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블링컨 "대북 압박·외교적 옵션 모두 검토"

북한 제재 '중국 역할론' 재소환…한국 '쿼드 끌어들이기' 희망

북한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없이는 대화 테이블에 마주 앉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한미 양국은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검토에 긴밀한 공조 방침을 밝히는 한편 북미 협상의 조속한 재개를 촉구하며 정면 대응을 피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서욱 국방부 장관은 18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안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함께 제5차 한미 외교·국방(2+2) 장관회의를 가진 뒤 기자회견을 갖고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내놓은 담화에 관해 "북한이 미국의 대북 정책 검토 과정에서 한미 간 고위급 협의가 진행되는 것을 긴밀히 주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반증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정 장관은 "최선희 부상은 김여정 (북한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이후 연이어 담화를 발표했다"며 "한미 외교‧국방 장관 회의에 북한 나름의 방식으로 우리와 미국에 메시지를 보낸 것 아닌가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 (회의에서 북한의) 의도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한미 양국은 이 분야에 있어 계속 공조해 나가기로 했다"며 "우리 정부는 바이든 신 행정부의 대북 접촉 노력을 지지하며 북미 간 비핵화 위한 협상이 조속히 재개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정 장관은 한미 양국이 한반도 문제에 대해 △북핵 문제의 시급성 및 양국 간 긴밀한 공조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위해 굳건한 안보 기반 위 최선의 외교 노력 경주 △대북정책 검토 과정 및 이행 과정에서 완전히 조율된 전략을 바탕으로 한 공조 등에서 공감대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 정의용 외교부 장관(오른쪽 두 번째)과 서욱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1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 장관 회의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오른쪽 세 번째부터),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 부상 담화의 직접 상대방인 미국은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블링컨 장관은 "북한 담화에 대해 가장 흥미가 가는 것은 동맹과 관련한 부분"이라며 "그래서 여기 왔고 대북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 및 기타 파트들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북핵 정책을 마련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압박과 외교적 옵션을 모두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블링컨 장관은 "이 정책의 목표는 분명하다. 북한 비핵화에 전념하겠다는 것"이라며 "북한이 미국과 동맹국들에 대해 위협을 하지 못하도록, 또 북한 주민들을 포함해 모든 한국인들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전날인 17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가진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밝혔던 북한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이날도 이어갔다. 그는 "북한은 광범위하고 체계적으로 주민들의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그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오바마 정부 때 강조됐던 이른바 '중국 역할론'을 재소환했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이 북한을 설득해서 비핵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북한의 모든 경제적 관계나 교역 등이 중국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굉장히 큰 영향력이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과 북핵에 대해서는 협력할 부분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에서 이러한 영향력을 효과적으로 행사함으로서 북한이 비핵화로 나오도록 했으면 한다"며 "중국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제재를 이행할 책임이 있다. 중국이 할 일을 해야 한다. 그게 모두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일본‧호주‧인도 등과 구성한 비공식적인 안보 협의체 '쿼드(QUAD)'에 한국의 참여를 요청하는 등 관련 논의가 있었냐는 질문에 정의용 장관은 "이번에는 직접적인 논의가 없었다"고 답했다.

정 장관은 "우리 정부는 포용성, 투명성, 개방성의 원칙에 부합하고 국제규범을 준수하며 국익에 맞을 뿐만 아니라 지역 글로벌 평화와 번영에 기여한다며 어떤 협의체와도 협력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블링컨 장관은 "쿼드는 비공식적인 동조 국가들의 모임이다. 여러 이슈에 협력‧공조하려는 것이고 한국과도 긴밀하게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이런 모임들이 한미일과 3자 협력과 일맥상통하고, 굉장히 큰 혜택을 가져온다고 보고 있다"고 말해 한국의 참여를 원하는 듯한 속내를 내비쳤다.

미국으로부터 쿼드 소속 국가들과 실시간 군사 정보 공유나 합동 군사 훈련 등의 제안이 있었냐는 질문에 서욱 국방부 장관은 "논의 없었다. 이번 회담에서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구상과 상황 인식을 포함한 개괄적인 설명 및 논의가 있었다"고 답했다.

한미일 군사 협력 논의에 대해 서 장관은 "일본과는 과거사 문제가 있긴 하지만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및 안정을 위해 한미일 안보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며 "국방부는 양자, 다자 회담 계기 한미일 고위급 정책 회의나 합참 차원의 교류 협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강화할 것이라는 입장을 설명했다"고 전했다.