키트를 사용한 지 한 달이 넘었는데, 굳이 한국이 이를 미룰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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